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설욕전, 시즌 3승, 그리고 ‘넘버 1’."
‘지난해 2위’ 스코티 셰플러가 기어코 ‘매치 킹’에 등극했다.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골프장(파71ㆍ7108야드)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델테크놀러지스매치플레이(총상금 1200만 달러) 4강전에서 더스틴 존슨을 3홀 차, 결승전에서는 케빈 키스너(이상 미국)를 4홀 차로 따돌렸다. 지난달 14일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과 지난 7일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 이어 벌써 3승째, 우승상금이 210만 달러(25억7000만원)다.
셰플러는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 곧바로 신인왕에 올랐다. 70경기에서 2위 두 차례와 3위 세 차례 등 오히려 우승이 없어 속을 태웠다. 2020년 8월 노던트러스트 둘째날 ‘꿈의 59타’를 작성했고, 지난해 3월 바로 이 대회 준우승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냈다. 11월 2022시즌에 포함되는 휴스턴오픈 2위를 더했고, 지난 2월 ‘골프 해방구’ 피닉스오픈에서 PGA투어 챔프 반열에 합류했다.

불과 3주 만에 특급매치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2승, 이번에는 WGC시리즈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다. 최근 5개 대회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금랭킹(739만8014달러)과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2170점) 모두 1위에 자리잡았고, 세계랭킹 1위라는 엄청난 전리품이 기다리는 상황이다. 첫 승 시즌에 메이저대회를 한 번도 치르지 않고 1위가 되는 경우는 최초다.
셰플러가 16강전에서 디펜딩챔프 빌리 호셜(미국)을 1홀 차로 제압했다는 게 흥미롭다. 18홀 내내 시소게임을 펼치다가 막판 16번홀(파5) 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존슨과 4강전은 전반 8개 홀에서 4개 홀을 따내는 ‘초반 스퍼트’가 돋보였다. 키스너와 결승전 역시 2, 4, 6번홀에서 앞서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후반 14번홀(파4) 버디로 마침표를 찍었다. 아내와 함께 폭풍 눈물을 쏟아내며 "꿈이 이뤄졌다"고 환호했다.
키스너는 2위에 머물렀지만 132만 달러(16억1600만원)를 챙겼다. 2018년 준우승과 2019년 우승 등 4차례 출전(2020년은 코로나 여파로 무산)에서 세 차례 결승에 진출한, 그야말로 ‘매치의 달인’이다. 코리 코너스(캐나다)가 3, 4위전에서 존슨을 3홀 차로 대파해 장외화제를 곁들였다. 존슨은 예선 3승 포함 ‘파죽의 5연승’으로 4강전에 안착했지만 이날 아이언 샷이 흔들리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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