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15 06:31최종 업데이트 23.09.1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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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야간·주말 초진 확대?…의약계 "환자 위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나?"

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 의약계 "보수적 접근"vs산업계 "대상자 확대" 입장 차 팽팽…복지부 "법제화 속도낼 것"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의약계와 산업계의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복지부도 3개월의 계도기간 동안 초진 확대, 재진 기준 개선 등의 민원을 반영해 비대면진료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의약계는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특히 일선 현장의 의사회와 약사회는 환자 안전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비대면진료의 야간과 주말에 초진이 확대돼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14일 서울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고 시범사업 개선 관련 의견을 수렴한 가운데 의약계와 산업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붙었다.

전문의약품 광고, 약물 오남용 등 환자 위해 '우려'…의료계 "재진환자 중심 원칙 지켜야"

먼저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부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시행되면서 상업적 목적으로 변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약사법상 금지된 전문의약품 광고가 범람하고,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또 불법의료 광고를 통해 환자 유인 행위를 유도했고, 의료 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의료는 환자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비대면진료 제도는 산업적, 경제적 활성화가 아닌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그간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뤄낸 5가지 대원칙을 존중하고 지켜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5가지 대원칙은 ▲대면진료 원칙 ▲비대면진료는 보조수단으로만 허용 ▲재진 환자 중심의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이다.

이 부회장은 올 8월 의협이 소속 회원 6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진료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의사 회원 대부분이 초진 비대면진료 절대 불가와 대면 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대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회원들은 또 비대면진료 중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사고 혹은 과오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필수 사안임을 강조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누적된 비대면진료의 결과물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며 이 검증을 바탕으로 각 전문가들이 참여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약사회는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고위험 비급여약이 약물 오남용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비대면진료가 고위험 의약품의 유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어 처분 정지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로 약사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에 의한 처방 중 절반 이상이 비급여 약을 포함하고 있고,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한 비대면 진료가 결국 비급여 의약품 유통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고위험 비급여 약들은 피부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기형아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약인데도, 비급여 약품이 보험 청구가 되지 않아 심평원에 자료를 보낼 의무가 없어 심평원 조차 관련 통계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 문제는 비대면 초진확대 여부와 관계 없이 바로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보건의료계는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상태라고 말함에도 산업계, 소비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다른 질환과 달리 발열, 몸살과 같은 정형화된 증상을 나타내고, 코로나 진단 도구가 있어서 전화 진료가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주장의 차이는 안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계는 단 한 건이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생기거나 단 한건이라도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생기면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비해 일반인은 심각한 사고가 없으면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전 인식을 바로잡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보건의료인과 정부 당국의 역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비대면진료 3년 시행, 안전성 이미 입증…환자 편의 위해 대상사 확대해야"

