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02 12:46최종 업데이트 21.12.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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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칼럼] 박선영 전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소화기기능학회 변비위원회 이사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대한소화기기능학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반복적인 소화기 증상을 나타내지만 객관적 검사에는 이상이 없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전문가들의 '릴레이 칼럼 및 희귀질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기능성소화불량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변비, 위식도역류질환과 같은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흔히 발생하지만 잘 낫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매우 나쁘게 만듭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다양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질환 정보 및 최신 연구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환자도 의사도 답답하고 괴로운 병, 기능성 위장관 질환
②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식이·생활습관 조언
③이해가 필요한 위식도역류질환의 유지요법
④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원인
⑤소화불량과 역류 증상 환자에서 올바른 식이요법
⑥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소화기 기능성 질환
⑦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궁금증 해결을 위한 Q&A
⑧만성 변비,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간혹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변비가 너무 심해 소화기내과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료하게 된다. "아니 변비가 얼마나 심하면 대학병원까지 가는 거야?"라고 황당해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심한 변비환자는 건강인에 비해 결근이 더 잦고 출근을 해도 업무에 장애를 받는 등 삶의 질은 매우 낮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변비 환자수는 2011년 57만 9000명, 2020년 63만 6000명으로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왜 이렇게 변비환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을까? 나이에 따른 몸의 노화나 직장 스트레스, 무분별한 다이어트, 과도한 약물 복용, 계절에 따른 변화, 나쁜 배변 습관 등으로 일시적으로 변비가 올 수 있으나 이와 다르게 오랜시간동안 변비 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있다. 문제는 다양한 변비의 원인을 짧은 진료 시간의 환경에서 간단한 병력 청취만으로 변비의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변비 환자의 관리 및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환자 증상의 병태 생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변비 환자에서 치료를 가이드할 수 있는 변비의 병태생리를 파악하는데 어떻게 진료실에서 문진하고 검사 방법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 다루고자 한다.

​변비는 크게 원발성으로 발생하는 경우와 다른 질환에 의해 이차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즉 변비 환자를 접근하는데 있어서 첫 걸음은 변비의 이차성 원인을 파악하기위해 경고 증상을 확인하고 다양한 기질적 질환, 약제, 전신 질환으로 인한 것인지 감별하는데서 시작한다. 대장암을 비롯해 대사질환 (당뇨병, 요독증), 내분비 질환 (뇌하수체기능 저하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근육병증, 신경계질환 및 약제 등이 대표적으로 변비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들인데 대장 내시경 검사, 혈액검사 혹은 영상학적 검사등을 통해 이런 기질적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다른 질환에 의해 발생하지 않고 대장의 운동 기능 이상이나 항문 직장 기능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를 원발성 변비 혹은 특발성 변비라고 부른다.

​환자들이 변비라고 생각하는 증상은 매우 주관적이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배변할때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과도하게 딱딱하거나 불완전한 배변감이 있는 경우, 항문 직장 폐쇄감이 있는 경우, 일주일에 배변 횟수가 3번 미만인 경우를 변비라고 할 수 있다. 원발성 변비를 병태 생리에 따라 크게 서행성 변비와 배변장애형 변비로 나눌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맹장에서 항문까지 대장내에서 이동이 느린 것인지, 아니면 대장내에서 이동은 잘 되는데 마지막 배변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로 나눠본 것이다. 변비 환자에서 서행성 변비가 약 30%, 배변장애형 변비가 약 30%, 그리고 두가지의 병태생리를 같이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30%에서 관찰된다. 만성 변비, 특히 통상적인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변비 환자에서는 원인을 평가 하기하기 위해 생리 기능검사 등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때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문진과 신체 진찰을 통해 병태생리를 유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서행성 변비는 장의 운동이 느려져서 생기는 변비로 전형적으로 배변 횟수의 감소가 보이고, 대변의 굳기가 단단해진다. 환자는 배변하고 싶은 욕구를 잘 느끼지 못하고 복부 팽만감과 불편감을 흔히 호소한다. 따라서 환자에게 배변 횟수 뿐만 아니라 배변의 굳기를 확인하는 것이 장통과 시간을 추정해 서행성 변비를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문진과정에서 브리스톨 대변 형태 분류 (Bristol Stool Form Scale, BSFS)를 이용하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양에서는 브리스톨 형태 1형과 2형을 변비로 여기지만 동양 환자들은 3번까지도 변비로 간주하는 경향이다. 이 브리스톨 형태는 대장내 이동속도와 연관성이 좋아서 1형에 가까울수록 대장 이동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면 된다.

서행성변비의 흔한 원인으로 적은 식사량과 불충분한 식이 섬유소 섭취인 경우가 많으므로 환자의 식사량과 식이섬유 섭취량, 수분 섭취량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신체 활동의 감소가 장통과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신체활동 등에 대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배변 장애형 변비는 항문직장의 기능적 이상때문에 직장까지 내려온 대변을 배출시키지 못하거나 항문직장의 해부학적 이상으로 변 배출이 잘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변의 단단한 정도가 굳지 않아도 배변시 과도한 힘을 사용하거나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경우 의심을 해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해결 하기 위해 손가락을 사용해 항문 주변을 마사지 하거나 항문 관장을 흔히 사용하는 경우 의심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이와 같은 증상에 대해 문진을 하는 것이 배변 장애형 변비를 선별해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보통 환자들이 이런 상세한 내용을 말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에서 골반저의 긴장도가 증가돼 있어 치질 혹은 치열의 발생도 증가하며 직장 중첩증, 직장류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외래 진료실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 의사들이 잘 하지 않는 검사가 바로 직장수지검사다. 직장수지검사는 우선 프라이버시가 잘 확보된 공간에서 시행해야 하며 환자를 좌측으로 눕힌 후 먼저 외부 형태를 관찰한다. 이어 항문에 손가락을 부드럽게 삽입하고 환자에게 변을 보는 것처럼 힘을 주도록 하면서 항문 조임근 수축이나 회음부 하강 및 상승을 확인한다. 이때 역설적으로 항문조임근이 수축을 하는지, 또 회음부는 적절하게 하강하는지 확인해 배변 장애형 변비를 감별하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직장수지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이는 경우 배변 조영술 혹은 직장 항문 압력 검사 등을 통해 확진할 수 있다. 임상에서 이런 감별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배변 장애형 변비의 경우 약물 치료에 제한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피드백 (Biofeedback therapy)과 같은 전혀 다른 치료적 접근을 해야만 증상의 호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령화 사회, 이로 인한 여러 약제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변비로 인한 진료비 추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쁜 진료실에서 환자의 변비 증상에 대해 약간의 시간을 들여 문진과 신체 검사를 한다면, 그리고 잠깐 시간을 내어 직장 수지검사를 시행한다면 변비에 대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데 많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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