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2023년 3월 취임한 제11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이 재임 기간 동안 의료계가 지적한 심사기준을 손질하고, 의료현장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심평원의 운영 기조 변화를 이끌어왔다. 그 과정에서 '심사기준개선추진단'을 운영하며 의료계 요구를 반영한 급여기준을 마련했고, 희귀·중증 분야에서는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심사체계를 일부 조정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강 원장은 4일 원주 심평원 본원에서 열린 전문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임기 동안의 주력 사업과 정책 변화를 소개했다.
강 원장이 재임 기간 내세운 정책 변화의 핵심은 심사기준 개선이었다. 의료현장에서 불합리하다고 지적돼 온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취지로 심평원은 심사기준개선추진단을 신설했고, 강 원장이 직접 단장을 맡아 학회·협회 등과 접점을 넓혔다.
강 원장은 "2024년부터 2년에 걸쳐 의료현장에서 제기한 심사기준 개선 총 758건을 검토했고 이 중 362건을 해결했다"며 "의학적으로 근거가 명확한 178건은 심사지침과 급여기준 고시 등으로 반영했고, 오해나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184건은 학회나 협회를 통해 상세히 안내해 의료계 이해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2년간 의료계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심사기준 개선에 적극 소통한 결과, 개선 과정에 참여한 학회와 협회의 약 85%가 만족도 조사에서 심사기준 개선 노력에 따른 변화와 체감도,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2024년 1월 '건강보험혁신센터'를 설치하고 필수의료 공급 강화를 위해 저보상 영역의 고위험·고난도 수가 2000여개를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필수의료 인프라 유지, 지역의료 협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불방식을 적용한 대안적 지불제도 시범사업을 도입해 운영 내실화를 도모했다. 이 외에도 포괄·신포괄·행위별 등 지불제도별 효과 분석을 통해 지불제도 개편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원장은 "진료비 지불제도별 효과평가 등 심층분석 연구용역 제안에 따라 현 행위별 수가제 개편을 위해 CPEP 정교화 등 상대가치 지불제를 검토 중이며, 묶음지불제와 관련해 병행수가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건강보험혁신센터는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중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수가별 급여제도의 평가를 실시하고, 건강보험 재정효율화와 성공적인 지불제도 개혁을 위해 시범사업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정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상대가치점수 조정 구조의 주기를 단축하고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해, 검사를 많이 해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를 탈피하겠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필수의료의 범주에 대해 “정의가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는 않다”고 언급하면서도 “사실 모든 진료과는 필수의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응급·중증·입원·수술 중심 분야이자 법적 위험이 큰 진료과는 주요 필수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신경외과의 뇌수술, 흉부외과의 심장·폐 수술, 외과의 고위험 복부수술, 산부인과, 소아과 등을 주요 필수과로 꼽았다.
강 원장은 "그간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수가 조정 등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필수 진료과는 회생이 쉽지 않을 정도로 무너졌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황을 잘 분석하고 원인을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수과 붕괴 원인으로는 ▲수가 ▲법적 리스크 ▲전공의 부족과 지원인력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강 원장은 "인력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법적 리스크 완화와 수가 대폭 개선이 핵심"이라고 했다.
강 원장은 "법적 리스크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형사적 책임 완화와 민사소송 문제는 수가 대비 소송가액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수가를 올려달라고 하지만 실제 수술비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에 따르면 2024년 총진료비 116조원 가운데 전체 진료과 처치 및 수술료는 8조3000억원이며, 이 중 수술료는 약 3조20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신경차단술 진료비는 2조9000억원(2.5%)으로 수술료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에 강 원장은 필수의료의 핵심인 수술이 건강보험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하며, 수술료를 현실적으로 상향하고 주요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한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답이 없다며, 경증·과잉 진료에서 새는 지출을 줄여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중증·응급 중심 필수의료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경증 진료비가 18조원에 달한다. 이를 중증으로 우선 전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경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급여 등도 우선 순위에 고려할 수 있다"며 "병원에서 입원실과 수술실 등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고가 영상 검사와 검체 검사를 많이 하는 등의 관행이 없어지도록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자문기구 넘어 심사기준 개선 중심축으로…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유지 위해 힘쓴다
강 원장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가 단순히 자문 기능에 그치지 않고, 심사기준 개선과 적정 진료 유도를 위한 기준 정비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요양급여비용 심사,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고시 및 지침 개선 등을 위해서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명확한 기준과 책임성이 요구된다"며 "제도와 의료현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를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상근·비상근 등 전문인력이 모여 운영된다"며 "세계적으로 이만한 규모의 전문인력을 둔 기관은 없다. 전문 인력을 갖춘 만큼 그만한 일을 해야 한다. 자문역할만 할 거면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심평원은 진료심사평가위원이 심사기준 개선 등에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심사평가조정실'을 구성하고 '전문심의' 절차를 신설하는 등 위원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했다.
강 원장은 "2025년 진료심사평가위원이 심사기준 개선 등에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 역할 재정립을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진료심사평가위원장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급변하는 의료현장의 적시성 있는 제도 개선·적용을 위해 건강보험제도와 의학지식의 선구자로서 심평원과 의료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