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체중감량 효과가 20% 수준까지 높아지면서 후발 신약이 기존 치료제와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입증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약물과의 직접비교 임상으로 효능 우위를 입증하거나 특정 질환과 환자군에 임상개발을 집중하는 등, 신약개발 초기부터 차별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유한양행 주디스 마리아 에르틀(Judith Maria Ertle) 임상과학실장(상무)은 13일 열린 '2026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KIC)'에서 'Alignment of Clinical Development with Drug Differentiation and Positioning'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에르틀 실장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와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마운자로), 개발 중인 서보두타이드를 사례로 들며 GLP-1 계열 치료제의 경쟁이 치료 영역 확대와 효능 우위 입증을 넘어 특정 환자군과 투약 경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 당뇨병에서 비만·대사질환으로…터제파타이드, 직접비교 임상으로 효능 강조
당초 GLP-1 계열 치료제는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중심으로 개발됐으나,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과 대사질환 전반으로 개발 영역이 확대됐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병 치료제로 출발해 비만으로 사용 영역을 넓혔다. 이후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등으로 임상 근거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에르틀 실장은 "세마글루타이드는 단순한 체중감량을 넘어 심혈관 위험 감소 등을 포함한 대사질환 전반을 대상으로 개발됐다"며 "치료지침도 바뀌었고, 보험급여 측면의 근거도 있다. 2017년부터 시장에 나와 있어 의료진이 처방하는 데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는 동일한 성분으로 여러 질환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해 치료 효과를 입증하고 적응증을 확대해왔다.
이처럼 다양한 대사질환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임상적 치료 성과를 축적하며 시장 입지를 확보한 가운데, 이후 등장한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는 기존 약물보다 높은 효능을 입증하는 전략을 구축했다.
터제파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SURPASS-2 임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 1mg과 비교해 우수한 혈당조절과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다만 당시 비교 대상은 세마글루타이드의 당뇨병 치료 용량으로, 두 약물의 비만치료 용량을 직접 비교한 결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허가 이후 SURMOUNT-5 임상을 진행해 세마글루타이드와 비만치료 용량을 직접 비교했다. 72주 시점 평균 체중감량률은 터제파타이드 20.2%, 세마글루타이드 13.7%였으며, 체중을 25% 이상 감량한 환자 비율도 각각 31.6%, 16.1%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능 경쟁은 실제 시장 매출에 반영됐다. 에르틀 실장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비만치료제 매출 추이를 제시하며 "터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의 직접비교 임상 결과가 발표된 2025년을 기점으로 일라이 릴리의 매출이 노보 노디스크를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주디스 마리아 에르틀(Judith Maria Ertle) 임상과학실장(상무)
후발 신약, 체중감량률 넘어 특정 질환 집중·투약 편의성 등 차별화 전략
기존 치료제들이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후발 신약은 차별화된 치료 가치를 제시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일부 기업은 특정 환자군에 집중하거나 투약 방식을 개선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에르틀 실장은 "임상시험에서 제시되는 체중감량률은 평균값으로,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간질환 등 환자마다 동반 질환과 치료 수요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에르틀 실장은 특정 질환의 치료 수요에 집중하는 사례로 베링거인겔하임의 GLP-1·글루카곤 수용체 이중작용제 서보두타이드를 소개했다.
회사는 글루카곤 수용체가 간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과 간경변 등 간질환에 임상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르틀 실장은 "실제로 미국 임상시험 등록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산업계 주도 임상을 집계한 결과, 간질환 관련 임상 비중은 세마글루타이드 2.9%(207건 중 6건), 터제파타이드 2.5%(80건 중 2건)인 데 비해 서보두타이드는 약 24%(29건 중 7건)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MASH 임상에서는 간 지방량이 3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며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침습적 섬유화 지표의 감소를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투약 방식의 변화도 차별화 요소로 제시됐다. 에르틀 실장은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사례로 들며 치료 효과뿐 아니라 환자의 투약 경험과 선호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르틀 실장은 "앞서 매출을 살펴보면 노보 노디스크의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향후 전망치를 보면 다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는 경구제 개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의 약물이 모든 환자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어떤 치료 성과로 차별화할 수 있는지, 더 높은 효능을 보여줄 수 있는지, 특정 환자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부터 무엇을 개발하고 어디에 자리 잡을 것인지, 다른 약물과의 차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어떤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