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9 06:51최종 업데이트 23.08.0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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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보험 중 유일한 기금 외 운용 '건강보험', 복지부 입맛대로?…"외부통제 강화해야"

정책 수립 주체 복지부가 사업 예산·결산 심의까지 재량권 과도…예산정책처 "국회 심의 과정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건강보험이 4대 사회보험 중 유일하게 기금 외로 운영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관련 정책 수립 주체인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업 예산과 결산에 대한 심의 권한까지 동시에 갖고 있어 의료계 안팎에서 건강보험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재정 투명성 제고 및 외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지원금도 재정수지 산정에 포함, 실질적 재정수지 파악 어려워…재정 투명성 악화
 
사진=국회예산정책처

현 건강보험재정은 기금 형태의 국가재정이 아닌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회계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입은 보험료수입 및 국고지원금(일반회계 및 국민건강증진기금) 등으로 구성되고, 지출은 보험급여비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관리운영비 등으로 구성된다.

건강보험은 우리나라 4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중 유일하게 기금 외로 운영되고 있으며, 유일하게 건강보험 재정의 운용 및 예‧결산도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주관 부처로 종합계획 등 주요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으며, 요양급여의 기준, 요양급여 비용, 보험료율 등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이러한 거버넌스로 인해 현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의사 결정이 사실상 외부의 통제 없이 건강보험 관련 정책 수립의 주체인 복지부에 의해 심의‧의결되고, 그 건강보험 사업 예산과 결산에 대한 심의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전까지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결산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예산정책처는 이같은 운용 형태가 건강보험의 재정 투명성을 악화시킨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의 총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정부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재정수지 산정 시 이를 포함시키고 있어 실질적 재정수지를 파악하는 데 제약이 있다.

실제로 정부지원금을 제외할 경우 재정수지 흑자로 전환된 2021년 및 2022년 또한 실제 재정수지는 각각 6조 7492억원, 6조 8701억원 규모로 적자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이를 충당하는 비용을 보험료와 조세를 납부하는 가입자 및 일반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산정책처는 "건보공단 회계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이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정부지원금(건강보험가입자 지원 사업) 등 일부 예산만이 반영돼 있어 보건‧복지 분야의 지출 규모가 과소평가되고, 나아가 실질적인 국가 총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부 주도 결정으로 가입자 의결권 무시 가능…"국회 심의 통해 엄밀한 재정관리 가능"

예산정책처는 특히 건강보험 재정 투입과 관련된 주요 안건이 건정심의 심의‧의결 없이 별도 자문회의 등만을 거쳐 복지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결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사례가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초음파, MRI 검사 등에 대한 급여화 추진에 따라 발생하는 의료계의 손실보상 규모 산정 관련 심의 시 복지부가 의료계의 수익 감소분만을 건정심에 보고하는 등 안건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이 국가재정 외로 운영되고 건강보험 재정운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복지부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재정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인 통합재정의 확립을 저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총지출 및 복지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과소 추계되는 등 재정의 파악을 곤란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특성과 여건, 건강보험 재정 통제 기능의 부재 문제 등을 고려해 건강보험의 기금화를 비롯해 건강보험 지출·수입 등 재정 운영에 대한 투명성 제고 및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복지부가 건강보험 기금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기금으로 운영될 경우 가입자, 공급자 등 이해당사자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치적 쟁점화가 우려되는 등 건강보험제도 운영에 대한 행정적 ․ 정치적 부담이 증가하는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을 기금으로 운용할 경우,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므로 단기보험으로서의 특성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며 "국회에서의 정치적 쟁점화는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오히려 현재의 의사결정구조는 정부의 재량범위가 과다해 여야간 충분한 논의 없이 오히려 단기적인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건강보험 기금화 시 여타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매년 자산운용 체계, 자산운용 정책, 자산운용 위험 및 성과관리 등에 관한 기금운용평가를 통해 보다 엄밀한 재정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외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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