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14 07:42최종 업데이트 22.11.1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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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병원에선 직업병 안심센터로 대응

중대재해 대응·예방 기능 수행…응급실 손상환자 심층조사 진행하지만 한계 있어

사진=한양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인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함께 직업성 손상 환자를 제일 먼저 만나는 병원 응급실에 대한 보다 촘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 4월 한양대병원을 시작으로 10개로 늘어난 ‘직업병 안심센터’가 병원 진료과 또는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의 상태와 직업과의 관련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조사 지원에도 나서고 있지만 관심 부족으로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10일 열린 질병관리청이 개최한 ‘제26차 손상포럼’에서 국내에서 ‘산업재해’ 적용 여부로만 파악됐던 직업성 손상을 보다 폭넓게 모니터링해 직업병 예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손상발생현황(Injury Factbook 2022)’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298만명의 국민(전 국민의 6%)이 최근 1년 내 사고나 중독으로 의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으며 116만명은 손상으로 인해 입원(전 국민의 2%)하고 3만명은 사망(전체 사망의 8.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공장‧산업‧건설현장 등 산업현장에서 손상이 발생한 사례는 4.6%였고, 농장은 1.9%였다. 하지만 의무기록에 손상이 발생한 장소가 남아 있지 않아 조사가 안 된 경우가 30%로 나타나 정확한 손상 장소를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 근무 중 손상 사실 숨기는 경향 높아 과소 보고
 
이에 대해 가천대 길병원 최원준 교수는 “병원에 오는 손상 환자들은 일상생활 중 손상이 발생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여가활동, 근로 활동 중 손상이 발생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았다.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15~64세에서 손상 환자가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교수는 “문제는 근로자들이 근무 중 손상을 입은 사실을 드러내기를 원하는 사람보다 감추길 바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고용상의 불이익 등의 이유로 본인이 일을 하다가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혹은 본인이 스스로 건강보험 처리를 하는 현실이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직업성 손상이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직업성 손상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응급실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보고되지 않은 직업성 손상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알아내는 것 조차 굉장히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손상 발생 규모나 근본적 원인, 예방을 위해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고대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주영 교수도 “실제로 근로자들이 일하다가 다친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고용자들이 산재 보험을 낮추기 위해 보고를 못하게 압박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또 산재가 적용되지 않는 농업이나 1차 산업군은 직업성 손상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다”고 과소 보고 경향을 설명했다.
 
10개 직업병안심센터, 협력병원 응급의학과와 연계해 감시
 
사진=손상발생현황(Injury Factbook 2022)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김인아 교수 역시 국내 최초로 ‘직업병 안심센터’로 지정된 소속으로 직업병 안심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을 소개하며 직업 손상환자 사례를 모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중대한 재해는 수사를 해야되게 되면서, 수사에서 제일 중요한 환자 정보와 환자 중증도 파악을 위해 집업병 안심센터를 만들게 됐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도 재해를 입은 사람이 중증인지 아닌지, 중증으로 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을 기반으로 감시체계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직업병 안심센터 설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현재 직업병 안심센터는 전국 권역에 10개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으며, 직업성 질병 발병 환자가 병원에 내원했을 때 각 임상진료과 진료단계에서 업무 기인성을 파악해 직업성 질병을 신속하게 발견, 추가 피해를 예방하고 필요시 원인조사 등 후속조치를 수행하는 체계를 가고 있다.
 
중대재해법 대상 직업병에는 ▲작업장에서 노출된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한 급성 및 만성 중독 ▲직업적으로 노출돼 발생한 감염병 ▲온열질환 및 한랭질환 ▲저산소증, 일산화탄소 중독 ▲작업장에서 발생한 의식손실 및 사망 ▲직업성 암 등이 있으며, 직업병 안심센터는 이러한 질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업병안심센터는 권역의 협력병원 응급의학과와 연계를 통해 병원 응급실을 찾은 손상 환자 중 직업성 손상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인아 교수는 “일단 급성질환 환자부터 서울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 13곳과 협력을 맺었다. 문제는 응급의학과에서 어떻게 직업성 손상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느냐이다. 당장 밀려드는 환자로 정신없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해당 환자가 직업성 손상인지 확인해 달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각 병원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응급실로 들어오는 모든 환자 중 직업성 손상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응급의학과 의사 입장에서는 원인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사람을 살리고 케어하는 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인은 저희가 판단할 테니, 일하다가 왔다는 환자가 있으면 무조건 연락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대 재해 시 즉각적 대응, 직업병 예방 기초 쌓는 작업…다양한 감시체계 구축
 

김인아 교수는 직업병안심센터가 단순히 산업재해를 적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병 안심센터는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적으로만 파악되던 직업병 현황을 수집하고, 고위험 지역‧직종별 직업병 예방에 대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동 감시와 능동 감시 모두가 다 필요한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되는 중증 사안인 경우에는 저희도 신속하게 움직여야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파악도 빨리 하는게 좋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망, 중증, 집단 발생 사례의 경우 응급실 기반 환례 보고가 가장 즉각적 소통이 가능하고, 의무기록 전수 리뷰를 통해 ‘화학물질 중독’ 등 타겟팅을 통해 모니터링 하는 방법도 있다. 나아가 NEDIS(국가응급환자진료정보망)와 협업을 통해 ‘직업’이라는 변수를 추가하고,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 조사 추가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준 교수도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국가 응급진료 정보망,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조사 등 여러 임상 진료 등 자료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겠고, 대규모 국가조사 사업에 반영된다면 더 안정적인 지표를 얻을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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