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광주광역시의사회가 최근 응급의료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이 불구속 송치된 사법부 판단을 강하게 비판하며, “구조적 시스템 실패를 현장 의료진의 형사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구경찰청은 16일 응급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구 지역 대형병원 소속 의사 2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찰에 송치된 이들은 2023년 3월 건물에서 추락한 B양이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제대로 된 기초처치를 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양은 구급차에 실려 2시간 가량 대구 지역 병원을 돌아다녔으며 병상,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수용해주는 병원이 없어 사망했다.
광주시의사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구조적인 응급의료 체계의 한계로 발생한 불행한 사건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그 책임을 현장 의사 개인에게만 묻는 사법부의 처사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과실 문제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운영 체계, 미흡한 응급의료 전달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실패’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든 요소가 맞물려 발생한 문제를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판결이 응급의료 현장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의사회는 “대다수가 기피하는 응급·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해온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회원들은 큰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의 구조적 한계도 함께 짚었다. 의사회는 국내 응급의료 체계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 의료기관 간 연계 미흡 등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후적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의사회는 “결과 중심의 판단으로 의료진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형사처벌 강화는 방어 진료를 유도하고, 고위험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만들어 응급실 기능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향후 의료 인력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하려는 젊은 의사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의료체계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광주의사회는 “응급의료 사고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구조적 문제에 따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형사처벌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병원 운영 체계와 응급의료 전달체계에 대한 근본적 재정비에 투자하고,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