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06 17:38최종 업데이트 26.10.0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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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문을 열어 젖힌 영장, 아이들 안전은 누가 지키나

[칼럼] 마상혁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고문·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 8명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소아청소년과에 들어섰다. 센터 안에서는 경련으로 실려 온 생후 6개월 영아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사관들이 진료용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동안 의료진은 자리를 옮겨 처방을 이어 가야 했다. 7월 15일 이 병원에서 숨진 생후 4개월 아기의 부모가 약 한 달 뒤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하자, 경찰이 꺼내 든 수사 방식이었다.

경찰은 병원에 전자의무기록을 임의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고 곧바로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증거 확보 방식은 수사기관이 판단할 사안이며, 병원이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자료가 포함돼 신속한 확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제출 요구로도 충분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자신들이 판단한 일이고 사유가 있으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나 의료법 제22조와 제23조는 의무기록을 수정하면 수정 전 원본을 함께 보존하고, 전자의무기록은 접속기록을 따로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병원과 의료진이 수사에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경찰의 해명에는 수사의 기본을 모르는 미숙함과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오만함이 배어 있다. 원본과 수정 이력이 법으로 남는 기록을 두고 병원이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면, 경찰은 법을 모르거나 의료진을 처음부터 증거를 조작할 사람으로 전제한 셈이다.

신속한 확보가 그토록 급했다는 경찰이 고소 뒤 한 달 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주장이 사후적인 명분임을 보여 준다. 법원이 발부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답은 판단의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는 말이다. 협조해 온 병원에 자료 한 장을 요청하지 않고, 진료 중인 응급실에 수사관 8명을 들여보낸 결정은 아이들의 생명이 오가는 공간을 수사의 편의 아래 둔 결정이다.

경찰은 환자가 있던 진료실은 약 4시간을 기다렸다가 약 2분간 확인해 진료 방해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영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센터에 환자가 없는 시간은 사실상 없다고 반박했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이번 압수수색이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다고 본다. 설령 발부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판사는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고려해 압수수색의 범위를 필요한 기록으로 좁히고, 진료 중인 구역에서는 집행하지 말며, 의료진을 자리에서 떠나게 하지 말라는 제한을 영장에 명시했어야 한다. 영장은 수사기관에 권한을 부여하는 문서인 동시에 그 권한의 한계를 긋는 문서다. 아무런 한계도 긋지 않은 영장은 경찰에 백지수표를 건넨 것과 다르지 않다.

10월 2일 검찰청이 문을 닫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청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그 권한을 견제할 장치는 커지지 않았다. 검사의 견제가 약해진 자리에 남은 관문은 판사의 영장 심사뿐인데, 그 관문마저 응급실 문 앞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열렸다. 원칙 없이 휘두른 수사권과 그것을 걸러 내지 못한 사법권이 진료 현장에 가한 횡포를 보며 나는 두려움이 앞선다.

국회는 압수수색 다음 날인 10월 1일, 중증응급환자를 받을 병원을 국가가 지정하고 응급의료 종사자의 형사처벌 감면 규정을 ‘면제할 수 있다’에서 ‘면제한다’로 바꾼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중대 과실이 아니면 의료진이 형사 수사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내년에야 시행되며, 중대 과실의 구체적 기준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의 뿌리에는 보건복지부의 정책 실패와 정치권의 안일한 판단이 있다. 정부는 수년째 필수의료의 사법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고소장 한 장이면 응급실에 수사관이 들어오는 구조는 그대로 두었다. 국회는 응급실에 환자를 받으라고 법으로 강제하면서 형사처벌을 면제하겠다고 했지만, 면제는 어디까지나 처벌 단계의 이야기일 뿐 고소와 수사, 압수수색을 막지 못한다. 한쪽은 환자를 받으라 하고 다른 쪽은 그 결과를 수사하는 구조에서 의료진은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서도 압수수색과 의료진 구속 수사가 이어졌지만, 대법원은 2022년 12월 15일 의료진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사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8년 113.6%에서 2023년 전반기 16.6%로 떨어졌고, 2026년 9월 현재 전국 수련병원에 남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13명이다.

나도 의료분쟁으로 재판을 겪었고 완전히 승소했다. 그러나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심리적으로 몹시 힘들었고, 승소한 뒤에도 한동안 진료실에서 위축돼 있었다.

이번 사안도 시간이 지나면 결론이 나겠지만, 그날 진료 중에 자리를 비켜야 했던 의료진에게는 이미 큰 스트레스가 됐고 오래 남을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막무가내인 수사는 그 의료진만이 아니라 전국의 응급실 의사를 위축시킨다. 위축된 의사는 위험한 환자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다. 그 한 걸음의 대가는 결국 아이들이 치른다.

의사의 안전은 곧 환자의 안전이다. 숨진 아이의 유족이 진실을 알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권리는 임의제출과 기록 분석으로도 충분히 지켜질 수 있다. 진료 중인 응급실에 수사관이 들어올 때 가장 먼저 위협받는 쪽은 그 시각 치료를 받던 아이들이다. 그동안 환자의 권리를 강조해 온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공개적으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경련하는 아기 곁에서 의료진이 자리를 비켜야 했던 일이 환자의 권리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환자의 권리 문제인지,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경찰과 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경찰청과 법원행정처에 영장 신청과 발부의 경위를 따지고, 임의제출 요청 없이 강제수사를 택한 판단의 근거를 공개하게 해야 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같은 진료 구역을 압수수색할 때는 임의제출 요청을 먼저 거치고, 진료 중에는 집행하지 않으며, 영장에 집행 범위와 제한을 명시하도록 하는 규정도 법에 두어야 한다. 이런 장치 없이는 다음 고소장 한 장이 또 다른 응급실의 문을 열게 되고, 그 문을 지키던 마지막 의사들마저 떠나게 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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