기사입력시간 22.09.21 19:31최종 업데이트 22.09.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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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모발 이식에 적용 가능한 '생체친화적 접착제' 개발

"의료용 접착제로 응용 기대"

KAIST(카이스트)는 화학과 서명은 교수와 이해신 교수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이 탄닌산(tannic acid)과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섞어 생체친화적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와인의 떫은맛 성분인 탄닌산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과일 껍질, 견과류, 카카오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접착력과 코팅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하기 때문에 와인을 마실 때 혀에 붙어 떫은맛이 느껴진다.

물에 녹는 고분자와 탄닌산을 섞으면 마치 젤리와 같이 끈적이는 작은 액체 방울을 말하는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가 가라앉아 독성이 낮은 의료용 접착제로 사용 가능하나, 근본적으로 액체에 가까워 접착력을 향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두 종류의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조합해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접착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폴리(에틸렌 글리콜)-폴리(락틱산) 이중블록 공중합체와 탄닌산을 물에서 섞어 만들어지는 생분해성 접착제의 원리 모식도(카이스트 제공)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이하 PEG)과 폴리락틱산(polylactic acid, 이하 PLA)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체 사용을 허가받은 물질이다. 안약, 크림 등에 많이 사용되는 PEG가 물에 잘 녹는 반면, 젖산(lactic acid)에서 유래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PLA는 물에 녹지 않는다. 

이들을 서로 연결한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를 만들고 물에 넣으면, 물에 녹지 않는 PLA 블록이 뭉쳐 미셀(micelle)을 만들고 PEG 블록이 그 표면을 감싼다. 미셀과 탄닌산이 섞여 만들어지는 코아세르베이트는 단단한 PLA 성분으로 인해 고체처럼 거동하며, PEG 대비 1000배 넘게 향상된 탄성 계수(elastic modulus)를 보여 접착시 매우 강한 힘도 버틸 수 있다. 

연구팀은 금속 열처리를 하듯 온도를 올렸다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물성이 백 배 이상 더욱 향상되는 것을 관찰했고, 이는 정렬된 미셀들과 탄닌산 사이의 상호작용이 점차 견고해진 데 따른 것이다. 

연구팀은 "피부 자극이 적고 체내에서 잘 분해되는 소재 특성을 이용, 모발의 끝에 이 접착제를 발라 피부에 심는 동물실험을 통해 모발 이식용 접착제로서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탄닌산을 비롯한 폴리페놀의 접착력과 저독성에 주목해 의료용 접착제, 지혈제, 갈변 샴푸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해 온 KAIST 이해신 교수는 모낭을 옮겨심는 기존의 모발 이식 방식이 여러 번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KAIST 화학과 서명은 교수 연구팀의 박종민 박사(現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와 이해신 교수 연구팀의 박은숙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연구를 주도하고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과 생명화학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이 협업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 Au(JACS Au)'에 8월 22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Biodegradable Block Copolymer–Tannic Acid Glue)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보호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화 및 실증사업, 한국화학연구원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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