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9.18 16:49최종 업데이트 18.09.1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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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뇌혈관 MRI 급여화 협상이 잘못된 다섯가지 이유…수가는 후려치고 예비급여 그대로

상급종합병원 관행수가의 45%…실손보험 인정 못받는 비급여 존치, 경향심사 확대

병원의사협의회 성명서, "의협은 회원들 패배감 없애고 투쟁 동력 하나로 모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의사협의회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뇌, 뇌혈관 MRI 급여화 협의는 문케어 정착을 돕고, 의료 시스템 붕괴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MRI 급여화는 급여 대상을 폭넓게 확대했고 비급여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협상”으로 자평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뇌, 뇌혈관, 특수검사 등 MRI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10월 1일부터 뇌·뇌혈관 MRI의 건강보험 적용의 대상과 기간, 횟수를 확대해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현재 비급여 진료비의 4분의 1수준으로 부담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병의협은 ▲MRI 수가 후려치기 ▲여전히 존재하는 예비급여 ▲의미없는 MRI 비급여 존치 ▲강화된 심사범위 확대와 경향심사 ▲잘못된 첫 단추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만족할 만한 협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의료계는 선택진료비 폐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상급 병실 급여화, 뇌 MRI 급여화 등 중요한 사안 중에서 어느 하나 막아내거나 의료계에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급속도로 무기력함이 퍼지고 패배 의식이 만연해져 버렸다"라며 "앞으로 다가올 한방 관련 문제나 원격 의료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의사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한 걸음만 더 뒤로 물러나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감을 떨쳐내고, 위기감을 무기로 재무장하여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의협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의협은 회원들의 패배감을 없애고 강하게 투쟁 동력을 모으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집행부와 대의원회를 포함한 의협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비전과 리더십 있는 의협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했다. 

뇌·뇌혈관 MRI 급여화 협상이 잘못된 다섯 가지 이유  

①수가 후려치기 관행 

정부는 이번 뇌, 뇌혈관 MRI를 급여화 하면서 보험 가격을 종별로 큰 차이 없이 27~29만원 선으로 맞췄다. 이는 기존 급여화 이전 관행 수가와 비교하면 상급 종병 45%, 종병 60%, 병원 65%, 의원 77%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가격이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이번 뇌, 뇌혈관 MRI의 수가 결정은 관행 수가 후려치기의 전형적인 결과”라며 “특히 대부분의 MRI가 상급 종병과 종병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제 전체 MRI 수가는 관행 수가와 비교하여 60%가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가혹한 수가 후려치기를 당하고도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라며 “올해 4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당시 관행 수가의 80% 수준으로 수가가 정해졌을 때에는 강하게 비판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에 따르면, 2015년 국제학술지 ‘Neurology’에 세계 37개국의 신경학적 진단 검사들의 유용성, 접근성, 가격 적정성 등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와 소득 수준이 비슷하거나 상위 그룹 국가들의 뇌 MRI 평균 가격은 미국 달러 기준 사립병원 497(0~900)달러, 공공병원 120(0~639)달러였다. 일본은 MRI 촬영 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우리나라보다 낮다. 

병의협은 “일본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수술, 시술, 진찰, 처방과 같은 의사의 행위에 대한 수가가 우리나라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에서 MRI가 비급여의 대명사가 되고, 환자 부담 비용이 높았던 이유는 급여 항목만으로는 절대로 병의원을 유지할 수 없는 저수가 때문이다. 급여 항목에 포함된 모든 의료인들의 행위에 대한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해서”라고 했다. 

병의협은 “결론적으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하게 MRI 가격을 낮추는 것은 병의원 경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저수가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MRI 급여화 논의는 시작조차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②본인부담률 80%는 실질적인 예비급여

복지부에 따르면, 급여 기준에서 초과하는 횟수로 뇌, 뇌혈관 MRI 검사를 시행할 경우에는 본인부담률을 80%로 한다고 규정했다. 

