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16 14:24최종 업데이트 22.03.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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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 업무 과부하인데…전산 마비에 보건소 갑질까지 개원가 '비명'

EMR 연동 안되고 서버 문제로 신고 누락 사태도 벌어져…신고 절차 간소화 등 대책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동네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RAT) 결과를 PCR 검사와 마찬가지로 양성으로 관리하도록 방역체계를 전환하면서 일선 개원가에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RAT를 위해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는데 이에 따른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이 와중에 일부 보건소의 갑질 행태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전자의무기록(EMR)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서버 불안정 등 전산상 문제로 인해 업무 지연이 더욱 가속화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위해 개원가 찾는 환자 폭증…업무 과부하 심각
 
16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에 전문가용 RAT를 활용하기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현장은 마비 상태다.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이날 기준 전국에 총 8284개다.
 
검사를 받기 위해 병·의원을 찾은 이들이 1시간 넘게 줄을 서 대기하면서 일반 환자들과 동선이 겹쳐 아수라장이 되는가 하면, 대기자가 많아 11시도 되지 않아 '오전 접수 마감' 안내문을 붙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환자 불편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환자가 대폭 늘면서 개원가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코로나는 감염병 분류체계상 1급 감염병이기 때문에 검사 양성자가 나오면 의료기관이 서식에 맞춰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양성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정보 관리시스템'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증상, 직업 같은 환자 인적사항 등을 직접 전산으로 입력해야 한다. 만약 신고가 지연되거나 누락될 시 5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된다.
 
그러나 현장에선 제때 신고를 하는 것 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검사뿐 아니라 진료와 처방, 환자 상담 및 교육까지 함께 진행해야 하다 보니 신고 업무까지 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서울시 동작구의사회 김육 회장은 "검사 환자가 늘면서 행정업무상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특히 환자는 계속 밀려드는데 개원가에서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신고 건수로 인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행정 서식에 맞춰 신고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직원까지 추가로 고용한 의료기관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은 "제도 고시일과 시행일이 같다 보니 대비할 시간이 없어 부작용이 커진 부분이 많다. 개원가에서 검사와 진료, 양성자 신고 절차 등 보건소 업무까지 갑자기 모두 담당하다 보니 패닉상태가 온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EMR 연동 안되고 기본적 기능조차 마비…서버도 불안정, 신고 누락 사태도
 
이런 상황에서 신고 시스템과 전자의무기록(EMR)이 제대로 연동되지 않거나 주소 검색 등 기본적인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으면서 현장의 어려움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EMR과 연동만 되도 좀 더 빨리 처리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연동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며 "이마저 연결이 끊어지기 일쑤여서 질병관리청 시스템을 통해 직접 신고를 모두 해야되다 보니 과도한 행정업무에 혀를 내두른 주변 원장들이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밀린 행정업무를 끝내느라 자정 가까이 야근을 하는 의료기관도 생기고 있다.
 
서울의 한 소아과 의원 원장은 "신고 사이트로 일일이 신고를 하다 보니 월요일엔 11시 반에 퇴근했다. 그런데도 보건소에서 계속 신고 누락에 대한 민원을 받고 있다"며 "신고를 했음에도 누락되는 사례가 있어 서버 불안정 등 전산상 문제도 있는 상태다. 우리 지역은 보건소에 전염병신고 핫라인조차 없다 보니 힘든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신고 절차가 EMR과 연동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차트 회사가 20~30개 가량 된다. 이 중 연동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 와중에 자꾸 도로명 주소를 기입하라고 강요 하다 보니 동 주소를 기입한 원장들은 다시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일부 보건소의 갑질 행태도 문제가 됐다. 신광철 공보부회장은 "질병청에 신고를 하고 나면 일부 보건소에서 자신들에게 신고 상황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포착됐다"며 "더 나아가서 신고가 지연되거나 주소 한글자라도 틀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면서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 이건 엄연한 갑질이고 일탈"이라고 말했다. 
 

전산 안정화‧신고 업무 간소화 등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일선 현장의 업무를 줄여줄 수 있도록 전산 안정화와 신고 업무 간소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방역 체계가 바뀌기 전에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에 EMR 연동 부분과 신고를 할 때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전화 번호 정도만 기입하는 것으로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런 사단이 발생했다"며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같은 곳은 하루에 환자를 많게는 150명씩 받고 있다. 신고를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돼야 현 체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다음 주 쯤 확진세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최소 한 달 정도는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고 본다"며 "하루빨리 전산 시스템 안정화와 신고 간소화 작업이 수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태 회장은 "EMR 연동이 안 되니 일일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고를 하면서 업무 과부하가 늘고 있다. EMR 연동이 가장 시급하고 주소 기입도 도로명 주소 이외 동 주소 정도만 쓰는 걸로 개선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동작구의사회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고자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구청은 14일부터 감염병핫라인을 설치하고 신속한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건소가 각 의료기관에 적극적인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확진자 조사 인력을 추가 확충해 양성 신고 시 역학조사나 환자 분류, 격리통지 등이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김육 회장은 "과다한 행정업무에 대비하면서 기존 재택치료 환자들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도록 보건소와 개원의사들이 유기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소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RAT를 시작하면서 행정업무가 급속도로 늘었다. 지금 상태론 주객이 전도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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