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2.29 13:18최종 업데이트 16.12.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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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파는 의료

의료행위가 과학의 옷을 입은 주술인가

[칼럼]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200년 전 중국 천하를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에게 어린 남녀 수천 명을 주고 멀리 동쪽에 가서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했다. 오늘날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현대인들은 채 쉰을 넘기지도 못하고 죽은 진시황의 헛된 욕심을 비웃고, 그리스 신화의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사람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의료행위 중 많은 부분은 인류의 오랜 역사 동안 주술의 영역에 있었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확인할 수 있는 현미경이 발명된 17세기 이후에서야 의료가 주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까지 '태반주사' '백옥주사' '줄기세포 주사' 등의 시술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늙음을 거부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옛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불치병 말기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이 돈을 벌고자 하는 자들의 표적이 되는 것처럼, 젊음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다양한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의학의 이름으로 유한한 생명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료행위들이 계속 재생산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찾기 때문이다.
 
TV조선 캡처

청문회에서 언급된 시술들의 효능이라고 주장하는 '항노화', 줄기세포주사의 별칭인 '회춘주사'라는 단어는 불로장생의 꿈을 충족시켜줄 것처럼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그 시술들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 제시되었을 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부작용이 의심되어 공식허가를 받지 못한 의료행위들이다.
 
영생의 묘약과 불로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은 확인하고 증명한 바 있다. 젊어 보이게 하고, 젊음의 힘을 느끼도록 해주는 의료 시술이 실제로 우리를 젊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잠시 동안 생의 활기를 주는 마약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피폐화시키는 것처럼, 이런 시술들에 집착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손해를 볼 위험이 더 크다.
 
그리스 철학자 Iamblichus가 'Medicine is the daughter of dreams'라고 한 말은 오늘날에도 적용된다. 현실이 안 좋은 상황일수록 우리가 쫓게 되는 것은 '꿈'이며, 그것이 실현 가능한 꿈인지 여부를 따지기보다 우선 '희망'을 말해주는 사람을 믿고 싶어 한다.

이런 헛된 꿈을 파는 의료상품은 유사 이래 인간을 주위를 항상 맴돌아 왔고, 미래에도 끊임없이 존재할 것이다.
 
사회가 많은 문제를 의료로 해결하려는 의료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운데, 암도 정복하고 치매도 극복하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근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고대 왕들이 주술사에게 요구한 마술의 주문만큼 비과학적이고 오만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류가 사라져도 지구가 존속하는 한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 과학적 예측이다. 생명체의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질병들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과 비법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이 없다는 과학적 반증이기도 하다.
 
의료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에는 메르스가 큰 화두였고, 몇 년전에는 신종플루가 한국사회를 흔들었다. 2016년은 정치스캔들로 한국의료의 어두운 또 다른 단면이 사회에 노출되었다.

이번 사태를 정치사건의 한 파편으로 단순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의료행위가 과학의 옷을 입은 21세기의 주술이 되어가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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