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순간부터 진료는 시작된다. 걸음걸이와 방향을 바꾸는 모습, 의자에 앉고 일어나는 동작에는 환자의 균형과 근력, 신경 기능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행은 척추질환뿐 아니라 파킨슨병과 뇌졸중 등 다양한 뇌·신경질환의 기능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뇌와 척수, 말초신경, 근육과 관절이 함께 만들어내는 움직임인 만큼, 최근 영상검사와 신경학적 진찰에 AI 기반 보행분석을 더해 환자의 기능 저하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참포도나무병원도 AI 기반 보행분석 솔루션 '뉴로게이트'를 활용해 치료 전 기능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검사 결과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는 참포도나무병원 이동엽 병원장을 만나 뉴로게이트가 실제 척추 진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와 보행분석의 뇌·신경질환 분야 확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이동엽 원장 인터뷰 동영상]
"진료실 들어오는 걸음부터 본다"…경험에 의존하던 '기능평가' 뉴로게이트로 객관화
이 병원장은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걸음을 보게 된다"며 "걷는 모습과 방향을 바꾸는 모습, 의자에 앉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가 어떤 기능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의료진의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어 치료 전후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거나 환자에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참포도나무병원은 환자의 보행 상태를 정량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뉴로게이트를 도입했다. 뉴로게이트는 보행 속도와 보폭, 좌우 균형, 발바닥 압력 분포, 보행 주기 등을 분석해 환자의 기능 상태를 수치와 데이터로 보여준다.
이 병원장은 "환자가 느끼는 불편과 진찰에서 확인한 소견을 조금 더 객관화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했다"며 "뉴로게이트를 통해 보행 속도와 보폭, 좌우 균형, 발바닥 압력 분포, 보행 주기 등을 함께 확인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진에서는 환자의 현재 기능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할 때도 기능평가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치료 이후에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함께 보행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면서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척추질환을 단순히 뼈와 디스크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행은 척추와 신경뿐 아니라 근육과 관절, 균형감각이 함께 작동한 결과인 만큼 환자의 실제 기능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영상검사와 보행분석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치료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병변의 위치와 위험도,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는 정도, 기능 저하를 일으킨 원인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뉴로게이트 시연 사진. 사진=참포도나무병원
이 병원장은 "환자에 따라 객관적인 검사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할 때도 있고, 증상과 기능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할 때도 있다"며 "경추나 흉추처럼 중추신경계 병변은 현재 기능이 유지되더라도 향후 악화 가능성이 크다면 영상을 근거로 치료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반대로 영상으로 환자의 불편을 설명하기 어렵다면 정신건강 문제나 생활환경, 자가면역질환 등 척추 외 원인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병원장은 약 2년 동안 보행장애를 겪은 70대 여성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보행분석과 신경학적 진찰, 혈관검사 등을 종합해 치료 방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환자는 100~200m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 쉬어야 했고, 심장질환과 암 수술 병력까지 있어 보행장애를 단순히 척추 문제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병원장은 "MRI에서 협착이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보행분석과 신경학적 진찰, 하지 도플러 초음파를 시행해 혈관 문제를 배제한 뒤 MRI와 기능평가 결과를 종합해 요추 4·5번 부위 척추관협착증을 보행장애의 주된 원인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미경 수술 이후 환자가 느끼는 증상뿐 아니라 보행 기능도 함께 좋아졌다"며 "100~200m도 걷기 어려웠던 환자가 치료 후에는 걷는 거리가 크게 늘고 균형도 안정되면서 일상생활이 훨씬 편해졌다"고 부연했다.
이어 "치료 전후 보행 변화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면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의료진도 치료 경과를 설명하기가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참포도나무병원 이동엽 병원장
"보행은 신경계 기능 보여주는 지표"…파킨슨·뇌졸중으로 활용 확대 전망
이 병원장은 보행분석의 활용 범위가 앞으로 척추질환을 넘어 다양한 뇌·신경질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보행은 척추질환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뇌와 척수, 말초신경, 근육과 관절이 함께 작동한 결과가 보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질환은 달라도 신경 기능의 변화가 걸음걸이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는 보폭이 짧아지고 보행 속도가 느려지며 몸이 굳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 환자는 좌우 균형이 무너지고, 말초신경질환 환자는 감각 저하로 발을 제대로 디디지 못하는 등 질환에 따라 서로 다른 보행 변화가 나타난다.
정상압수두증이나 뇌종양, 뇌출혈 등 여러 뇌질환에서도 병변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어 기능 변화를 평가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병원장은 과거 대학병원에서 뇌질환과 뇌수술을 담당한 경험을 언급하며, 뇌질환 진료에서 보행 기능평가의 활용도가 더욱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척추질환뿐 아니라 뇌질환과 뇌수술도 담당했지만, 현재는 파킨슨병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뉴로게이트를 적용한 경험은 없다"면서도 "만약 파킨슨병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였다면 뉴로게이트를 많이 활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파킨슨병은 약물에 따른 보행 변화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은 '잘 걷는다'고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전후 보행 변화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뇌질환을 보는 의료진이 보행 기능평가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참포도나무병원이 AI 첨단의료혁신센터를 구축한 것도 뉴로게이트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진료에 연결하기 위해서다.
이 병원장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병원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근거 있는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앞으로는 영상뿐 아니라 환자의 움직임과 생체신호, 생활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검사 결과라도 환자의 나이와 직업, 생활환경, 생활습관, 수면, 증상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AI는 의료진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료진이 더 많은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도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