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2.08 12:02최종 업데이트 16.12.1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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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이 아름답다

양질의 약이 신속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칼럼] 중앙보훈병원 김봉석(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4년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암의 발생은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암은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2013년 전체 암 환자수(암 유병률)는 137만 명이고 신규 암 확진자 수(암발생률)는 24만 8천 명이며, 암 사망자 수(암사망률)는 7만 4천명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암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국가 중 하나로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14조 1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암의 예방, 진단 및 치료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진보가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발전은 암 환자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가암발생통계연보(KNCI DB, Korea National Cancer Incidence Database)에 따르면 1993~2010년 모든 암종에서 생존율이 현저하게 증가했는데, 이는 조기진단 및 개선된 치료법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갑상선암을 제외하였을 때에도 2009~2013년 발생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0%로, 1993~1995년 40.3%와 비교해 21.7%p 향상되었다.
 
우리 정부는 국민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는 암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 암 정복 사업 및 암 치료 보장성 강화 계획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치적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4기 암환자의 기대 여명의 향상은 미미한 실정이다.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폐암, 간암, 췌장암의 경우 그 동안의 의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5년 생존율이 각각 23%, 31%, 9%에 지나지 않는다.
 
항암 치료의 발전은 1800년대 말 오로지 수술적 절제술이 시도된 이후 1900년대 초 방사선 치료의 도입, 1900년 대 중반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과 항호르몬요법이 시도되던 시기를 지나 1990년대 표적치료제의 등장과 표적치료제에 기존의 항암화학요법 또는 항호르몬요법의 병합을 거쳐 종양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으며 많은 임상시험에서 효과의 우수성이 입증되어 일부 영역에서 임상에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개발 중인 항암 신약들은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암의 특정 유전자, 단백질 또는 조직 환경을 표적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표적항암제의 경우 효과는 더욱 개선된 반면 독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치료 중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투약을 받을 수 있으며 기능을 포함한 삶의 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생존기간의 향상 가능성도 입증되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4기 암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받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5월 '한국 암치료 보장성확대 협력단'에서 발표한 백서인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주소'의 내용에 따르면 암 진단, 수술 및 방사선 치료의 보급률은 높은 반면, 다른 선진국 대비 다학제적 협의 진료와 항암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발된 항암 신약이 4기 암환자에게 투여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와 장벽을 거치고 넘어야 한다.
 
우선 항암 신약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우수하다는 과학적 검정이 있어야 한다. 과학적 타당성이 입증되면 이를 근거로 식약처에 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은 항암 신약은 적용 대상에 사용할 수 있지만 보험 등재가 되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과학적 입증 후 첫 번째 단계인 식약처의 허가에 소요되는 절차와 허가된 신약 수는 선진국들과 유사하다.
 
두 번째 단계인 보험등재율은 약 30%에 지나지 않았고, 이는 선진국 평균 6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주소 백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항암 신약이 허가에서부터 보험등재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약 600일로 가장 오래 걸리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9년에서 2014년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항암 신약의 보험급여율은 약 30%로 암을 제외한 치료제 67%에 비해 현저히 낮아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에서도 논란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6년 9월부터 심평원 내 신약 사전 평가지원팀을 운영해 현재 평균 320일 가량 걸리는 항암 신약 보험등재 소요기간을 240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항암제 등이 건강보험 등재 신청 후 보험에 적용되기까지 기간이 길어 환자 접근성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복지부에서 밝혔듯이 양질의 의약품이 더 신속하게 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의료인으로서 암환자의 또 하나의 가족으로서 매우 기대한다.
 
어려운 길도 혼자보다는 둘이 같이 갈 때 나아가 더 많은 동반자가 같이 할 때 더 쉽고 보람되고 희망적일 수 있다. 4기 암환자에 대한 항암 신약의 허가와 보험등재율 개선 노력이 한편에서는 국가와 국민의 재정적 비용을 가중시키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함께 모여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최선을 방향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한 동행의 길로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 의사와 환자 그리고 가족, 제약회사와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환자 중심'의 암 치료 보장성 향상을 위한 정책 토의 상설기구를 설립해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하고자 한다. 함께 가는 길이 아름답지 않을까.

#항암제 #김봉석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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