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컬처라이프부 이이슬 기자] '골프장 여배우'로 난데없이 유명세를 치른 당사자 박모씨가 아시아경제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반박 입장을 전했다. 아시아경제의 최초 보도 이후 자신의 실명이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랭크되기 시작한 23일 낮부터다. (박씨는 보도 전에는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 질문에 회신도 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는 "평소 휴대폰을 잘 확인하지 않아 전화가 걸려온 줄도, 문자가 온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여러번의 인터뷰 내내 "보도 내용을 정정하고 싶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해당 골프클럽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받아 작성한 보도 내용 일체에 대해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캐디(경기보조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대신 (내가) 후기로 남긴 글에 있는 내용은 모두 벌어진 일이고 사실"이라고 했다.
박씨는 "캐디가 경기 도중 내게 빨리 진행하라고 반말로 재촉해 화가 났다. 우리보다 앞선 두 팀이 밀려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재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리가 50미터 정도로 짧기도 했지만, 기분 나빠서 카트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캐디가 저를 어리다고 본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트집을 잡았다. 무시하는 듯한 감정이 느껴졌고 서둘러 다음 코스로 걸어갔다. 내가 반말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간 후 돌이켜보니 더욱 화가 났다고 한다. "잠이 안 올만큼 화가 났다. 결국 다음날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다. 사실 내가 원한 건 캐디의 사과였고, 그에 걸맞은 조치를 회사로부터 받기를 바랐다. 골프장 관계자는 해당 캐디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등 페널티를 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상의한 끝에 인스타그램과 골프장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분이 풀리지 않은 박씨가 곳곳에 남긴 글은 시간이 지나며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게 됐고, 결국 본지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보도를 하게 된 단초가 됐다.
박씨는 "살면서 항의 글을 올린 것은 처음이다. 오죽 화가 나고 불쾌했으면 영수증까지 촬영해 올렸겠나. 더욱이 제 항의에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서 더 화가 났다"면서 "지금도 환불과 캐디의 사과를 받고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씨의 이 같은 항변에 대해 해당 골프장에서는 "이용 고객께서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면서도 "고객을 응대한 캐디가 먼저 반말 응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여러 관계자들의 말과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사실과 다른 주장들이 적지 않지만, 더이상은 이용 고객분과의 이견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지는 않고 싶다.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용 고객과 골프장이 직접 대립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씨가 요구한 환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환불을 해드릴 수 없다"면서 "캐디의 개인 연락처를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골프장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신분인 캐디를 고객과 직접 연결해드릴 경우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연락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박씨가 해명하거나 주장한 내용에 대해 골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편이다. 캐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언행을 할 경우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캐디와 경기 일정을 모두 같이 해놓고 나중에야 환불과 사과를 요구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비거리가 대개 50미터 안팎에 불과했다면 경기 진행이 느려지면서 뒷팀의 재촉이 잦아졌을 수밖에 없고, 캐디로서는 심리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골퍼들은 그런 처지에 있는 캐디를 안쓰러워 하게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캐디를 향한 지탄이나 사과요구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설령 경기 도중 캐디로 인해 기분이 나빴다고 해도 집에 돌아간 이후 잠이 오지 않을 정도까지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박씨는 그 일이 벌어진지 한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사과를 받고 싶어하고 환불까지 받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실검 1위에 오른 '골프장 여배우'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낸 본지의 단독 기사는 뜻밖에 골프문화의 개선이나 골프 에티켓 향상 등의 사회적 아젠다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서는 직접 골프를 치면서 경험한 캐디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열거하며 경기보조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거나, 통상 골퍼 4명과 캐디 1명이 짝을 이뤄 4시간여 운동을 진행하는 경기 특성상 골프 매너를 잘 익혀야 한다는 등의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반말을 누가 먼저 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더 잘 할 것이냐에 중심을 두는 것이 좋겠다는 지적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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