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독감접종,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독감 접종사업을 얼마나 고심하며 준비했는지 보지 않으니 속단할 순 없지만 사업에 참여한 의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수혜 노인과 사업 참여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 없이 행정 중심의 일방적인 사업이란 생각이다. 노인들에게 공짜로 접종해주며 의료기관에는 과외 수입을 안겨주니 양자 모두에 혜택을 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그런지 모르지만 지난해 시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우선 환자 입장에서 보자. 환자들은 시행 첫날 집중적으로 몰려드는데, 그 이유는 접종백신이 부족해 자칫 자신이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작년에 드러난 문제로, 사업 이후 평가의 일환으로 수혜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면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무런 보완 조치없이 노인과 의료기관이 알아서 접종하라는 식이 반복되고 있다. 접종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으니 10월말까지 2016.10.07
림프모구성백혈병 완치를 향한 태동
호주 사막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젊은 남성은 20대 후반에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진단받아, 전통적인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통해 관해가 됐다. 이 환자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여동생으로부터 이식(allo-HSCT)까지 받아 6년 간 관해가 유지됐지만, 어느 날 재발했다. 운 좋게도 그 즈음 재발‧불응성 ALL 치료제 '블린사이토'의 임상연구(임상명 TOWER)가 시작돼, '블린사이토'로 치료받았더니 1주기(cycle), 즉 4주 안에 종양이 모두 사라졌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종양 사이즈가 점점 줄어들더니 치료 1주기 CT 촬영에서는 이미 종양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후에도 TOWER 임상연구의 일환으로 유지요법을 시행, 완전관해에 도달했고 현재 백혈병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방한한 호주 피터맥캘럼 암센터 데이비드 리치 교수(전 호주·뉴질랜드 혈액학회장)는 국내 의사 대상 심포지엄 및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블린사이토' 임상 경험을 소개했다.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 2016.10.04
건보에서 현대의학-한방 분리하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게 규제라고? 그걸 해결하는 게 규제 철폐에 들어간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무식한 이야기이다. 규제와 면허를 구별하지 못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자에게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불합리한 규제인가? 의사면허제도는 의사들을 잘 먹고 잘 살라고 만든 제도가 아니다. 본래 취지는 환자의 안전이다. 의학을 제대로 배우고, 시험에 통과한 자에게만 환자 진료를 허용해 환자가 올바르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한의사는 한방으로 진료하고, 수의사는 동물을 진료하고, 의사는 현대의학으로 진료하라고 면허제도가 있는 것이다 의학과 한의학은 전혀 다르고, 환자를 본다는 점에서만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전혀 면허범위가 다른데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운전면허 없이 말 타고, 마차 끌던 경력자를 버스 기사로 채용하는 꼴이다. 다 같은 선생인데 영어 선생이 수학도 가르치고, 물리 선생이 2016.10.04
부끄러운 선배 의사들, 그리고 PA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13곳에서 총 632명의 무면허 보조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과별로는 외과, 내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보고된 인력은 주로 간호사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는 접근이 가능한 국가 대형병원 일부만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활동하고 있는 PA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직종도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이나 일부 전문의들이 이러한 진료보조인력을 선호하는 것은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한 '초짜' 전공의보다 진료 및 수술 현장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번 투자하면 가르치고 노력해야 할 수고스러움이 없으며, 다른 의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인건비 역시 저렴하기 때문에 유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일부 전공의들조차도 당장 본인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압박 속에 진료보조인력에 기댈 수 밖에 없는 2016.09.29
의사는 '단순기술자'가 아니다
의사협회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려는 '전문가평가제'는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면허관리제도 개선방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의료인들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 의료인 스스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평가제 도입의 직접적 발단은 최근 비위생적인 주사기 사용에 따른 반복적인 C형 간염 집단발병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면 이해도 된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의사단체의 자율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규제, 중복처벌, 마녀사냥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취지는 좋아 보이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윤리적 의료행위는 의사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그러나 의료인들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비도덕적 의료행위가 만연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부분적 인과관계에 함몰된 시각이다. 총체적 맥락에서 근본적인 인과관계를 무시한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점 2016.09.27
