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31 09:06최종 업데이트 23.03.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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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4 의대생 '인기과' 노린다면…올해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달렸다

[의대생을 위한 전공 선택 가이드] 권양 메디프리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올해 국내 전문의 합격자가 2800명에 그쳐 10년만에 500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미용 일반의, 요양병원 당직등 수련없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겠으나, 4~5년의 힘든 수련기간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유망한 전공과의 감소가 더 큰 원인일 것이다.

개원가에서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위상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해외의대 출신 유입, 의대정원 증가, 간호법 등의 악재가 더 해질수록 전문성으로든 정책적으로든 어느 정도 보장받는 인기과들을 제외한 나머지 개원가에서 밥벌이가 쉽지 않은 소위 비인기과들의 급여수준과 처우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도 이미 많은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아서 ’인기과 아니면 수련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가치관이 싹트고 있다

유망한 전공과, 속칭 인기과에 선발될수 있는 인원은 제한돼 있다. 인기과 전공을 위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상위 30%의 내신으로 졸업해 지방의 모교 병원 정형외과에 입성한 어느 전공의는 3수를 해서 정형외과 의사의 길을 가게 됐다. 인기과 의국에 N수 생이 허다하며 점점 늘고있는 추세다.

피부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안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내과 등이 흔히 떠올리는 인기과다. 내과는 한때 미달이 나기도 했지만 최근 인기가 급부상해 2022년의 경우 2차 병원 포함해 수도권 전지역의 내과 전공의 선발에서 경쟁이 있었다.

그야말로 인기과 초경쟁의 시대인 것이다. 개원가에서는 전공과가 출신학교나 수련병원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예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이런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최근 2년 사이 인턴 지원의 추세가 완전히 급변해 기존에 지원이 몰리던 빅5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인기과 TO가 괜찮은 수도권 2차 병원의 인턴지원이 폭주하고 있다.

자교병원에서 인기과 경쟁이 힘들다 판단한 의대 졸업생들이 빅5병원을 지원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2차 병원을 지원하며 또한 2차 병원의 비교적 편하고 효율적인 수련을 원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는 파업 사태 등을 겪으면서 학생들의 현실인식 수준이 많이 올라갔고, 매년 좋지 않은 뉴스들을 들으며, 의사로서의 진로에 회의적인 시선이 늘어난 것이 이유로 보인다. '어차피 개원가로 나올 것을 생각하면 대학병원에서 고생할 이유가 없다', '의사가 다 망해 가는데 고생이라도 덜 하자' 이러한 가치관이 주류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국시 성적이 나쁘더라도 적어도 작은 2차 병원, 후기 병원에서 인턴을 할 기회는 충분히 많이 있었다. 인턴을 들어간 이후 평판이 좋고 운이 따른다면 성적이 좋지 못해도 인기과에 합격하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수도권 2차병원 인기과를 가려면 가장 공부를 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내신, 국시 성적이 나쁘면 이제 인턴 시작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인기과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고,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의대 본과 4학년(또는 3학년) 후배님이 인기과에 욕심이 있다면, ‘본4 때 놀아야 한다’, ‘본4 1학기는 꿀 빠는 시기’ 같은 물러터진 소리는 집어치시라. 후배님들이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 의대에 합격한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노력 및 투자였다. 이는 지금도 똑같이 적용돼 지금 학생 때 최선을 다해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려 좋은 과를 노리는 것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노력이다.

중고등학생 때 놀았던 친구들이 평생을 고생하듯 본3, 4 후배님들이 지금 논다면 그 이상의 대가를 미래에 치러야 한다. 정신이 번쩍 들어 마음가짐을 똑바로 했다면 이제부터 후배들의 남은 의대생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본과 4학년 얘기를 해보면, 본4 실습점수로 넘어가면 그야말로 점수는 랜덤이다. 다행인 점은 본과 4학년의 학점 양이 그리 많지 않고 차등도 그리 크지 않아서 실질적인 비중은 굉장히 작다. 본과 4학년 1학기는 더 이상 쉬어가는 기간이 아니다. 인기과 도전을 위해서는 이 기간을 치열하게 보내야 한다. 

먼저 의사국가시험 준비다. 10년 전만 해도 의사국가시험는 그냥 붙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였고, 9월부터 준비하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실제로 인턴 합격 자체도 지금보다 수월했고 국시 성적은 전공의 선발에 애초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공의 시험까지 가기 전에 어레인지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때와 완전히 다르다. 인기과 전공을 위해 의사국가시험 고득점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원하는 병원에 인턴 합격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인기과 경쟁 시에 전공의시험이 아주 중요해지고 있다. 전공의 시험 점수는 뭔가 특별한 노력을 남들보다 더 들이지 않는 한 의사국가시험 대로 나오기 마련이다. 인기과 지원자들은 모두가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만큼 바쁜 인턴 기간 동안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해서 시험점수를 뒤집기란 매우 어렵다.

본4 초반은 의사국가시험 내용, 특히 내외산소 전반의 개념을 제대로 확립하고, 이해도를 크게 끌어올려서 국시 고득점은 물론 전공의시험 고득점까지 설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공부 방법으로는 국가고시 대비 교재를 천천히 보면서 개인적인 방식의 내용정리를 해두는 방법을 추천한다. 인턴 수련병원 정하기, 전공과 고민이나 남학생의 경우 선공보의나 스트레이트 고민 등의 진로 탐색도 이 기간에 충분히 고심해 전반기 내에 노선을 확실히 정해놓으면 좋다. 그래야 하반기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다음은 의대 본4 학생이 알아야 할 인기과 공략 비법을 요약한다. 
 
1. 의사국가시험 성적이 전공의 선발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인턴선 발에는 가장 큰 요소다. 원하는 병원 인턴으로 들어가야 다음이 있다. 

2. 의사국가시험 성적은 전공의 시험 성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년 미리 전공의 시험을 준비하다 생각하면 잡념없이 집중할 수 있다. 전공의시험을 잘 보려면 문제풀이 보다 기본 이론을 많이 알아야 한다. 내외산소 이론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 응용 문제를 푸는 힘은 이론에서 나온다.

3. 학교내신 보다 의사국가시험 성적이 공신력이 높다. 상위권 의대가 아닐수록 더욱 그렇다. 

4. 내신이 좋지 않았어도 의사국가시험 성적이 뛰어나면 성장하고 있는 학생으로 보여진다.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 면접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내신 9~10등급, 의사국가시험 2~3등급으로 인기과 입성한 경우들도 종종 있었다. 

5. 본4면 내신은 이미 결정됐다.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 내신에 쓸 힘을 의사국가시험 쪽으로 돌려라.

6. 실습에서 공연히 힘 빼지 말자. 같은 조원에게 무임승차 한다는 인상만 주지 않으면 된다. 
 
7. 설령 학교병원에 남지 않아도 평판은 따라다닌다. 마지막 인상을 나쁘게 주며 졸업하면 안 된다. 인기과에 뽑히면 좋지만 뽑히지 않았다고 의사인생이 망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개원 가능한 임상과를 전공해 환자를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중간 이상은 간다. 무슨 과를 전공했는지 보다 어떻게 의사생활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승부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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