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위·수탁 개편시 내과, 10년 내로 소아·산부인과 따라간다…공익감사 청구 준비 중"
전국의사협의회, 11일 창립식 개최…"진찰료 인상이라는 말만 믿고 따라가면 또 속게 될 가능성 커"
대한의사협회 범대위 위수탁대응위원회 성세용 위원(시흥시의사회 총무이사, 내과 개원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미 내년부터 검체 수가 20% 인하가 예상된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30~50%까지 언제든지 깎일 수 있다. 이 상태로 가면 5~10년 내로 제2의 소아과, 산부인과 사태가 내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개편안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전국의사협의회가 11일 "개편안 강행시 공익감사 청구와 고시 시행 금지 가처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및 질 관리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위탁검사 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내에서 위∙수탁 기관별 수가를 신설한 뒤 위∙수탁 기관이 각각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한의사협회 범대위 위수탁대응위원회 성세용 위원(내과 개원의)은 이날 전국의사협의회 창립식에서 "복지부가 검체와 영상 수가, 진찰료 원가 분석을 한 결과, 실제 수가가 원가 대비 과도하게 보상돼 있다고 한다. 병원은 200~250%, 개원가는 150~170% 과보상된 것으로 조사된 반면 진찰료는 여전히 60~65% 수준의 저수가"라고 설명했다.
성 위원은 "정부 계획은 '검체·영상 수가를 깎아서 저보상된 진찰료에 재배분하겠다'는 것인데 의약분업 이후에도 진찰료를 잠깐 올리는 척하다가 다시 깎았다. 매년 수가협상에서 1~4% 올려주는 수준인데, 과연 우리가 잃는 만큼 진찰료로 제대로 돌아올지 의문"이라며 "결국 진찰료 인상이라는 말만 믿고 따라가면 또 속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국의사협의회 임현택 회장은 정부가 스스로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 조차 뒤집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복지부가 의뢰한 고려대 연구에서도 이 문제는 리베이트가 아니라 분배 문제라는 점이 명확했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위·수탁기관의 계약은 자율 영역이지,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거나 처벌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위탁 배분 비율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의료기관 간의 계약 자유를 빼앗고 결국 수가를 언제든 후려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과연 의료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부 재정을 지키기 위해 일선 의사를 몰아붙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전국의사협의회 임현택 회장.
제도 개편으로 인해 내과계가 제대로 직격탄을 맞아 기피과로 전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성세용 위원은 "내과는 진찰과 검체검사를 통해 진단·치료하는 과다. 단순 진찰만으로 내과 질환을 모두 판단할 수 없다. 검체검사는 내과에서 필수적인 무기"라며 "검체 수가가 과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낮아지고, 배분율까지 평균보다 낮게 정해지면, 내과계는 아주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내년부터 검체 수가 20% 인하가 예상된다고 들었다. 시작일 뿐이다. 30~50%까지 언제든지 깎일 수 있다. 이 상태로 가면 5~10년 내로 제2의 소아과, 산부인과 사태가 내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 수익을 위해 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내과에서 검체검사를 포기하는 순간, 1차 의료에서 제대로 된 감별·치료가 어려워진다. 결국 환자들은 뒤늦게 대형병원에 몰리면서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이 제도를 시행하면 내과가 손해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검체 수가 삭감과 재배분으로 이비인후과, 소아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가 피해를 본다. 다만 다른과는 특성에 맞는 시술·행위가 있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다"며 "내과는 다르다. 뚜렷이 콕 집어 보상할 수 있는 시술 항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개편안을 강행할 경우 체계적인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임현택 회장은 "우리는 이번 문제를 단순한 구호 이상으로 법과 제도를 활용하는 전면전으로 갈 생각이다. 현재 공익감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8000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했는데 그 결과와 반대로 정책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 청구에 많은 민초의사들이 함께 할 예정이며 고시가 확정되면 행정법원에 고시 시행 금지 가처분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대해 임 회장은 "의협 김택우 집행부는 복지부 하수인 역할을 자처해 필수의료 과목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위수탁 개편안을 쉬쉬하며 일사천리로 수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