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7.24 05:43최종 업데이트 26.07.2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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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IgA 신병증 치료 사각지대…"투석으로 일주일을 4일로 살아"

희귀질환 지정·상병코드 마련·치료제 급여 요구…정부 "속도감 있게 검토"

23일 국회에서 '중증 IgA 신병증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투석 때문에 일주일을 4일로 살고 있습니다."

30대에 IgA 신병증을 진단받고 40대 후반에 혈액투석을 시작한 환우 임지수 씨의 말이다. 임 씨는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4시간씩 투석을 받고 있다.

이에 중증 IgA 신병증 환자가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단계로 진행하기 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희귀질환 지정과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중증 IgA 신병증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이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희귀질환 지정과 산정특례 적용, 치료제 급여 방안이 논의됐다.
 
원주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양재원 교수(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

"중증 IgA 신병증 희귀질환 지정해야…조기 치료로 투석·사회적 비용 줄여"

이날 발제에 나선 원주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양재원 교수(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는 IgA 신병증 가운데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이 큰 중증 환자를 별도로 정의하고 희귀질환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gA 신병증은 면역복합체인 IgA가 신장 사구체에 침착돼 만성 염증과 신장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국내 사구체질환 가운데 가장 흔하며 20~30대 청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초기에는 혈뇨와 단백뇨, 고혈압 등이 나타나지만 장기간에 걸쳐 신기능이 떨어지고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양 교수는 중증 진행성 IgA 신병증을 단백뇨와 신기능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전체 환자가 아닌 해당 환자군을 희귀질환 지정 대상으로 제시했다.

다만 IgA 신병증에는 별도의 단독 상병코드가 없어 정확한 환자 규모를 국가 통계로 확인하기 어렵다. 현재는 혈뇨 관련 상병코드에 다른 사구체질환과 함께 포함돼 있어 IgA 신병증이 아닌 환자까지 집계되는 등 유병인구가 부정확하게 산출될 수 있다.

양 교수는 중증 여부를 구분하는 주요 지표로 단백뇨를 제시했다. 단백뇨가 많을수록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지고 진행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신약 임상시험과 해외 희귀질환 등록자료에서 주로 활용하는 단백뇨 1.0g 이상을 중증 기준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치료하지 않은 중증 IgA 신병증 환자의 약 50%가 3년 이내 말기신부전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며 "특히 젊은 환자에게 발생해 업무 생산성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양 교수는 중증 IgA 신병증 환자를 약 9700명으로 추정했다. 희귀질환 지정의 주요 기준인 국내 유병인구 2만명 미만에 해당하는 규모다. 환자 규모 등을 고려해 사구체여과율 기준을 추가하면 대상 인원을 약 4800명으로 좁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증 환자를 선별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성이 커진 것은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다. 그동안에는 혈압 조절과 스테로이드 등 보존적 치료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질환의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KDIGO 국제 가이드라인도 환자를 위험도에 따라 구분하고 고위험 환자에게 표적치료를 적용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표적치료제 1개가 허가됐고 후속 신약들의 임상 3상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허가된 치료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높은 상황이다.

양 교수는 해당 치료제를 9개월간 사용하면 투석 시점을 약 12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석 이후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신기능이 남아 있을 때 치료해 질환 진행을 막는 것이 환자와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양 교수는 중증 IgA 신병증의 희귀질환 지정과 함께 단독 상병코드 마련, 치료제 급여 등재, 산정특례 적용을 제안했다.

