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6.19 09:37최종 업데이트 25.06.19 15:44

제보

정신병원 입원환자 추락사, 원장에 '실형' 왜?…"과거 유사 사례에도 주의의무 게을리 해"

사건 전 유사한 추락사망 사건 발생했으나 제대로 된 조치 부족…"유족에 대한 슬픔 위로하기 위한 노력도 없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법원이 자살충동 염려 환자가 정신병원 입원 중 사망한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당 정신병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병원장에게는 병원 시설 관리 및 유지·보수 등 안전관리 등의 책임이 있는 만큼 유사한 사례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는 드물었던 만큼 양형 이유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이 정신병원 입원환자 추락사건의 정신병원장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사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재판부가 금고형을 선택한 배경에는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2021년 1월부터 안산시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다 2023년 3월 14일경 양극성 정동장애, 현존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조증 등 증세를 가진 환자를 받아 4층 폐쇄 병동에 입원시켰다.

해당 환자는 사건 전에도 A씨 정신병원에 입원치료 후 퇴원한 이력이 있는데 2023년 3월 12일 경 자살한다고 아버지에게 전화해 실종신고 끝에 발견된 후 도로에 뛰어드는 행동을 해 A씨 정신병원에 다시 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환자는 입원 직후 대체로 조용히 지내면서도 어머니와 병원이 한패라 의심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하거나 퇴원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해당 환자는 자타해 위험성이 매우 높아 폐쇄병동 입원이 결정된 환자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3년 4월 25일 당일 새벽에도 굿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고, A씨가 당일 향정신약물을 늘리는 처방을 하기도 했다.

결국 같은 날 오후 7시 9분경 피해 환자는 병원 복도 창문 앞에 설치돼 있는 구조물에 올라가 몸통 부위로 창문을 밀어 열어젖힌 다음 세로 약 115cm, 가로 약 85cm의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같은 날 19시 21분경 그 자리에서 전신의 다발성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신병원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환자가 입원하는 곳으로, 환자들이 환청이나 환각 등에 의해 창문을 통해 병원 탈출을 시도하거나 병원 건물 밖으로 뛰어내릴 위험성이 있어 병원의 안전관리업무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A씨 병원은 지난 2021년 4월 12일경 A씨가 운영하던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창문을 통해 병원 탈출을 시도하다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전력이 있다. 

당시 환자는 병실 창문 앞의 수직구조대를 발판으로 사용해 창문이 조금밖에 열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피스를 빼버리고 창문을 나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안전관리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A씨로서는 환자들이 탈출을 시도할 만한 곳이 없는지 미리 살펴 이를 차단하고, 환자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병원 복도 창문이 열리는 폭을 사람이 통과하지 않을 정도가 되도록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재판부는 "A씨는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출입금지' 내용의 경고문을 높이 약 85cm의 줄에 매달아 설치하고 했을 뿐, 창틀과 창문을 연결하는 고리에 물리력을 가할 경우 어렵지 않게 그 간격이 벌어지도록 단순한 나사못을 박아둠으로써 창문을 밀어 열면 창문이 활짝 열러 사람이 그대로 통과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피해 환자가 추락한 창문 근처에는 사람이 밟고 올라설 수 있는 구조물을 치우지 않은 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씨는 사건 당일 16시경 수직구조대 앞을 막을 아크릴판의 견적을 업체에 요청하는 등 수직구조대 시설의 추락사고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추락사고 이후에야 소방 관련기관에 추락방지시설의 설치 등에 관해 문의하고 이후 아크릴판을 설치하고 화재 발생 시 개폐되는 문으로 교체했다.

재판부는 "피해 환자가 입원 전후 보인 언동과 증상에 비춰 그에게 자살 내지 병원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할 위험성이 있음을 해당 환자의 주치의인 A씨가 잘 알았을 것이라 할 것이다"라며 "그렇다면 병원장으로 시설관리에 대한 총 책임자이기도 한 A씨는 피해자 상태 및 과거 사고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화재 외 평상시에는 창문으로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적어도 창문에 접근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적어도 창문의 피스가 견고하게 부착돼 있는지를 평소 점검하도록 하는 등으로 추락사고의 방지를 위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이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간 정신병원 추락사고의 경우 병원장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기는 하나 이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 환자가 당초 자살충동을 보여 그 안위에 대한 염려로 입원조치됐음에도 추락사하는 결과가 발생한 점, 유족이 엄벌을 구하고 있고 A씨가 그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노력한 바 없다고 보이는 점과 주의의무위반의 정도 등을 참작했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