의사협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메디게이트뉴스 의사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설립된 지 가장 오래되었고 회원 규모도 가장 큰 사단법인이다. 의료 분야가 사회 근간이며 의료를 행하는 의사는 다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에 의사협회의 사회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실재 의사협회의 모습은 완전 딴판이다.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한의과와 치과 등 다른 분야에서 고유 영역을 침범해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단법인인 의사협회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일까? 오늘 칼럼에서 의사협회의 모습을 조명해보기로 한다. 의사협회의 위상이 지금처럼 실추된 배경에는 의사협회와 정부의 관계가 좋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 단일 공보험으로 운영되는 의료제도에 관리자인 정부와 공급자인 의사는 갈등할 소지가 많다. 경제지표에 비견할 수 없이 낮은 의료수가를 책정한 것도 의정관계를 악화시켰다. 의사들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지만 정부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공권력에 눌리면서도 마지 2016.09.26
송구하고, 분노한 날
한정호 교수가 청주지법에서 2심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소회를 전하는 모습.ⓒ메디게이트뉴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가 2심 재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 받은 23일. 많은 의사들이 그에게 고맙다고 했다. 상당수는 송구함을 표시했다. 일부는 "도대체 한 교수가 무엇을 잘못 했냐"며 화를 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정호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의료, 대체의학 등으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 서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방 항암제로 알려진 '넥시아'도 마찬가지였다. 고가의 비급여 약이, 그것도 항암제가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거치지 않고 환자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게 현대의학을 공부한 의사가 볼 때 말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요구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리기 시작했고, 해당 한약을 개발한 한의사로부터 명예훼손, 모욕죄로 고소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블로그에 '한방의 탈을 쓴 의료 사기' '사이비 의료인' '사기꾼' '먹튀' ' 2016.09.24
의료수가는 의사의 수입이 아니다
40대 후반 아줌마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갑자기 한다는 얘기가 자기 강아지 항생제 주사 좀 놔 달란다. "수의사에게 가야지 의사한테 오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환자가 말하길 "동물병원 갔더니 감기 걸려서 항생제 맞아야 하는데 거긴 5만원이라서 비싸요. 내가 맞는 걸로 해서 놔 달라"고 한다. 동물 진료비보다 사람 진료비가 싸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10년 전 밴쿠버에 가족이 기러기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아내가 갑자기 국제전화를 했다. 여행자 보험을 들어 달라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밴쿠버는 맹장 수술비가 1500만원이라고 한다. 뉴욕에 기러기 하는 선배에 따르면 맹장 수술비가 3000만원. 그런데 외과 개원의에게 물어 보니 한국은 의원에서 100만원 가량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은 악덕 기업주다. 내 병원 직원들에게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고 있다. 직원들에게 대우를 잘해주고 싶지만 그러면 유지할 수가 없다. 아내는 "왜 그렇게 직원들이 자주 그만 두냐? 직원들에게 2016.09.21
당뇨약 GLP-1, 비만 약물로 주목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리라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약물이다." 캐나다 토론토 마운트시나이병원 내분비내과 줄리A. 롭신 박사(Julie A. Lovshin/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GLP-1 유사체의 비만 치료제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롭신 박사는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는 1.8mg이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다가 2014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비만 치료제(3mg)로 추가 승인받은 약물이다. 국내는 아직 당뇨병 적응증만 갖고 있지만, 미국 승인 이후 국내 의료진들은 식욕 억제 효과를 재조명하고 있다. 롭신 박사는 GLP-1 유사체가 당뇨병과 무관하게 비만 치료에 매우 효과적일뿐 아니라, 서양인보다 비만 정도가 낮은 한국인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뇨-비당뇨 환자 모두 5~8kg 감량 GLP-1 호르몬은 뇌에 있는 GLP-1 수 2016.09.19
추석 연휴 진료실에서
두메산골에서 나고 자라서 유난히 고향에 대한 추억이 많은 우리 초등, 중등 동창들은 만나면 마냥 즐겁다. 나이가 들어가니 그렇겠지만 40대 중반부터 동창회가 부쩍 활발해 지는 것을 느꼈는데 언젠가부터 주말 1박 2일 동창모임도 많아지고, 50대를 넘어가니 일주일 일정의 단체 해외여행도 자주 간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까지 병원을 운영하는 나는 단 한 번도 그 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간혹 있는 토요일 저녁 동창모임도 의사회 일정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경조사가 있을 때나 한번 씩 동창들 얼굴을 보는 실정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도 그 친구들이 누리고 있는 매주 이틀간의 자유시간이 부럽다. 가끔 의사들이 다른 직군에 비해 평균 수명이 짧다는 통계를 접할 때마다 의사들도 삶의 질을 좀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환자 숫자도 좀 줄여야 하지 않나? 물론 환자가 별로 없는 분들은 열심히 환자 보셔야 하겠지만 이 말은 그냥 중간 정도 이상 가는 원장님들에게 드리는 말이다.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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