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17 19:54최종 업데이트 22.12.1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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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전 질병청장 "감염병 위기 대응에 ‘성공’은 없어...다음 팬데믹 대비할 때"

공공의학회 학술대회서 발표 "국민과 소통∙거리두기∙백신접종 등 쉬운 것 없었어...내년 상반기까진 종합적 계획 나와야"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감염병 위기 대응에서 ‘성공’은 없다. 성과를 발전시키고 문제는 해결방안을 마련해 보다 안전한 미래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5월 퇴임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16일 코트야드 바이메리어트 서울보타닉 파크에서 열린 대한공공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경험과 공공보건의료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전 청장은 지난 정부에서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진두지휘했으며, 현재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감염병정책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감염병 범부처 차원 대비해야...과학적 근거기반 투명한 의사결정∙소통 강화

정 전 청장은 범부처 차원의 대비를 강조하며 서두를 열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투명한 의사결정과 소통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감염병 위기는 건강 뿐 아니라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전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모든 국민들이 경험했다”며 “이는 뒤집어 말하면 보건복지부나 질병청은 물론이고 교육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법무부 등 전 부처가 함께 감염병 위기에 대비∙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특히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가중됐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들과 소통을 통해 신뢰가 형성돼야만 방역 당국의 각종 조치를 국민들이 신뢰하고 따라준다. 위기시에 소통을 통한 신뢰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전 확보, 회의자료 공개 등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적 의사결정도 보다 독립된 과학위원회와 분야별 체계적인 연구단을 운영하며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논란 많았던 거리두기 "정답 없어 어려웠다"...신종 감염병 백신 접종 전략 필요

정 전 청장은 이와 관련해, 논란이 많았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접종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과학적이냐’ ‘왜 건강 피해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로 전환 시키느냐’ ‘의료 대응을 더 잘하면 거리두기를 안해도 되지 않느냐’ ‘밤 9시와 10시의 차이는 뭐냐 ‘4명과 8명은 근거가 있느냐’ 등 굉장히 많은 이슈가 있었다”며 “나도 어떤 게 정답인지가 없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상황에 대해서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종 감염병은 그 특성상 초기에는 격리와 거리두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사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거리두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놔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대해 종합적 평가를 통해 근거 기반 매뉴얼, 법, 적절한 보상 방안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전 청장은 또 “백신 접종은 수급이 늦어졌단 지적이 있었는데, 허가가 나기 전에 사전 구매를 해야하는 문제, 다국적 제약기업과 협상∙계약을 해야하는 업무가 있었다. 이 외에도 신종 백신에 대한 이상반응 환자 지원, 모니터링과 조사, 인과성 평가와 적절한 보상 및 소통 부족, 백신 패스에 따른 차별과 접종 강요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며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접종 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반성과 평가를 거쳐 접종 전략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대규모 환자 발생시 신속∙유연 대응 어려워...의료대응 컨트롤타워∙전달체계 정비 중요

의료 대응 측면에서는 컨트롤 타워와 감염병 의료전달체계가 미흡했으며, 특히 단기간에 대규모 환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어려웠다고 했다. 밀려드는 코로자 환자들로 인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와 의료인력들의 소진 문제도 뼈아팠다고 지적했다.

정 전 청장은 “일시에 많은 환자가 생기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고, 그 와중에 코로나 환자, 비코로나 응급환자 모두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범위 내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게 중요했다”며 “어느 정도까지를 코로나 진료를 위해 남겨놔야 일반 진료가 가능한지와 같은 부분들이 굉장히 어려웠다. 또, 중환자와 감염관리 전문 인력들이 부족하고 소진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대응 컨트롤타워, 감염병 의료전달체계, 감염병 위기시 일반 환자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건소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필요...코로나 이후 위기빠진 공공병원 회복 계획 있어야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들이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정 전 청장은 “보건소는 감염병 업무를 담당할 조직과 인력이 부족하고 순환보직 인사제도 탓에 전문성도 부족하다”며 “감염병 업무는 민간이 할 수 없고,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이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 크다. 만성질환, 건강증진 업무보다도 훨씬 보건소의 역할과 책임이 큰 부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평시 대응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공병원에게 과도하게 의존한 동원체계와 반복되는 병상동원 지연 및 초과사망, 코로나 이후 공공병원의 위기 등의 문제도 있었다”며 “감염병 의료대응 체계 속에서 공공병원의 역할, 기능, 업무를 정비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병원의 회복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청장은 끝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준 교훈을 쉽게 잊어선 안 된다며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해 신속하게 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내년 봄이 되면 좀 더 많은 (방역 완화) 조치가 될 것 같은데 그만큼 또 (팬데믹이) 잊혀질 거라 생각한다지 금부터라도 그동안의 대응에 대한 평가와 종합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며 “범부처적인 이행 계획들이 마련 되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전까지는 가능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 희망”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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