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4.20 06:55최종 업데이트 17.04.2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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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론을 바꾸는 게 의료계 정치다

저질 의료정책 막고, 안전한 의료투자 견인

[전문가 기고] 서울새로운내과 이동훈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후보들은 지역을 돌면서 선거유세를 벌이고 각종 토론회,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는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사협회도 19대 대선참여운동본부를 발족하여 일차의료 육성, 의료전달체계 개선, 보건부 분리, 국민조제선택제(선택분업), 건강보험 개선 등 5개 주요 부분에 25개 세부 정책안을 제안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준비시간도 짧고 각 대선후보의 의료 정책도 과거와 달리 완성되지 않은 채 정부가 출범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의료계나 각 단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의사협회의 제안이 전달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유력 후보들은 하나 같이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일차의료기관을 활성화 시킬 것을 약속하면서 복수차관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차의료 강화,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 제목만 놓고 보면 의료계의 정책제안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되면 의료계의 여러 문제점이 해결될 것인가?
 
각 대선 후보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의료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다.
 
의료계에는 적정 수가를 보장하겠다면서 국민들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의사협회나 대선 후보의 정책집에서 나오는 단어 중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적정'이라는 단어다.
 
의사협회에서도 '적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정책제안을 하고 있고 대선 후보 진영에서도 적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과연 두 집단이 사용하는 단어는 같은 뜻일까?
 
적정은 애매모호한 그야말로 정치적인 단어이다. 의사협회는 적정이라는 단어를 현재 의료수가가 낮으니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로 제안한 것이겠지만 정치권에서는 비급여 등에 과도한 수가를 낮추고 급여 수가를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히려 좀 더 나아가 고평가(?)가 된 의료수가를 낮추고 저평가된 부분을 높여주겠다는 조삼모사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위험한 단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적정 수가는 의료비만 인상시키겠다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세세한 의료수가까지 따지면서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대국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의료체계는 무의촌 해소가 당면과제였던 시절, 돈이 없어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던 20세기가 아니다. 한국 국민은 전세계에서 의료기관을 가장 많이 방문하며 의료비는 가장 싸다.
 
큰 사고가 나거나 길가다가 쓰러질 경우 돈 때문에 큰 병원 응급실에 가지 못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면 과연 국민들이 한국 의료체계에 만족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응급실에서의 긴 대기시간, 외래에서는 짧은 진료시간에 국민들은 불만이 높다.
 
진료의 양적인 측면이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측면이 관심사가 된 것이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의료비 경감이나 진료 접근성을 논의하는 것은 수구보수적 정책이다.
 
21세기 국민의 관심사는 얼마나 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정책이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진료를 보장해 줄 것인가이다.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재원이 필요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한국의 총의료비는 GDP 약 1,500조원의 7%대인 100조원 대에 불과하다.
 
100조원 중 건강보험이 약 60조원, 보장성 60%라는 계산이 나오며 나머지 40조원이 비급여, 비보험 분야이다.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선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하는데 보건당국은 비급여를 낮춰서 수치적인 보장성만 높이려는 잔꾀를 부리고 있다.
 
과연 한국의 총의료비 100조원은 적정할까?
 
OECD 평균 의료비 10%를 고려하면 한국의 의료비는 150조원 규모여야 한다. 한국의 의료비는 매년 50조원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한 재원으로 다른 통계를 OECD 기준에 맞추려고 하니 보건당국, 의료계, 국민의 갈등만 증폭되는 것이다.
 
공사비를 빼먹으면 부실 건물이 만들어지듯이 총의료비를 낮추려는 정책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저질 정책일 뿐이다.
 
튼튼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국민들도 모두 알고 있다. 의료에 대한 투자는 안전한 의료 환경을 구축할 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 분야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며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의료분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통령이나 혹은 중요 정치인들이 정책을 결정해서 지시하는 하향식 구조였다.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이 힘이 되면서 정치라는 것이 몇몇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밀실 정치는 민주화시대에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SNS 등 국민들의 정치 참여 방법이 늘어나면서 정치인들도 국민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유력 정치인이나 대선캠프에 정책 제안과 홍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직접 의료계 주장을 잘 포장해서 전달하여 국민의 여론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정치'일 것이다.
 

#의사협회 # 대선 # 이동훈 #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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