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12 03:48최종 업데이트 22.03.1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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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과·담당 환자 생기는 새내기 레지던트,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

[새내기 인턴·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주치의로 환자와 라포 쌓으며 모르는 것은 고연차 선배에 재차 물어봐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내기 인턴·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 
3월은 전공의들의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는 달이다. 3월에는 대학병원에 가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의사면허를 막 딴 새내기 의사들은 인턴 과정을 시작하고, 인턴을 마친 2년차 의사들은 각자 지원한 전공에 맞춰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 좌충우돌을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심지어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전공의 중도포기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전공의 과정을 막 마친 선배 의사들로부터 새내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위한 전공의 생활 가이드를 마련했다.

새내기 인턴, 교과서 아닌 효율성과 사회성이 최대 무기
②새내기 레지던트,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여곡절 끝에 1년간의 인턴을 마친 이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한 레지던트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스스로는 인턴 생활을 거치며 꽤나 병원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인턴은 예고편이었을 뿐, 전문의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수련이 이뤄질 레지던트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인상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 향후 3~4년 레지던트 과정의 시작인 레지던트 1년차를 어떻게 하면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앞서 그 과정을 체험했던 선배들이 예비 레지던트 1년차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보내왔다.

소속과 교수∙선배들은 멘토...기본 예의 지키면서 '역지사지'를 기억하자

레지던트가 되며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역시 ‘소속과’가 생긴다는 점. 여러 과를 순환하던 인턴 시절에서 벗어나 향후 3~4년간 희노애락을 겪게 될 보금자리가 마련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연주 수련이사(가톨릭중앙의료원 내과 전공의 수료)는 “한 달씩 전문과를 순환하는 인턴 과정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느끼는 고립감이나 서러움들을 경험해봤을 것”이라며 “레지던트가 되면서부터는 조금 더 오랜기간 비슷한 사람들과 생활하며 배우다보니 새롭게 적응하는 스트레스는 좀 덜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본인인 선택한 전공과이고, 여기서 성과를 내거나 성장해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감을 느낄 수는 있다”고 귀띔했다.

소속과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과 교수들과 고연차 선배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걱정도 하게 된다. 레지던트 1년차 과정을 지나 2년차로 진입을 앞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중현 전 회장(강동성심병원 정형외과)는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조 전 회장은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교수와 선배들의 반응도 달라진다”며 “내가 불편함을 느끼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서 이사는 “교수들이나 상급연차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받아들이면 좋다”라며 “물론 배우는 입장, 후배의 입장에서 예의와 의국 내 규율,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주치의로서 책임감 갖고 환자 전반적으로 살펴야...환자와 라포 중요하지만 과몰입 금물

‘주치의’를 맡으며 담당환자들이 생기게 된다는 점도 큰 변화다. 인턴 시절, 기본적 술기 중심의 업무만을 해오다 덜컥 담당환자가 생기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책임감도 그 만큼 커지게 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4년차)은 “레지던트가 되면 ’남의 환자’가 아닌 ‘나의 환자’가 생긴다. 내가 담당환자의 상태와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라며 “학문적으로도, 환자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치의로서 환자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자신의 소속과 외 다른 과 관련 지식에도 소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전 회장은 “자기 과만 봐선 안 된다. 그간 공부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하되 모르는 부분까지도 전반적으로 파악해놔야 한다”며 “가령 내과의 경우 당뇨환자들 중 당뇨발 부작용이 오는 환자들이 있는데 그러면 정형외과적인 부분도 진료하고 물어봐야 한다. 환자 전반에 대한 경과 관찰이 중요하다”고 했다.

