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25 07:55최종 업데이트 23.11.2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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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수요조사 발표로 신뢰 깨진 의‧정…협상 강조하던 의협, 26일 대표자회의서 '파업' 여부 결정

의협, 수요조사 결과 공개에 대한 배신감…"의대정원 확대 규모 이미 답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확신 점점 커져"

11월 22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이번 주말 긴급 대표자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그간 협상을 강조하던 의협이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언급한 것 자체가 의협을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반발과 함께 이미 결론을 내린 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에 맞서 총파업을 비롯한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6일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 갖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저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한다.

의협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수치 발표로 의대 정원 확대 국민 기대감 높여

그간 협상을 강조해왔던 이필수 의협 회장도 21일 복지부의 의대 수요조사 발표 직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의협은 14만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튿날인 22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는 의협 측 협상단의 일방적인 자리 이탈로 파행됐다.

그간 소통과 협상을 강조하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직접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를 공언하는 와중에도 의료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의료현안협의체의 자리를 지켰던 의협이 이번에 태도를 달리한 배경에는 이번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가 의협과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간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수요조사 기간이 끝난 뒤 13일 오전 결과를 발표하겠다던 정부는 돌연 일정을 취소했고, 그 뒤로 일주일 뒤인 21일에서야 결과를 공개했다.

수요조사가 끝나고 실제 발표가 있기까지 약 2주 사이, 이미 40개 의과대학이 원하는 희망 증원 수요가 새어 나가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졌고, 정부도 의료계 분위기를 의식한 듯 결과 공개에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결국 복지부가 21일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대들이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8명까지 추가 증원을 희망한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해당 내용을 접한 대중들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의 대략적인 규모 역시 이와 슷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상' 기조 지키던 의협도 '폭발'…"의료 정원 확대 정해 놓고 추진하는 정부, 강경투쟁 불가피"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는 "수요조사를 실시할 때부터 우려가 컸다.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조사 자체가 객관성이나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수요조사는 질문 문항이 객관성과 타당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사회과학적으로도 수요조사가 기초 자료의 일환은 될 수 있어도 정책 결정에서 그 중요도는 10~20%를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의과대학에게 희망하는 의대 정원 수요를 묻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이사는 "그런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요조사를 공개했다. 물론 의학점검반을 꾸려 조사를 한다고는 하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서류와 온라인 인터뷰로 진행한다고 한다. 점건반 구성원 자체도 의학교육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이번 수요조사가 기초자료용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정해놓고 보여주기식으로 로드맵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확신이 더해지고 있다"며 "의료계와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의료계에게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의료계는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 대신 수가 정상화와 사법 위험 완화를 촉구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의료계가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의료현안협의체 의협 단장을 맡은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발표했다"며 "정부는 의협을 협상의 파트너가 아닌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의 들러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의협이 그간 참을성을 갖고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했던 것은 그래도 복지부와 협상 테이블을 통해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으나, 이번 복지부의 일방적인 수요조사 기습 발표에 의협의 참을성도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복지부는 의협을 이용만하고 기습 발표를 통해 정치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이용하고 있다. 현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총선에 이용하려는 욕심으로 밖에 보지이 않는다"며 "현재 일선 의료계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대표자회의에서 총파업을 비롯한 강경 투쟁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대표자회의에는 지역의사회는 물론 의협 산하단체, 의대생 및 전공의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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