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4.03 06:16최종 업데이트 24.04.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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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협-전공의 간 협상테이블이 당분간 마련되기 어려운 이유

이미 총선 민심 정부 편에서 떠난 상황…대통령 메시지, 의료계 협상테이블 앉히기 명분 부족

지난 31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해 전공의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까지 밝혔지만 실제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은 묘연해 보인다.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과 별개로 문제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화 요청이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입장 유지한 채 대화 여지만…"대화 진정성 의심할 수 밖에"

3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그동안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측에 물밑 협상 요청을 몇 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가 2000명 정원 증원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여지가 없다는 게 대화 거부의 이유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대통령 담화문 발표나 전공의에 대한 대화 요청도 의료계를 협상테이블에 앉히기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우선 대통령 담화문을 살펴보면 "의료계가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는 나왔지만 대통령은 51분 담화문 중 대다수 내용을 2000명 증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특히 전공의 사직에 대한 비판 논조 역시 여전했다.

의대정원 증원과 사직한 의료인들을 비판하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한 채, 대화 여지만 열어둔 것이 이번 담화문의 핵심인 셈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대통령실 공지 또한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대전협 측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의대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대화만'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갈등 중재 책임론'을 의식한 정부가 대화에 나서는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존 의대정원 증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에선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미 총선 민심은 정부 편 떠나…'원점 재논의' 등 조건 없다면 대화 어려울 듯 

의-정 대화가 당분간 이뤄지기 힘든 더 큰 이유는 총선 민심이 이미 정부 편을 떠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간은 더 이상 정부 편이 아니다.

여론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발표된 후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2월부터 줄곧 정부 측에 긍정적이었다. 의료개혁을 통해 정부가 이번에야 말로 의사 수를 늘려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의정 갈등이 본격적으로 장기화된 3월 이후론 여론이 바뀌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전공의와 교수 사직 등 의료대란을 해결하지 못한 정부에게 비판의 화살이 쏠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월 이후 5주 연속 하락세다. 

즉 의협이나 대전협 입장에선 이미 판세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원점 재논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대화하겠다'는 전향적인 조건을 내걸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정계 상황에 밝은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논의해볼 수 있다' 정도 메시지론 현재 상태에서 의료계를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어렵다. '2000명 증원 규모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하자', 혹은 '원점 재논의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논의하자'는 정도 메시지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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