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9.30 07:43최종 업데이트 18.09.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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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대학 ‘관장 실습’ 파장 일파만파...“인권 침해 요소 제거해야”

“환자 입장에서 실습 취지 이해하지만 당사자가 수치심 느껴선 안 돼”

관장실습 파문 이후 ‘이미지메이킹’ 실습 수업 등 폭로 잇따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수도권 소재 모 간호대학에서 실습생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실습 과정에서 유사한 인권 침해 사례를 경험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간호계에 따르면, 최근 간호대학생들과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 간호대학 관장 실습을 경험했다는 폭로글이 게시됐다.

제보자는 “실습 학생을 대상으로 관장 실습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조에서 한 명씩 뽑아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이뤄진다고 한다”며 “제비뽑기에서 잘못 걸려 자신의 항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상황이 인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관련 게시글에는 3000여 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리며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간호사 A씨는 “관장은 기본으로 L-tube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대학 졸업생 B씨는 “관장 실습을 전교생이 다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간호대학 실습생을 대상으로 한 관장 실습 논란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해 점수화하는 ‘이미지메이킹 수업’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D씨는 “모 간호대학에서 이미지메이킹 수업을 진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라며 “간호사들의 이미지를 메이킹한다는 내용의 이 수업은 특정한 지정일 등을 지정해 화장 등 학생의 외모를 토너먼트화해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분히 인권 침해적 요소가 많은 사안이다”라며 “이외에도 실습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경험한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의료계 주요 현안으로 제시되면서 심각성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3월 전국 54개 의료기관, 1만1662명의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들이 경험하는 직무 스트레스가 83.3%로 극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근무 도중 욕설이나 반말, 무시, 모욕적 언사를 경험한 비율은 56.2%로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6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적으로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이 중요해진 가운데 간호대학 실습과정에서도 인권 침해적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실습이 가진 기존 취지를 고려해 환자와 실습 당사자의 입장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 소재 간호대학의 한 교수는 “(관장 실습의) 의도가 실습생들에게 환자의 입장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교수들의 의도도 이해할 수 있지만 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인권침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할 수 없는 분위기가 아닌, 실습 당사자가 자발적 동의를 할 수 있도록 실습 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어야 한다”라며 “인권침해 요소는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실습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 실습 당사자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여기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는 “국내에서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 중 실제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절반 밖에 안된다”라며 “간호사가 부족하니까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은 더 악순환을 만든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실습을 위한) 시설이 갖춰진 것에 비해 간호대 정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니 실습환경이 만족스럽게 조성될 수 없다”라며 “3차 의료기관 등과 같이 모든 진료과가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국가가 면허를 부여하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미래 의료인을 제대로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사

윤영채 기자 (ycyoo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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