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7.04 07:13최종 업데이트 20.07.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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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안된 첩약 급여화 건정심 본회의행...6290원 인하됐어도 여전히 수가 15만원선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3일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을 단독 안건으로 한 시범사업안을 재논의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한의사행위료, 이른바 심층변증·방제기술료를 행위 정의를 해보니 중복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원래 수가에서  '6290원' 내린 것 말고는 사실상 기존 정부 계획 대로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첩약 급여 시범사업 세부안에 따르면, 첩약 한제(10일분)당 수가는 ▲심층변증·방제기술료 3만2490원(3만 8780원에서 인하) ▲조제·탕전료 3만 380원~4만 1510원 ▲약재비 3만 2620원~6만 3010원(실거래가 기준) 등을 합해 14만∼16만원 수준이다. 7월 중 건정심 본회의를 거치면 시행이 확정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모든 직역이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와 의약계는 조정된 수가마저도 과도하게 높아 재정 낭비이며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자체가 이뤄져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의계는 원안도 관행수가의 60% 수준인데 여기서 수가가 더 낮아져 원안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3시간동안 이어진 격론에도 소위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단일 안건으로 두 차례나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국 정부가 새로 가져온 수정안 대로 건정심 전체 회의에 상정되고 말았다.

이제는 건정심 전체회의의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건정심 25명의 위원들이 중대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을 하게 됐다. 건정심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고 건정심 위원들께 첩약 급여화의 위험성을 알려보고자 한다. 

첫째, 한의사 행위료, 이른바 심층 변증·방제기술료를 행위 정의에서 중복을 이유로 6290원을 내린 근거조차 합당하지 않다,
 
지난 2018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주관의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와 2020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관의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한의의료 행위 업무량 상대가치 개발 연구'에 따르면, 두 연구자료에서 연구 주축으로 참여한 연구자가 같았음에도 똑같은 행위 정의를 다르게 기술했고 정부안에서 제시한 수가수준과 큰 차이가 있었다.
  
2020년 연구된 자료를 보면 급여행위 중 '변증기술료' 행위정의에는 16분 시술시간에 수가수준이 3360원으로 돼있지만 정부안에 제시된 심층변증·방제기술료에는 3만2490원(3만8780원에서 인하)의 수가가 책정돼 있다. 단지 수가를 6290원 내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시한 수가의 근거조차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둘째,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선순위도 직역 간 보험재정의 배분이나 보장성의 범위에 대한 상대적 비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기준이어야 한다. 필수항암제 급여조차  건강보험 재정상 급여 하지 못하고 예비급여로 지정돼 얼마나 많은 암환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필수급여조차 제대로 급여화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연 지금의 첩약급여화가 지금 당장 해야할 정도로 시급성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 행위에도 재정 부족으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의학적 근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첩약에 건강보험 급여를 해야 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한방 첩약 역시 의약품으로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안전성조차 학인할 길이 없다. 더구나 안면 신경마비·뇌졸중 후유증은 발병 초기에 적극적 의사의 개입이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한방 첩약 급여화로 환자들이 적기에 의학적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뇌손상만 남길 수 있다. 생리통으로 오인된 자궁외 임신이 치료시기를 놓쳐 경우로 사망에  이르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

넷째, 건강보험공단의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축기반 연구' 보고서에서도 첩약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연구 보고를 통해 첩약에 대한 표준화는 현실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첩약 급여화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한약의 안정성, 유효성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첩약에 대한 표준화와 성분 분석부터 확인해 안정성과 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한약재의 재배 및 유통과정 중에 유입될 수 있는 오염물질과 독성물질도 문제다. 최소한의 검증조차 되지 않은 재료로 만든 한약은 기형적 관리감독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첩약 급여화 당사자들 모두가 이를 반대한다는 사실이다. 한의계도 회원투표에서 찬성은 많았지만 이번 수가 인하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원안도 관행수가의 60% 수준인데 여기서 수가가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료계는 물론 약사회 한약사회 등 범의료계 모든 직역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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