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2.23 04:45최종 업데이트 21.02.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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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후보 "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못해 인턴 때부터 칼퇴근 운동...말보단 행동, 권력자에 더 강하게"

[의협회장 후보자가 살아온 삶①] 밤 새면서 건강해지는 아기 보면서 소아과 의사에 무한 매력 느껴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기호1번 임현택 후보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온 이들일까. 어린시절 꿈은 무엇이었고 왜 의사가 됐을까. 의사로서의 삶에서 언제 가장 보람있고 또 힘들었을까.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의협회장 출마까지 결심하게 됐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후보자 6명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성장배경과 가치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①임현택 후보 "부당함 해결에 말보단 행동, 권력자에 더 강하게"
②유태욱 후보 "세상을 더 크고 넓게 바라보는 의사”
③이필수 후보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24시간 열려있는 리더"
④박홍준 후보 "환자뿐만 아니라 상처 입은 동료 의사들 치료하고파"
⑤이동욱 후보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의료계 바꿀 것"
⑥김동석 후보 "모가 나도 찌르지 않고 빛이 나도 눈부시지 않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나무 줄기는 곧게 뻗고 마디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마디와 마디 사이는 속이 비어 대통을 이루고 마디는 단단하게 막혀 강직함을 유지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강직한 성품이나 곧은 절개를 대나무에 비유하곤 했다. 소위 '대쪽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도 대나무에서 유래해 부정함에 일체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기호1번 임현택 후보는 자신을 '부당한 일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대쪽같은 사람이라는 표현과 어울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무심히 넘어가는 문제에 있어 그는 그 부당함이 해결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임 후보는 "혹자는 좀 불편하다고만 느끼고 지나칠 일을 나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당한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으면 속이 개운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썩 활달한 성격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 직장 문제로 인해 전학이 잦았고 대학 재수 기간도 길었다. 대학 진학을 고민할 무렵엔 전자공학에 심취해 있었다. 애플사가 1977년 내놓은 ‘애플2’ 컴퓨터 작동 원리와 기계류 조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자공학, 제어계측공학과 진학을 등을 고민했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의과대학이었다. 좀 더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 따른 것이었다.
 
임 후보는 의대 진학 이후 적성에 맞지 않는 부분으로 고민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전공의 시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아기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던 모습을 보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을 느끼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26주 800g 남짓 손바닥 만한 첫 아기 환자가 몇 달을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몇날 밤을 새면서 아기를 돌봤는데 결국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스스로 빠는 힘도 갖게 됐다. 아기가 나중에 커서 외래를 왔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고 의사로서 뿌듯함을 처음 느꼈다."
 
그때부터였다. 사람들 앞에 먼저 나서길 꺼리던 그를 가장 선두에 나서게 했던 건 의료계의 불합리한 시스템이었다. 당당한 의사로서 배운대로 소신껏 진료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턴으로 근무하던 시절 그는 처음으로 부당함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임 후보는 "서울시립병원 인턴 시절 전공의들을 병원의 싼 인력으로만 생각하는 풍토에 맞서기 위해 '9 to 6' 운동에 앞장섰다. 3개월만에 임금인상, 4대보험 가입, 수련 관련 요구조건을 완전 쟁취한 적이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면 그는 한 개인이 온갖 부조리에 맞서는 일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그는 강자에게 더 강하게 대처한다고 밝혔다. 상대가 권력자라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임 후보는 2016년 국정감사 당시 돔페리돈 처방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을 모욕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강한 성향 때문에 수많은 법정 싸움, 협박도 그를 줄곧 따라다닌다. 실제로 그는 심한 스트레스로 지난해 진지하게 의사회 회무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임 후보는 "거대 악에 맞서 싸우는 일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때로는 신경끄고 사는 게 가장 편한 길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피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환경이 의료계를 지속적으로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소아청소년과 회원들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앞으로 그는 행동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임 후보는 "리더는 생각만 해서는 소용없다. 충분히 사려 깊게 생각하되, 그게 바른길이고 이기는 길이라는 결론이 나면 일사분란하게 한정된 자원을 총동원해서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며 "리더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야하고 강자가 잘못할 때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목소리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강한 의협, 현명한 선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밝혔다. 정치적 색과 무관하게 의협의 정치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기피과 문제, 의료사고 법적문제, 부당한 현지조사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임 후보는 "아이들의 건강을 살펴 주는 의사로서 너무 만족한다. 그러나 형편없는 보상수준인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소청과 의사로서 좌절도 많이 느낀다. 메이저 진료과목과 수년동안 전공의 지원조차 없는 기피과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존경하는 의료계 인사로 바른의료연구소 김성원 전 소장을 꼽았다. 김 전 소장은 바른의료연구소 초대 소장으로서 별도 활동비도 없이 올바른 의료정책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다. 특히 김 전 소장은 한방 의료기관 허위과장 광고부터 한방난임 지원사업, 추나요법 급여화 등 한방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의료진 무죄 입증을 위해서도 백방 노력해 왔다.

임 후보는 "김성원 선생님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바른 의료를 위한 정책의 최고 전문가다. 놀라울 정도의 통찰을 갖고 계신 분이다. 의협 회장이 된다면 어떻게든 모시고 싶다"고 강조했다.   

책을 좋아하지만 최근 바쁜 일정 탓에 독서도 거의 하지 못한다는 그는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쓴 '하지마라 외과의사'를 틈나는대로 읽고 있다.

그는 "'하지마라 외과의사'는 의사들 등골 빼먹으며 이뤄지고 있는 국내 의료의 총체적 문제점을 공감가게 그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읽는 의사와 의대생들은 많은 공감을 하게 되고 무엇이 문제인지 성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의 기술에 대해서도 "삶은 곧 수많은 전쟁들과도 같은 상황들의 연속이다. 그 전쟁과 같은 상황에 닥쳤을 때 역사적인 인물들은 어떻게 대처했나를 통해 마치 삼국지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항상 강인한 임 후보지만 가족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들이지만 더 자주 시간을 보내고 많이 표현하지 못해서 오는 미안함이다. 소청과의사회장 시절부터 그 힘든 걸 왜 당신만 하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어왔다. 그래도 그가 지치고 힘들 때 가장 위로와 격려를 건내는 것도 가족이다.

임 후보는 "의사회 일을 하면서 힘든 일도 많은데 지치고 쓰러졌을 때 가장 힘이되는 것은 가족이다. 또한 지금은 가족 못지 않게 늘 곁에서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소청과 회원들이 있어 오늘도 정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가 있었던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막 통과했던 의사면허 강화 법안에 대응해야 한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지만 눈 앞에 닥친 악법에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현재 임 후보는 별도 선거대책위원장이나 거창한 선거캠프 구성도 생략했다. 오롯이 자신이 걸어온 지난 6년간의 세월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거창한 세력화보단 실속으로,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모습에서 '대쪽같은' 성품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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