의사로서 담당환자가 생긴다는 건 환자들과 라포(rapport)를 쌓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단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 이사는 거기에 너무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자신과 다른 환자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레지던트는 생각보다 ‘긴 여정’인 만큼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 이사는 “환자와 소통하고 라포를 쌓는 과정에서 의학적 지식 뿐 아니라 의사로서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배우게 된다. 주치의로서 인정해주고 믿고 따라주는 환자들을 보면 힘든 수련 과정의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쏟아내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중환자를 많이 보는 내과 전공이다보니 처음에는 나쁜 소식을 전하기가 어려웠다. 환자 상태가 나빠질 때 자책하거나 에너지와 시간, 마음을 너무 많이 쏟기도 했다”며 “하지만 과도하게 몰입하면 지칠 수밖에 없고 나에게도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 서연주 수련이사,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중현 전 회장.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건 '위험'...거짓말로 넘기면 문제 더 커져

레지던트 1년차에겐 당직을 서며 담당 교수 없이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피하고 싶지만 피해서도, 피할 수도 없는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여 회장은 “과마다 차이가 크겠지만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의 수준과 혼자 결정을 내리면 안 되는 부분에 대한 것을 빨리 익히는게 좋다”고 했다.

서 이사는 “요새는 백업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저연차가 병원에 혼자 방치되는 일은 거의 없고, 휴대폰이나 메신저로 노티시스템이 잘 돼 있어 중요한 임상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중요한 결정은 고연차 선배나 펠로우 혹은 교수와 상의 후에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그럴 시간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본인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차팅으로 남겨놓는 것이 본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 회장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물어볼 고연차 선배가 없을 경우엔 다른 과 사람들도 있고, 역할은 다르지만 한 공간에서 환자를 오래 본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력들도 있다”며 “그 분들도 아는 한에서 답변을 해줄텐데 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레지던트 1년차가 흔히 하는 실수를 묻자 ‘거짓말을 하는 것’, ‘물어보기를 주저하는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서 이사는 “1년차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나 혼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쁜 틈에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간호사 노티를 통해 전달받은 사항을 그대로 보고하거나, 심지어는 그럴 듯하게 꾸며 거짓말하는 부분”이라며 “수십년의 임상경험을 쌓은 교수 입장에선 거짓말이 뻔하게 보이고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정작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을 기회나 레지던트를 보호해줄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며 “나도 레지던트 저연차 때는 간혹 이런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기본을 지키고 솔직하고 떳떳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서 진정한 실력과 경험이 쌓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전 회장 역시 “저연차 입장에서 해야할 일도 많고 모든걸 신경쓰기 쉽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물어보는 게 부담스럽고 두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일은 방치할 수록 더 커지고 언젠가는 다 알게 된다. 별 것 아닌거 같더라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면 두드려보고 건너는 게 좋다”고 했다.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중요...'불량식품'의 달콤한 유혹도 피해야

전공의법 시행 이후 나아졌다곤 하지만 다른 직역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레지던트 생활은 혹독하게 느껴진다. 무사히 그 과정을 통과한 선배들은 다들 ‘강철체력’의 소유자일까. 그렇다면 그 비결은 뭘까.

여 회장은 “쉴 수 있을 때 많이 쉬고, 운동할 수 있을 때 많이 운동하고, 먹을 수 있을 때 챙겨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 전 회장은 “인턴 때는 취미로 달리기를 열심히 했는데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비루한 몸이 됐다”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쉴 수 있을 땐 쉬고 집중할 수 있을 때 집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서 이사는 “컵라면, 과자, 음료수 같은 불량식품들은 최대한 멀리하는 걸 추천한다”며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가장 쉽게 위로받을 수 있는 게 이런 간식거리들인데 그러다보면 살도 불어나고 건강도 나빠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아플 때가 있을 수도 있다”며 “진통소염제, 소화제, 제산제, 항생제 등 기본적 상비약은 구비해 두는 게 좋다. 병원에서 일하지만 아파도 쉽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슬픈 인생이 우리 레지던트들의 삶”이라고 덧붙였다.

3명의 선배들은 끝으로 앞서 언급했던 것 이외에 교수, 선배, 환자들로부터 인정받는 1년차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여 회장은 “훌륭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의 과정이나 부당한 것들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면서도 “사람과 사람간의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수련 과정이다’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다한다면 교수, 선배, 환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1년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회장은 재차 ‘물어보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년차는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아는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며 배워가는 시기가 레지던트”라며 “물어보는 게 힘들 수 있지만 지나고나면 잘 물어봤다 싶은 경우들이 많다”고 했다.

서 이사는 “요령을 피우지 않는 ‘성실함’과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숨기고 그럴듯한 척 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 방법에 대해 선배와 교수들에게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게 1년차로서 권리이자 의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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