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21 07:03최종 업데이트 23.07.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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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간호사 비극 재발 막자…전문의들 '뇌혈관질환 치료 전문가 네트워크’ 나섰다

성공 위해선 응급시술·수술 수가 현실화 필수...지역 내 치료병원 배정→수가 인상 →의사 3일에 하루 당직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 파급은 더욱 컸다.
 
안타깝게도 당시 서울아산병원에는 신경외과 교수, 그 중에서도 뇌출혈 환자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외과의사 2명이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이후 수많은 수술과 당직 근무, 소송 등으로 점철된 뇌혈관 분야 의사들의 고충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다. 뇌혈관 분야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점차 줄어들며, 병원을 지키고 있는 기존 인력들의 부하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아우성들이 터져나왔다.
 
응급중증 환자 발생 시, 네트워크 당직의가 최종치료 전문의 연결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뇌혈관 전문의들은 해당 사건 발생 이후 같은 비극의 반복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응급중증 뇌혈관질환 치료 전문가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응급중증 뇌혈관 질환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한 정보교환을 통해 최종치료 병원까지 환자가 바로 이송돼 적시 치료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보건복지부와 뇌혈관 전문의들이 8개월간 고민해 만든 모델이다.
 
뇌혈관 분야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착안했다.
 
현재 뇌혈관 전문의가 있는 대부분의 병원은 시설, 인력 등의 문제로 한 번에 한 건 정도의 응급중증뇌혈관 환자 치료만 가능하다. 환자가 몰리면 적시 치료를 위해선 전원이 불가피한데, 최종치료 전문의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아예 뇌혈관전문의들이 모여있는 앱을 만들어 이 과정을 보다 효율화하자는 구상에서 나온 게 ‘응급중증 뇌혈관 질환 치료 전문가 네트워크’다.
 
응급중증뇌혈관 질환이 진단된 병원에서 환자 전원이 필요한 경우, 최종 치료병원으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도록 전문가 네트워크 내부망을 통해 요청 병원과 최종치료 전문의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소속 전문의는 해당 앱에 올라온 긴급 환자치료 요청에 대응해야 하며, 규정에 따라 긴급환자 배정을 담당하는 순환제 당직자 역할을 맡게 된다.
 
예를 들어 전주 곡성 지역 A병원에서 뇌동맥류 파열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자. 환자의 의식 여부, 나이, 혈압 등의 정보와 함께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는다는 내용이 앱 상에 올라오면, 그날 네트워크 내 당직 의사가 지역 내에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수배한다. 지역 내에 당장 치료가 가능한 의사가 없을 경우 타 지역의 병원 중 가능한 곳을 배정해 환자를 이송토록 한다.
 
현재 당직 의사에게는 주중 20만원, 주말 40만원, 전원받는 전문의에겐 건당 20만원의 수당이 책정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응급중증 뇌혈관질환 치료 전문가 네트워크 예시. 사진=대한신경외과학회

OECD 최하위 응급시술·수술 수가 획기적 인상 필요
 
다만 이 같은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응급시술·수술에 대한 획기적인 수가 인상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규 수술이 꽉 차있는 대학병원 전문의들만으론 응급중증환자 네트워크 운영이 어려운데, 수가 인상을 통해 중소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응급시술·수술에 뛰어들 유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 현재 뇌혈관 관련 응급시술·수술 수가는 일본의 4분의 1, 5분의 1정도에 그쳐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병원들은 수익도 안 되고 법적 소송에 휘말릴 우려도 큰 응급시슬·수술 자체를 반기지 않는다.
 
이번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전체적으로 모두 수가를 올려주면 대형 병원 의사들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지방의 중소병원 의사들이 동참하려면 응급시술·수술 수가를 4~5배 정도 올려 OECD 평균에는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 대학병원들은 현실적으로 낮에 정규 수술이 많으니 응급환자가 왔을 때 바로 수술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병원은 정규 수술 위주로 가고 중소병원은 응급수술 위주로 가는 게 맞다. 물론 진짜 어려운 응급수술의 경우는 큰 병원에서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 교수는 또 “병원 입장에선 수가를 올려야 수익이 늘어 의사, 간호사, 기사를 추가로 뽑아줄 것”이라며 “그러면 뇌혈관 전문의들이 적어도 3일에 하루 당직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서 사람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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