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10 06:41최종 업데이트 22.06.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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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재료 재사용 부르는 '정액수가'...품목별 보상 및 목록화 필요

3대경하 수술 시 사용 치료재료 묶음으로 상한금액 산정...실제 사용 품목 및 재사용 여부 '깜깜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지정훈 수가개선분과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기기업계에서 여러 치료재료들을 한 데 묶어 보상하는 정액수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9일 협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3대경(복강경·흉강경·관절경) 정액수가 제도와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정액수가 개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액수가는 치료재료를 개별적으로 보상하지 않고, 사용되는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묶어 만든 코드다. 개별 제품에 대한 명칭, 업체명, 개별 보험상한금액 등이 없고 묶음 금액만 제시된다. 통상 치료재료가 업체의 제품별로 개별 보험코드와 상한 금액 등을 갖는 것과 다른 점이다.

특히 정액수가 등제 품목 중에서도 청구량이 가장 많은 것이 3대경(복강경·흉강경·관절경)인데, 의료기기협회 보험위원회 지정훈 수가개선분과장은 3대경 정액수가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 분과장은 먼저 사용된 제품 파악이 어렵다는 부분을 꼽았다. 개별 코드를 가진 제품은 제품별 청구를 통해 특정 제품이 얼마나 사용됐는지 확인이 가능하지만 정액수가 하에선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실제 의료현장에서 3대경 수술시 어떤 제품들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는 ‘깜깜이’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제품 사용 현황 파악이 어려운 관계로 일회용으로 허용된 치료재료들이 여러 차례 재사용되는 등의 부작용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3대경하 수술에 사용되는 치료재료에 대한 감시 기전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은 비용 절감을 위해 치료재료 재사용이라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환자 감염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외에 정액수가에 포함되는 치료재료는 별도 청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 및 도입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다.
 
3대경 정액수가(위)는 개별 제품에 대한 명칭, 업체명, 개별 보험상한금액 등이 존재하지 않고 묶음 금액만 제시돼 있다. 자료=의료기기산업협회

3대경 정액수가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윤일규 의원은 심평원이 2006년 복강경, 흉강경, 관절경 수술에 사용하는 치료재료 비용을 고시한 후 한 차례도 개정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치료재료 재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순차적으로 3대경 정액수가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끝에 올해 초 정액수가 개선안을 내놨다.

3대경 정액수가를 인상하되,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 금액을 행위수가로 편입시키는 내용이다. 최종적으로 5년 후에는 해당 정액수가를 삭제해 모든 금액을 행위수가로 보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복강경(23만9000원→64만1000원), 흉강경(17만7000원→35만원), 관절경(32만원→48만4000원) 정액수가가 적게는 16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가량 늘어난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개선안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간 의료기기업계는 정액수가로 묶인 치료재료들에 대해 각각 청구코드를 만들어 개별적으로 보상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지정훈 분과장은 “이번 개선안은 정액수가가 묶음으로 돼 있는 데 따른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다”며 “여전히 사용된 제품의 종류, 수량 등을 파악할 수 없고 일회용 제품의 재사용 가능성 문제도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상 금액 자체도 일회용 제품의 재사용을 막을 정도로 충분치 않은데다 정액수가가 인상되더라도 실제 업체들이 혜택을 볼 수가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가령 의료기관들 입장에선 정액수가 금액이 올라가더라도 일회용 제품의 재사용을 자제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3대경 정액수가내 개별 품목에 대한 별도 보상을 요청했다. 모든 품목에 대한 별도 보상이 어려울 경우에는 일부 제품만을 우선 별도 보상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지 분과장은 “별도 보상은 제품 사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 및 일회용 제품의 목적에 맞는 사용, 신규제품 도입 저해 우려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현실적으로 모든 제품에 대한 개별 보상이 어렵다면 고가이면서 반드시 일회용으로 사용돼야 하는 일부 제품들에 대해 우선 별도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개별 보상이 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들은 단계적으로 별도보상을 검토하되, 목록화라도 먼저 해야 한다”며 “그래야 치료재료들이 사용 용도와 횟수에 맞게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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