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의료인 비대면진료 지속 유인책 필요"...솔닥 "분절된 진료 환경 통합 시스템 필요"
선재원 나만의닥터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본2] 코로나19 이후 우후죽순으로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이 40여개까지 생겼다가 일부 회사는 자취를 감추거나 폐업한 곳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의 니즈를 보면 의료마이데이터 활성화, 의료기관에 혜택 제공, 통합시스템 도입 등이 있다.
27일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2025년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춘계학술대회’의 ‘원격의료의 확장 전략’ 세션에서 나만의닥터 선재원 대표는 국내 최초로 이 서비스를 출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마이데이터의 가능성과 한계를 공유했다. 해당 세션에는 선 대표를 비롯해 닥터나우 이슬 대외협력이사, 솔닥 이호익 대표가 연사로 참여했다.
의료마이데이터, 1차의료기관에 인센티브 부여해 연동으로 연결돼야
의료마이데이터는 개인 건강정보를 통합 조회해 본인이 지정한 대상에게 제공함으로써, 비대면 진료나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기반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보건복지부의 ‘건강정보 고속도로(본인진료기록열람지원시스템)’와 연동돼 의료진과 원활한 진료를 지원하는 기능으로 활용된다. 나만의닥터 사용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병원과 약국 방문 이력, 처방 받은 의약품, 예방접종, 건강검진 이력과 결과까지 모두 조회가 가능하다.
선 대표는 “나만의닥터가 의료마이데이터를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보다 안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만의닥터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한 의료진들로부터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환자들이 복용 중인 약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 확인이 가능해 진료에 큰 도움이 된다”, “특정 질환 여부를 미리 파악해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다”, “만성질환 환자 진료에 특히 유용하다”, “검진 데이터를 통해 혈액검사 수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등이 그 예다.
하지만 현재의 의료마이데이터 시스템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우선 조회 가능한 데이터의 기간이 짧다. 선 대표는 “진료·약제 정보는 1년, 수술·검사 내역은 3년 이내 자료만 확인할 수 있어,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가족 건강정보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있다. 그는 “자녀 건강정보조차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간 데이터 연동이 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며, 가족 간 위임이나 동의 기반 조회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회 가능한 항목 간 정보의 수준도 제각각이다. 선 대표는 “영상 검사는 소견만 볼 수 있고, 약 처방은 결제 내역만 확인 가능해 질환명이나 코드가 제공되지 않는다. 반면 수술내역은 사용된 거즈까지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MRI나 CT 같은 영상자료를 다른 병원에 전달해 재소견을 받고자 해도, 현 시스템으로는 지원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그는 의료데이터의 표준화 부족과 테스트 환경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선 대표는 가장 주요한 문제로 1차의료기관의 의료마이데이터 미연동을 지적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47곳은 모두 의료마이데이터 연동이 완료된 반면, 1차 의료기관은 (2023년 기준 의원급 약 55000곳 중) 800곳(1.45%)에 불과하다”며 “데이터 제공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해 참여율이 낮고, 이로 인해 1차 의료 중심으로 진료받는 환자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슬 닥터나우 대외협력이사. 이슬 닥터나우 대외협력이사 “의료인에게 비대면진료 유인책 필요"
이슬 닥터나우 대외협력이사는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비대면진료 국가정책 기준 중 단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작년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필요한 국가정책 표준 요소로 ▲의료인 역량 ▲의료기관의 관리 역량 ▲임상 역량 ▲기술 및 인프라 역량 ▲공공정책 및 규제 역량 등을 제시했다.
이 이사는 “한국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반대만 이어지다 보니, 정작 공공정책과 규제 역량이 취약해졌고, 비대면진료의 최소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캐나다 보건부 차원에서 비대면진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위험하지 않고 의료의 질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또한 의료인에게 비대면진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진료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기능하려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자 수가 필요하고, 의료인에게도 이를 계속 제공할 유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대면진료는 건강관리 및 예방 단계에 해당하는 ‘0.5차 의료’로 볼 수 있다”며 “1차의료와 상생하는 구조로 기능성을 확대해나가는 진료 형태로 인식이 전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호익 솔닥 대표. 이호익 솔닥 대표 “분절된 시스템 하나로 통합해야”
이호익 솔닥 대표는 맞춤형 원격의료 전략을 소개했다. 솔닥은 건설사나 지자체와 협력해 일반 아파트, 재개발 지역, 요양시설 등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협중앙회와의 협력해 어르신 대상 원격건강관리실을 운영 중이며, 일정 주기로 건강을 점검하고 이상 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며 “지자체와 협력해 ‘스마트경로당’ 모델을 확산 중이며, 도우미의 안내 하에 환자가 의사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K-텔레헬스 2.0은 하드웨어(AI Box)에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를 더해 고도화된 디지털 의료 인프라를 구현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현재는 환자 1명을 진료하기 위해 대시보드 7개를 띄워야 할 정도로 시스템이 분절돼 있다”며 “얼굴인식이나 지문인증만으로 자동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통합 시스템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진료 대기시간, 재검사 소요시간, 의료비용 등 의료진의 공수가 줄고, 대학병원 수준의 리포트를 지역에서도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료진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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