그는 "이미 다른 국가에서 사용하고 국제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된 약을 국내 환자들은 비용 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다"며 "중증 IgA 신병증을 희귀질환으로 등록해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정책적 근거를 갖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IgA 신병증 환우 임지수 씨,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문주영 교수, 원주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양재원 교수

투석 후 지원보다 예방이 먼저…"신기능 남아 있을 때 치료해야"

기존에는 스테로이드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가 등장한 만큼 신기능이 떨어진 이후가 아니라 질환이 진행하기 전 치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문주영 교수는 IgA 신병증이 진행성 자가면역질환이지만 루푸스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달리 산정특례 등의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며, 중증 환자를 구분할 질병코드와 환자등록체계를 마련하고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스테로이드 외에 치료 선택지가 없어 부작용으로 고관절 괴사가 발생한 뒤 인공관절수술까지 받은 환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 부담을 줄이면서 투석이나 신장이식 시기를 늦출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등장한 만큼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단순히 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IgA 신병증 환자를 정의할 수 있는 질병코드와 레지스트리 관리, 글로벌 신약의 혜택을 국내 환자에게 제공할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석 환자에게는 연간 최소 3000만~5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치료를 통해 투석 시기를 10년 정도 늦출 수 있다면 과연 경제적이지 않은 것인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투석이 시작된 이후 환자를 지원하는 것과 투석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 치료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치료를 통해 환자가 사회활동과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건강보험 재정도 아낄 수 있다면 정책의 초점을 투석 예방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30대에 IgA 신병증을 발견하고 올해 2월 혈액투석을 시작한 임지수 씨는 "투석하는 날에는 바늘을 꽂고 4시간을 버텨야 한다. 병원을 오가는 시간은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투석을 마치고 나면 지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해야 할 40대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원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임 씨는 투석을 시작해도 치료는 끝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투석은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고 이식이 끝도 아니다"라며 "어렵게 기다려 새 콩팥을 받아도 같은 병이 다시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이 있는데도 환자가 비용 때문에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치료를 통해 투석을 늦출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투석 환자가 아니라 회사 직원으로 있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한신장학회 최범순 이사장은 신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 신장 조직에 흉터가 많이 생기면 치료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신기능이 이미 떨어진 뒤에는 약의 부작용이 치료 효과보다 커질 수 있다"며 "신장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생기기 전에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질병관리청 윤성희 과장, 보건복지부 김민정 과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숙현 부장

세 차례 희귀질환 지정 불발…"유병인구·의료비 자료 등 보완해야"

질병관리청은 중증 IgA 신병증 환자의 규모와 의료비 부담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보완되면 희귀질환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 희귀질환관리과 윤성희 과장은 IgA 신병증의 희귀질환 지정 신청이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지만 ▲중증 환자의 국내 유병인구가 2만명 미만임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 부족 ▲중증 환자를 구분할 표준화된 진단기준 미비 ▲요양급여 기준 환자 본인부담 수준을 보여주는 자료 부족 등의 사유로 미지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독 상병코드가 없더라도 중증 환자의 유병인구가 2만명 미만이라는 점을 설명할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면 희귀질환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며 "표준 진단과 치료 기준이 마련되고 의료비 부담을 보여주는 자료가 보완되면 지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희귀질환 신규 지정은 매년 한 차례 이뤄지고 있다. 이에 토론에서는 치료제가 건강보험에 등재된 시점과 희귀질환 신청 시기가 어긋나면 환자가 산정특례 적용을 받기까지 추가로 기다려야 한다며 희귀질환 지정 심의 횟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윤 과장은 "현재 연 1회 지정하고 있지만 확대 요구가 계속 있었던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내 허가된 IgA 신병증 치료제의 급여 재신청을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이숙현 신약등재부장은 해당 치료제가 허가 이후 급여 신청됐지만 두 차례 심의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으며, 제약사가 다시 신청해 후속 회의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환자군과 임상적 유용성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날 제시된 의견도 향후 심의 과정에서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심사 중인 치료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김민정 사무관은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치료제가 심사 중인 만큼 속도감 있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다만 앞선 심의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사유를 다음 심의까지 해소하기 위한 제약사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사무관은 "급여가 설정되지 않았던 사유가 다음 심의에서는 해소돼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제약사도 노력해달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신약이 급여 신청되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약제 평가 과정에서 치료제의 혁신성과 환자의 삶의 질이 보다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증 IgA 신병증 # IgAN # 희귀질환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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