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24 20:06최종 업데이트 26.03.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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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 전공의들, 미숙아 판결 비판…"방어진료 고착화·소아진료 근간 붕괴"

소청과 전공의 모임 NGP "결과로 책임 판단 구조 부적절…전문성과 의료진 의도 반영해 판결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의 모임인 NextGen Pediatrics(NGP)가 최근 초극소 미숙아 치료와 관련한 법원 판결에 대해 24일 성명서를 통해 “결과 중심의 판결이 불러올 소아청소년 진료의 공백은 이제 멈춰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재태연령 26주, 체중 900g으로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의 동맥관 개존증(PDA) 수술 지연과 관련해 병원 측에 약 3억1500만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NGP는 “중증의 경직성 뇌성마비로 인해 일상생활 전반에서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된 아이와, 그 곁에서 이 모든 시간들을 견디고 계신 부모님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자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의료인으로서 환아의 고통을 곧 저희의 아픔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 행위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외면한 채 결과만을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하는 현재의 구조는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와 가족에게 동일한 의료 공백의 고통을 반복하게 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향후 필수 의료 현장과 소아 진료 체계 전반에 미칠 파괴적인 영향을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초극소 미숙아, 의료진 매 순간 최선 판단 치료동맥관 개존증 빈도 높아
 
NGP는 초극소 미숙아 치료에 대해 “단순한 매뉴얼이나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환아의 상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의료진은 그 변화 속에서 매 순간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선택을 치열하게 고민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극소 미숙아에서는 뇌출혈과 동맥관 개존증(PDA)이 매우 높은 빈도로 동반되며 특히 뇌실 내 출혈은 미숙아에서 20~40%의 빈도로 발생하며, 혈압이나 혈류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했다.
 
NGP는 “900g의 환자에게 시행되는 전신마취와 계흉술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처치다.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는 기다릴 때의 위험과 수술 자체의 위험을 동시에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치료 시점을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단순히 ‘더 빨리 수술해야 했다’는 문제로 결과 중심 판단으로 처벌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며 “더 빠르게 수술했다면 ‘성급한 치료’로 평가될 수 있고, 더 지켜본 뒤 수술했다면 ‘지연된 치료’로 평가돼 결과에 따라 과실로 해석될 수 있는 구조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NGP는 “특히 이번 사건에서 현재의 상태가 미숙아 자체의 특성인지 치료의 영확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배상 책임이 귀속된 점은 의료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문 역시 신생아과 전문의, 소아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닌 타과의 자문으로 이뤄진 것도 소아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사고 원인 찾아 시스템 보완에 방점 찍어야…"앞으로도 아이들 곁 지키고 싶다"
 
NGP는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의료진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는 환경은 의료진이 ‘최선의 치료’가 아닌 ‘법적 리스크가 적은 치료’를 선택하게 만든다”며 “방어적 진료가 고착화되고 소아 진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전원 환자 치료 결과에 대해 막대한 법적 책임이 따르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상급종합병원은 고위험 환자 수용을 주저하게 되고,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고위험 분만 자체를 회피하게 될 것”이라며 “전원을 받는 일이 사라진 자리에는 치료 기회를 잃은 아이들의 참담한 현실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NGP는 “환자 보호를 위해 처벌보다 기소 자제와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의료진 개인의 과실을 가리기보다 사고의 근본 원인을 조사해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며 “환자들이 원하는 건 의료진의 처벌이 아닌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미래”라고 했다.
 
이에 ▲필수의료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 정립 ▲결과 중심이 아닌 전문성과 의료진 의도를 반영한 판결 ▲배·보상 체계를 국가로 전환 ▲의료진이 ‘법적 리스크’가 아닌 ‘의학적 판단’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 보장 등을 요구했다.
 
NGP는 “이런 상황에서도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한 우리는 지금도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며 “그러나 현재와 같은 환경은 의료진의 선의와 사명감을 꺾을 뿐 아니라, 방어적 진료를 고착화시키면 결국 의료의 질 저하와 소아 진료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 대가는 지금의 우리가 아닌 미래의 아이들이 받게 될 것”이라며 “아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법부와 정부가 의료의 본질과 특수성을 반영한 전향적인 변화를 이뤄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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