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19 06:44최종 업데이트 19.06.1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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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간 70대 치매발병률 6% 낮추겠다"…치매예방 ‘수치 목표’까지 내세운 일본, 과연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센터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웅철 칼럼니스트] 치매는 과연 예방할 수 있는 걸까.

‘치매 대국’ 일본 정부가 최근 내놓은 치매 예방 대책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치매 가족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관련 대책은 일단 ‘철회’되기는 했지만 파문은 여전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 걸까.

문제의 대책은 국가의 치매정책의 근간이 되는 치매대책 대강(大綱)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6월 중 치매인구 증가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춰 새로운 ‘치매 대강’을 결정할 예정인데, 최근 그 초안이 공개됐다.

핵심 내용은 ‘치매 예방’을 치매 대책의 중요 실천과제로 내세운 것. 

대강은 그러면서 ‘향후 10년에 걸쳐 70대의 치매 발병 나이를 한 살 늦추겠다’는 수치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70대 치매 인구가 약 10%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치매 대책과 관련해 수치목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강은 또 2025년을 목표실천 1차 기간으로 잡고, 향후 6년간 70대 치매발병률을 6% 낮추겠다고 제시했다. 

대강의 초안에는 치매예방을 위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운동부족과 사회적 고립이 치매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사회 참여의 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는 마을 공원이나 마을회관에서의 스포츠 교실과 다양한 교육 강좌 등을 적극적으로 설치해 고령자들의 참가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아직 치매 예방과 관련한 의료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치매 예방에 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치매 예방과 관련한 민간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 인증 등의 체계를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예방 이외의 치매대책으로 먼저 기업과 지역에서 치매서포터를 2020년까지 1200만 명 양성하고, 의료 및 요양 관련 기관의 ‘치매 연수프로그램’ 100% 도입을 추진하며, 지자체의 ‘사전 본인 의사표명 확인’ 실시율 50%를 달성토록 했다.

치매질환 의료센터를 전국에 500개소 설치하고 치매대응 연수수료자 주치의 9만 명, 치과의 4만 명, 약제사 6만 명, 간호사 4만 명 확보와 치매 대응 재활프로그램 개발 등 의료 관련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의 치매정책을 총괄하는 후생노동성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치매 인구와 관련한 새로운 추계도 내놓았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 고령자(65세 이상 인구) 7명중 1명(약 52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일본 베이비부머(단카이 세대, 1947~49년 출생 약 700만 명)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는 치매 환자가 약 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현재 치매대책은 2015년에 마련된 치매 국가전략, 이른바 ‘신(新)오렌지 플랜’이다. 일본에서는 치매정책을 ‘오렌지 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신 오렌지플랜은 주요 치매대책의 일환으로 지역사회의 ‘공생’(共生)을 강조, 치매 서포트 주치의, 시민 서포터 양성(2025년 1200만 명 목표)을 추진해 왔다.

이번에 마련하는 ‘치매 대강’은 신오렌지 플랜을 대체하는 정책으로 ‘공생’과 ‘예방’이 2대 주요 목표로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치매 예방 수치목표까지 제시한 정부의 ‘공격적인’ 치매 대책에 대해 여론은 따가웠다. 치매 상황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치매예방과 관련한 수치목표가 치매에 대한 큰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인 것이다.

아직 치매에 관한 치료나 예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수치목표는 마치 예방 활동을 열심히 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다.

실제로 치매 가족 등 관련단체는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열심히 예방에 힘썼던 고령자가 치매에 걸리면 자신은 낙오자가 되었다는 패배감에 자신감까지 잃게 된다”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매스컴에서까지 수치목표가 제시되면서 치매 환자를 ‘자조노력이 부족한 사람’, ‘사회의 짐’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후생노동성은 ‘치매 대강’ 본문에 수치목표를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참고자료로 첨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강에 치매 예방이 강조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치매와 관련해 ‘자조’(自助)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흘러 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처음으로 치매예방 지침을 만들어 공표했는데, 일상적인 운동, 금연, 적정한 혈압유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당뇨병치료 등을 예방 안으로 추천해 눈길을 끌었다.

운동과 관련해 65세 이상은 인지기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1주일에 15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고했다. 과음을 피하고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비타민B나 E, 불포화지방산 등의 건강보조제는 치매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불분명해 추천하지 않기도 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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