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16 09:57최종 업데이트 26.04.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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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가려진 필수의료의 비명

-신현호 변호사, 강자 논리를 반박함-

[칼럼] 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5년 전 본과 3학년 수업시간, 신현호 변호사의 의료 정의를 듣고 올바른 의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 신 변호사의 정의는 의료 현장을 외면한 채 통계 수치로 변질돼 필수의료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신 변호사의 의료사고 형사 특례 반대는 의료의 역동성과 불확실성을 무시한 이상주의다.

1. 확률이 전부일까. 0.1%의 사고가 100%의 진료 포기를 만든다

신 변호사는 수십억 건의 진료 중 민사소송은 수백 건에 불과하다며 사법 리스크가 과장되었다고 한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는 통계 수치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마주하는 인간이다.

필자는 10세 소년의 선천성 관상동맥 이상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형사 법정에 피의자로 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조차 유족의 막무가내 앞에서 무력했다. 변호사는 ‘조율’이란 이름으로 수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을 것이라 했다. 나도 아이가 죽었을 때 괴로웠고 진료 과정에 잘못이 있었는지 수없이 복기했지만, 특이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수억 원의 배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 사건은 필자의 두려웠던 경험을 대한민국 모든 의사에게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의료진 7인 전원 무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그 파장은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 등 소아과 붕괴를 초래했다. 의사들은 고위험 진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통계상 극히 적은 비율일지라도, 그 파급력은 필수의료 현장 전체를 초토화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25년 전 필자에게 강의했던 정의만 주장하고 있다.

2. 입증책임 전환, 방어 진료, 진료 거부의 유혹

신 변호사는 특례를 위해 의사가 무 과실을 입증하라는 입증책임 전환을 말한다. 하지만 의료는 수학 공식이 아니다. 같은 질병에 같은 처방을 내려도 환자의 체질, 환경, 기저질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의사가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신중하게 진료를 보는 이유다.

방문진료에서 복수 천자를 했고, 합병증 발생 시 100% 무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면 필자는 복수 천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두려워 안전한 선택인 진료의뢰서를 쓰고 사설 구급차를 불러 종합병원으로 보낼 것이다. 입증책임 전환은 환자가 받아야 할 처치를 가로막는 장벽일 뿐이다.

3. 누가 강자인가. 무너지는 인프라 속의 진짜 약자 

신 변호사는 특례법이 강자인 의사를 보호하는 법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의료 생태계에서 바이탈(Vital)을 다루는 의사는 강자가 아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처럼 무혐의 판결 전까지 살인자로 낙인찍혀 실형을 선고받는 것이 의사의 처지다. 학생의 교묘한 괴롭힘으로 선생님이 자살하는 세상이 되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세상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사지로 몰아 넣었다. 유사한 사례는 많다. 

신현호 변호사가 본과 3학년인 필자에게 강의했던 25년 전과는 세상이 달라졌다.

사회적 약자는 누구인가. 소아과가 사라져 오픈런 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방문진료 의사가 처치를 포기해 고통받는 환자들이 잘못된 사법 리스크의 피해자다. 필수의료 의사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의료 인프라라는 공공재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4. 처벌 만능주의. 필수의료 붕괴의 가속화

정부가 수가 구조를 개선하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형사 처벌의 위험이 있는 한 돈으로 의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없다. 방문진료를 하는 필자도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과실, 의학의 한계로 발생한 결과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는 국가에서 젊은 의사가 흉부외과나 소아과를 하겠는가. 신 변호사의 자녀가 전공의라면 그런 과를 하라고 권할 수 있을까. 

이대목동병원 사건 후 소아과 몰락은 필연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의사를 감옥으로 보낸다. 다음엔 흉부외과, 신경외과 순서인가. 처벌은 악의적인 고의와 중과실에 집중되어야 하며, 최선을 다한 진료에서 발생한 불운은 국가 차원의 보상과 보호망이 필요하다. 

맺으며. 

신현호 변호사의 주장은 20년 전의 논리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2026년 대한민국 의료 현장의 비명은 외면하고 있다. 의사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으로 진료한다면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사의 방패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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