반면 산업계는 비대면진료가 이미 코로나19 기간 안전성 등을 담보했다며 환자 편의를 위해 빠르게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되지 못하면서 플랫폼 이용자 수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 이용 건수가 95% 이상 급감했다"며 "29개 플랫폼 기업 절반 이상이 비대면진료 사업을 종료했고 남은 플랫폼 역시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참여의료기관과 의료인의 고충도 심하다. 플랫폼으로 비대면진료를 요청하는 환자 100명중 진료가 완료된 분은 15명에 불과하다. 여전히 의료기관이 환자 확인과 진료 취소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 15% 환자를 위해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의료인이 어디 있겠나. 실제로 많은 의료인이 획일적 기준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도 불만이 많다. 자차 없이 이동이 힘든 경기도 외곽 환자들, 병원에 가려면 휴가를 써야 하는 환자들, 알레르기 등 급히 약이 필요한데 야간과 주말에는 재진 병원이 문을 너무 빨리 닫고, 열린 병원은 초진이라고 진료를 거부해 불편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장 회장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존재한다. 실제로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진료 중 비대면 진료는 전체 0.17%에 불과하다. 이런 측면에서 비대면진료가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비대면진료가 3800만건 이상 시행됐는데 안전성을 지적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 회장은 "플랫폼 업계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물론 부족한 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며 "의료계가 주도하고 정부가 관리하고 산업계가 지원하는 비대면진료 정착이 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비대면진료TF장 김성현 올라케어 대표는 "복지부는 가장 많은 이용자가 60세 이상으로 나왔는데 플랫폼 이용자는 60대가 1.6%로 낮고, 오히려 20~30세가 32.3%로 높았고, 31세부터 40세가 33.3%, 41세~50세가 16.8%라서 병원이 주도해 비대면을 진행할 때의 연령대와 플랫폼 이용자의 연령대가 상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언론에서 비대면진료 처방 비중이 비급여 의약품이 우세하다는 지적이 큰데 전체 처방 의약품 중 급여가 79.7%, 비급여가 20.3%로 급여 의약품이 더 높다. 특히 사후피임약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고 했는데 실제 처방전이 발생한 건수는 전체의 7.8%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 속 비대면진료 제도화 필요…"근거창출 위해 의료계 적극 나서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단체 안에서도 찬반으로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여러 논란 속에 시작된 시범사업이 3개월이라는 계도 기간 동안 진행되면서 갑자기 초진의 추진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며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30년 동안 입법이 되지 않았는데 초진 논란 때문에 입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는 "비대면진료에 가장 필요한 그룹이 지역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취약지다. 이 부분은 더 접근성이 보완돼야 할 것 같다. 재진 기준도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만성질환은 현재 1년에서 6개월로 절반으로 줄이고, 기타 질환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환자들과 이야기하면 초진 범위 확대 요구보다는 약 배송과 병원급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요구가 컸다"며 "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시범사업은 정말로 이 제도가 적절한 것인가를 따져보기 위한 것이므로 근거 창출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계가 걱정하는 것처럼 비대면진료가 정말 안전한가 따지기 위해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약계가 제기한 안전성 문제는 위험한 의약품을 제외하면 해결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학자의 입장에서 한국 의료가 지난 50년 동안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발전했고, 현재 의료기술 수준은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정책 환경의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부분이 원격기술이다. 다양한 나라가 선도적으로 원격진료, 원경상담, 원격 모니터링 등 원격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비대면진료를 둘러싸서 소비자가 위험한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전제로 논의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의료계, 비대면진료 안전성 검증 놓고 비판 봇물…"악결과 책임 누가지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을 찾아 질의했다.

한편 자유토론 시간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서울시약사회를 비롯해 일선 현장의 의사, 약사들이 현장을 찾아 정부와 패널에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이 정말로 검증된 것인지 재차 물었다.

특히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박민수 2차관을 직접 찾아 "일부 패널들은 비대면진료가 전혀 문제 없다. 빨리 해야한다는 입장인데, 혹시 소아를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시행해 아이들이 사망하면 본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실 것이냐"고 질타했다.

서울시약사회 관계자도 "3개월이라는 계도기간 동안 정부의 지침을 지키지 않는 부분이 거의 50% 이상이었다. 사설 플랫폼에서는 초진에 대한 제한도, 재진 기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 등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것들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코로나19때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면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하는데, 코로나19는 국가 전염병 위기 단계였다. 의원급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국민을 위해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가 책임을 져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현재 필수의료는 100명의 환자를 잘 봐도 한 명의 환자를 잘 못보면 형사처벌을 받는 세상이다. 한 번의 실수로 형사처벌을 받는 세상인데 야간, 휴일에도 초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 아주 간단한 질병이면 모르겠지만 한 명이라도 실수가 생겨 악결과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누가져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또 박 회장은 "플랫폼 업계는 20~50대 환자가 많이 이용했다는 통계를 얘기했다. 원래 비대면진료는 만성질환자가 주로 활용하는게 원칙인데 20~50대 환자가 무슨 질환을 진료받기 위해 비대면진료를 이용했을지 궁금하다. 사실상 불법적 이용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내과 의사는 비대면진료에서 초진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패널토의 이후 "복지부는 정부로서 전체를 보고 정책을 해야 하는데 비대면진료가 사실상 의료법상에 존재하지 않아 비대면진료 통계를 얻기 힘들고, 산업계에 자료를 요청하기에도 법 근거가 없다"며 "조속히 법적 근거가 마련돼서 전반적 법 통계를 가지고 정책에 임할 수 있으면 보다 근거있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차 과장은 "결국은 근거가 창출이 돼야 시범사업이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공청회 이후에도  의사회와 약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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