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수용체 작용제의 주요 생물학적 작용 및 전신효과. 출처='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to expand the healthy lifespan: Current and future potentials' 논문 중 일부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비만·당뇨 치료제로 주목받아온 GLP-1 계열 약물이 이제 건강수명 연장을 겨냥한 항노화 연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혈관·신장·간 등 노화와 밀접한 질환에서 임상적 효과가 축적되는 데다, 노화 과정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염증·산화스트레스·자가포식 등의 경로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최근 'GLP-1 계열 약물의 진화: Anti-aging 전략' 브리프를 통해 GLP-1 계열 약물의 노화 관련 연구동향과 차세대 항노화 치료표적을 소개했다.
GLP-1은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 포만감 유도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서 높은 효과를 보인 데 이어 최근 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질환과 만성 신장질환, 간질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임상적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질환은 이미 새로운 적응증으로 허가됐다.
대규모 심혈관 임상시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약 14% 줄였으며, 전체 사망과 심부전 입원 위험도 각각 12%, 11%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당뇨병이 없으면서 심혈관질환과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SELECT 연구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가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중 감소가 최대 수준에 도달하기 전부터 심혈관 개선 효과가 관찰돼 체중 감량 외 기전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GLP-1 계열의 연구 영역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세포·동물 연구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시냅스 손상을 완화하고 신경돌기 성장과 시냅스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반응 억제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신경세포 생존 촉진 효과도 보고됐다.
이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파킨슨병의 알파시누클레인 등 병리적 단백질 축적을 줄이는 결과도 보고됐다. 이에 초기 알츠하이머병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평가하는 EVOKE·EVOKE+와 파킨슨병에서 엑세나타이드를 평가하는 Exenatide-PD3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GLP-1이 노화 연구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혈당과 체중뿐 아니라 세포 손상과 염증 등 노화 과정과 연결된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세포·동물 연구에서 활성산소에 따른 산화스트레스를 줄이고 항산화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손상된 단백질과 세포 소기관을 제거하는 자가포식을 촉진해 세포 항상성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현재 GLP-1 계열 약물을 항노화 치료제로 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현재까지 노화 자체를 적응증으로 공식 승인받은 치료제는 없으며 미국 FDA도 노화를 독립적인 질병 적응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항노화 임상연구도 개별 노화 관련 질환이나 기능 저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새로운 노화 관련 적응증에서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신경계 질환이나 종양 영역의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도 제한적이다. 실제 임상에서의 치료 효과와 환자별 반응 차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노화 연구는 만성 염증,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세포 스트레스 반응 등 노화 과정에 공통적으로 관여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노화 치료표적으로 NLRP3 억제제와 cGAS-STING 억제제, 아펠린(Apelin), IL-11 억제제, 통합 스트레스 반응(ISR) 조절제 등이 있다.
NLRP3는 노화 과정에서 축적되는 단백질 응집체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등에 반응해 만성 염증을 유도하는 주요 매개체로 꼽힌다. 동물모델에서는 NLRP3 유전자 결핍으로 수컷 마우스의 평균 수명과 최대 수명이 각각 약 34%, 29% 늘어난 결과가 보고됐다. IL-11 역시 노화에 따라 여러 조직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사이토카인으로, 노령 마우스에서 IL-11 결핍이나 항-IL-11 항체 투여가 대사·근육 기능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러한 변화가 노화 대응 전략이 질환 중심에서 기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기존에는 당뇨병, 비만, 심혈관질환 등 개별 질환을 각각 관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노화와 관련된 공통 생물학적 기전을 표적으로 하여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동시에 예방·관리하려는 접근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며 "특히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염증 억제와 신경 보호, 자가포식 활성화 등 여러 경로를 동시에 조절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산업은 이러한 글로벌 연구개발 방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현재 국내에서 GLP-1 계열 약물을 직접적으로 항노화 전략과 연계하여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글로벌 수준에 비해 뚜렷하지 않지만, 국내 기업들도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 및 임상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노화 연관 질환으로의 적용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근감소증과 심혈관·신장·신경퇴행성 질환 등 노화 관련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인공지능(AI)과 멀티오믹스를 활용한 바이오마커·신규 치료표적 발굴을 연계해 새로운 적응증과 사업화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