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26 12:05최종 업데이트 21.05.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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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법부에 바란다…의사들의 전문성과 선의를 훼손하는 입법이 계속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칼럼] 이상호 대구광역시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과거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했던 진나라가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처럼 법은 한 국가의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치는 법을 이용해 그 뜻을 이룰 수 있지만, 그 대상의 근본적 차이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정치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법을 만들 때는 권리와 이익 사이에 놓인 이기적 개인, 사악하리만큼 이기적인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법조문 한 구절이 바뀜에 따라 한 개인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직에 관한 법률의 경우 그 위치에 도달하기까지의 투자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에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

과거 의료법 일부에 특정 장비를 설치 시행하기 위해서는 특정과의 전문의를 두도록 하는 규칙 하나가 한 과의 부흥을 이끌기도 했고 의과에 대한 일방적 규제로 한방 진료비가 의과와 맞먹는 자동차보험의 기형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건강보험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4% 정도이지만, 자동차 보험의 경우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일반 국민은 법을 잘 모르고 상식의 수준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개인의 직업에 관계되거나 전문분야 직역의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경우 엄청난 갈등이 발생한다. 법을 만들 때는 항상 그 법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전문직에 관한 법률의 경우 상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현재 대리수술이 문제가 되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여론이 높아서 수술 영상까지 촬영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국회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상식의 영역에서만 판단한다. 하지만 전문가인 의사 특히 외과 전문의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수술이라는 것은 모든 집도의가 똑같은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위암 수술을 위해 개복을 했는데 아주 일부 복막의 전이 소견이 보이는 경우 어떤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지는 집도의의 판단이다, 정답은 없다. 첫째는 그냥 수술을 진행하지 않고 바로 배를 닫고 수술을 그만두는 것이다. 수술이 환자에게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는 완치를 위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위절제술뿐만 아니라 대동맥 주변 림프절 곽청술과 복막 항암 화학요법이나 복막 절제술 같은 여러 가지 선택을 통해 완치를 위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두 방법의 선택은 오롯이 집도의의 판단이다. 수술실 안에서 수술의 위험성과 완치 가능성을 비교해 내리는 수술 선택을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할 수 없다.

만약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어 모든 수술 영상이 녹화되는 상황에서 환자의 결과가 나쁜 경우, 초기 심각한 합병증이나 사망 가능성이 있고 위험하지만 완치를 위한 수술을 왜 시행했으며 그 과정에 잘못된 점을 찾아 의료사고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잦아지면 공격적인 외과 의사는 없어질 것이다. 아무도 100%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외과 의사는 없다. 최선을 다해 보지만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우리 국민은 자신도 모르게 암에서 완치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또한 수술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 볼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환자와 의사와의 계약이고 그 계약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평등성으로 인해 정부가 개입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지만, 과도한 개입은 결국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계약 관계에 있어 의사의 채무는 결과 채무가 아니고 수단 채무이다. 이는 현대의학의 최선의 치료를 할 의무는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의사들의 전문성과 선의를 훼손하는 입법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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