병의협은 “비급여가 아닌 급여 항목이지만 본인부담률을 80%로 한다는 것은 예비급여라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예비급여를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예비급여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예비급여를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본인 부담률 80~90%의 예비급여는 국민들은 건강 보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서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심사를 통한 삭감이나 환수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의료계가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실제로 지난 3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관련 논쟁 시에도 이 예비급여 문제가 화두가 되었고, 당시 최대집 당선인은 예비급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③무의미한 비급여 MRI 존치, 실손보험 인정 못받아 

복지부는 뇌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나 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떄 환자의 동의를 얻어 비급여로 촬영할 수 있다. 사실상 비급여를 존치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충분히 확대한 만큼 이런 경우는 드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의학적 필요성이 없음에도 시행하는 MRI는 검진 목적 촬영 말고는 없다”라며 “검진 목적의 검사를 시행하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라면 해당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없다. 이는 곧 비급여 MRI 촬영을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병의협은 “검진 목적 이외에는 비급여 MRI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비급여 MRI 촬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비급여검사가 줄어들면 지불 의무가 있는 실손 보험사들은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이득이 생긴다”고 했다.

병의협은 “진료 현장에서는 심평원 삭감을 피하기 위해 급여 항목에 맞춰 처방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실손보험 혜택을 노리는 환자들은 기준에 맞지않는 진단명을 요구해 의사들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실손보험청구가 될 경우 보험사들은 의사들에게 적합한 기준이 적용됐는지 추궁하게 될것이다. 실제 의료진을 상대로한 보험사들의 소송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료현장을 심각하게 왜곡,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병원의사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④경향심사를 통한 의료계 압박 심화 

복지부는 뇌, 뇌혈관 MRI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인해 급여 기준이 많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신경학적인 증상이 있어 뇌 질환이 의심이 되기만 해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MRI를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번 MRI 급여화부터 경향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경향 심사는 환자 개개별 심사를 하지 않고, 환자의 질환별이나 의료기관 별로 심사한다. 몇 가지 지표를 설정한 다음 지표를 모니터링하면서 경향을 분석해 심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병의협은 “급여화가 늘어나면 건별 심사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다.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급여 기준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자율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경향심사가 시행되면서 그렇게 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경향 심사를 우려하는 이유는 경향 심사가 주로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령 설정한 지표들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의료기관들과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이면 경향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삭감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면 실사를 통한 환수도 가능하다. 병의협은 “이런 심사 방향은 의료기관들에 진료의 획일화와 과소 진료를 조장할 수도 있고, 진료의 자율성을 의료기관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부터 강화되는 MRI 품질관리기준은 MRI 급여 확대를 통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할 중소병원들을 더 힘들게 만들 것으로 우려했다. 

병의협은 “MRI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하면 기존 노후화된 MRI 기계로는 촬영을 하여도 돈을 받을 수 없다. 노후화된 기계를 보유한 의료기관들은 MRI 촬영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새 기계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보상 대책 없는 일방적인 규제 강화는 의료기관들의 경영난만 부추긴다”고 덧붙였다. 

⑤잘못된 첫 단추, 향후 협상 악조건 우려 

복지부는 뇌, 뇌혈관 MRI 건강보험 확대 발표 이후 올해 말까지 신장, 방광, 하복부 초음파 급여화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복부, 흉부, 두경부 MRI를 보험 적용하고, 2021년까지 모든 MRI를 급여화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병의협은 “올해 이미 진행된 상복부 초음파와 뇌, 뇌혈관 MRI 급여화는 앞으로 있을 협상에 있어 기본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정부는 상복부 초음파와 뇌 MRI 급여화 기준을 당초 계획보다 의료계에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정부는 더욱 가혹한 수가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병의협은 “첫 협상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협상력으로는 앞으로 정부가 원하는 데로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 스스로 문케어 정착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MRI 비용의 90%를 차지하는 척추 및 관절 MRI의 급여화가 진행되면 의료 시장은 급격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이렇게 되면 영세한 중소 병원들의 폐업이 늘어날 것이고, 의사를 비롯한 많은 보건 의료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큰 사회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의료 환경의 변화와 혼란은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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