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04 15:29최종 업데이트 26.03.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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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정책 '예방→치료' 전환 필요…위고비·마운자로 건보 적용·설탕세 도입 제안

"비만 독립된 질환으로 인정하고 고위험군부터 단계적 보장 확대 추진해야…약물+생활습관 병행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비만 정책을 예방에서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한 설탕세 도입 등을 통해 필요 재원을 마련하고,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4일 국회에서 개최된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비만치료제의 의료보험 적용 필요성과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최근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성인 비만 유병률은 38.1%에 이르며, 성인 남성은 48.8% 수준으로 2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아동·청소년 비만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 비만율을 살펴보면 남아 2.5배, 여아 1.4배, 10~12세 2.5배, 16~18세 2배씩 증가했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며, 의료비 부담으로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5%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예방·관리뿐 아니라 치료 중요성까지 커지고 있다.

"비만, 독립 질환으로 인정하고 단계적 치료 지원해야"

이날 대한비만학회 이준혁 대외협력정책 간사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비만을 독립된 질환으로 인정하고, 고위험군 우선보장 후 단계적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근거 기반 치료에 공적보험을 적용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약물과 생활습관 개입 병행 모델을 표준으로 정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간사는 "보험은 적용하되 오남용을 통제하는 방식이 한국에서 벤치마킹하기 적합한 모델"이라며, 일본의 비만 치료 사례를 언급했다.

이 간사는 "일본은 2024년 2월부터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며 "가장 핵심이 되는 건 엄격한 처방 통제"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비만 관련 3개 학회(당뇨병 학회, 내분비 학회, 순환기 학회) 중 하나에서 자격을 갖춘 전임 의사를 고용하는 곳에서만 비만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며, 6개월 이상의 식이·운동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첫 1년 동안은 2주 단위로 처방을 제한한다.

치료 대상은 고혈압·지질이상증·2형 당뇨병 중 1개와 다른 비만 관련 건강장애 등 총 2개 이상의 질환을 가진 BMI 27 이상 환자, 고혈압·지질이상증·2형 당뇨병 중 1개 이상의 질환이 있는 BMI 35 이상 환자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 때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정했다. 이후 트럼프 정부가 제약사와 약가인하를 합의하면서 환자 본인 부담을 낮춘 '밸런스(BALANCE)' 모델을 발표했다. 단 미국의 비만치료 지원은 공적 보험 중심으로 이뤄진다. 민간 보험은 사전승인을 강화하면서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NICE가 2024년 12월 트리젭타이드(마운자로)를 비만관리 목적으로 공식 권고하고 있다. NHS(국가보건서비스)는 초고위험군을 시작으로 단계적 처방을 추진하고 있으며, 비만 치료제 처방 시 영양 프로그램, 운동 프로그램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다만 민간 이용자는 150만명인 반면 NHS 대상은 22만명에 불과해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호주에서는 PBAC가 위고비의 PBS 등재를 권고하고 있으며, 고위험군 우선 보장이 추진되고 있다. 아직 최종 가격은 협상 중에 있으나, PBS 등재 시 환자 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했지만, 고도비만 관리 전단계에 대한 교육·상담 건강보험 적용 검토 등 치료보다 예방에 집중됐다. 비만대사수술에 대해서는 급여화가 이뤄졌지만 이외의 실질적인 성과는 미진한 상황이다.

이 간사는 "국내 비만 환자 중 3년 내 체중의 10% 이상 감량한 비율은 12%, 감량한 체중을 1년 이상 유지한 비율은 5%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인 비만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비만을 총괄할 수 있는 종합적인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전문가 단체와 함께하는 비만 관리 종합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의 적용이 필요하다. 비만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 남가은 보험법제이사는 "해외는 우리나라와 달리 비만 치료와 관련된 진료, 상담, 생활 습관 치료, 장기관리 등 체계가 공공의료시스템에 많이 포함된 상황에서 비만치료제에 대한 급여 및 단계적 급여가 논의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하고는 모든 비만 진료 관리 영역이 비급여권에 머물기 때문에 접근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김유미 과장,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이은주 사무관

"비만 치료, 비용에 따른 형평성 문제 발생…건보 적용하고 설탕세 등으로 재원 마련"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 이사는 비만 치료제 비용에 따른 치료 접근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건강보험 적용과 설탕세 등 건강증진 목적세 도입을 강조했다.

박 이사는 "우리나라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등이 있다. 이들은 비만과 연관된 질환이다. 최근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20년 뒤 비만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의료비 상승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과 일본 등에서 약물치료와 운동 치료 병행을 강조하는데, 실제로 약물 치료에만 집중한 치료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약을 보험에서 보장해준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와 동반해 사람들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운동 치료 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이사는 비만치료를 유지하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로 '비용'을 꼽으며, 설탕세 도입을 제안했다.

박 이사는 "비용으로 인한 치료 박탈을 방치하면 치료 균등에 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비만치료제 급여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건 비싼 약값이다. 많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국가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담배세를 언급하며 "담배, 흡연과 마찬가지로 비만 치료에 있어서도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설탕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건강증진 목적세 도입이 필요하다. 미국, 노르웨이, 헝가리, 멕시코, 영국, 프랑스 등은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설탕세를 도입하면 회사들이 설탕 함량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비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하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이 가장 필요한 과제다. 이를 통해 형평성 문제, 사회적 균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정부 측은 비만 유병률 증가에 대한 문제에 공감하며, 치료 중심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김유미 과장은 "우리나라 여성이 남성에 비해 체중 조절 비율이 훨씬 높고, 본인 몸이 비만이라고 인식하는 비율도 높다"며 "비만이 치료 중심으로 전환됐을 때 특정 여성이나 젊은층의 체중 조절 시도가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원화된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을 안다"며 "합의된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복지부와 학회 전문가와 계속 협의하겠다. 또한 소아비만 예상에 대한 수칙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보다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역할 정립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이은주 사무관은 "비만 예방·치료가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건보적용 필요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도 이를 고려해 비만 관련 의료 행위에 단계적으로 건보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비만치료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제약사에서 급여 등재 신청한 사례가 없다"며 "향후 제약사에서 신청을 하면 비만 관련 급여 인정 사례와 형평성 등을 고려하고, 나아가 복용 절차, 기준, 식약처의 허가 범위, 임상적 유효성, 안정성, 비용 효과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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