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3.20 06:27최종 업데이트 19.03.2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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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더 잘 보기 위해 행정하는 의사의 길 걷다

'딴짓하는 의사들' 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와 국내 최대 의사 전문 포털 메디게이트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2019(KIMES 2019) 기간 중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의사와 예비 의사를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딴짓하는 의사들', '지구醫', '의료소송 제로' 등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션에서는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임상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비(非)임상 의사들의 직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김현정 차바이오 F&C 연구개발사장 겸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료실 대신 국회에 입성한 이유(김현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실 비서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센터장)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의사(김민성 루닛 메디컬 디렉터)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① 김현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실 비서관
② 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센터장
③ 김민성 루닛 메디컬 디렉터
 
사진: 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건강지원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당뇨병을 진료하는 의사로, 당뇨병에 걸린 환자들을 합병증 없이 관리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건보공단에 오게 됐습니다. 왜 건보공단에서 근무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당뇨병 환자를 잘 보고 싶어서 왔다고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 건강지원센터장은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강북삼성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모바일이나 IT 기술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환자를 보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업무로 펠로우 생활을 하고, 2013년부터 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고 진료하고 약물을 처방하는 현재의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이 만성질환 관리의 적절한 모델인가 했을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패러다임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형태가 아니며 질환을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다"고 공단에서 근무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어떤 약을 써도 당화혈색소가 올라가고 환자는 외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당뇨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조슬린(Elliott P. Joslin)이 '교육은 당뇨치료의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환자들은 당뇨병 약을 먹고 치료하는 질환으로 알고있다"며 "환자들은 약만 처방해 달라고 하고 의사들은 커뮤니케이션할 시간이 없다. 합병증이 발생해도 환자들은 당연히 올 수 밖에 없었다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사업의 관장자로 건강보험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건강보험 업무를 총괄한다. 공단은 보험자로 가입자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 징수 및 보험 급여비용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심평원은 요양기관으로부터 청구된 요양급여 비용을 심사하고 적정성을 평가한다"고 기관을 소개했다. 공단에서 의사들은 급여전략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빅데이터실센터장, 지역본부 내 건강지원센터장으로 근무한다.

유 센터장은 "보험료를 모아 급여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것도 공단의 주요 업무지만, 법에서는 건강검진을 하고 난 이후 사후관리도 공단에서 운용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광역자치단체와 보건소가 지역사회 건강관리 사업을 추구하는 주체로, 공단은 ▲보험자를 활용한 지속성 있는 관리 도입 ▲수가나 보험료를 통한 인센티브 개발 ▲집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요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의 고유지정 업무로는 ▲건강검진 사후관리-만성(건강검진 수행 결과에 다른 대상자 상담 및 안내 관리 지원, 건강교실) ▲건강검진 사후관리-대사(사업자 근로자 대상 대사증후군 사업, 건강검진 결과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갯수 별 관리) ▲건강증진센터 운영 지원 ▲유질환자(당뇨병, 고혈압 진단 후 병원 외래 방문 기록이 없거나 약물 미치료자) 대상 사업 ▲적정투약사업(과소 및 과대 약물 투약에 대한 안내문 발송) ▲만성질환시범사업 등이 있다.

여기에 더해 유 센터장은 제도적인 것들을 바꾸거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현재 당뇨병 환자 관리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2013년부터 만성질환과 관련된 여러 사업들을 진행했다. 자조교육 프로그램도 이 가운데 하나다.

유 센터장은 "병원에서 진료하거나 3차병원에서 교육할 때도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동기부여하고 임파워먼트(empowerment)하는 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면서 "한국인은 관계주의 문화에 속해있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룰이 생기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환자들끼리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에게 동기강화 상담(motivation interviewing)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잘 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감정에 관련된 부분이 해소되지 않아서다"며 "개인의 변화에 자신감이 중요한 동기 요인으로 당뇨병 환자들이 경험하는 당뇨병 관리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인정해주면 자기효능감이 증진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임신성 당뇨 프로그램, 근로자를 위한 헬스 프로모션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고, 앞으로는 현재 비어있는 당뇨병 합병증 관리에 대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유 센터장은 "공단에서 근무한다해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언제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센터장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던 과도기였기 때문에 다양한 시범사업들을 많이 진행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환자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도와주고 싶어 공단으로 왔지만 임상의사의 길은 놓고 있고, 행정하는 의사로서의 역할에는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은 "수가라는 형태, 법과 제도라는 형태가 만들어지려면 사회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환자나 정책 집행자들에게 수가가 왜 부여돼야 하는지 지식이 없고 여기에 동의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의사들에게교육수가를 제공한다고 해도 개개인의 생활습관의 변화로 연결되는 효과적인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갑자기 마련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는 사회적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의 경우 굉장히 많은 직역단체들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사회에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환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면서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현장에서 청중들은 공단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Q. 환자 교육 관련 일선에서 보는 의사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공단에서 근무했을 때 유리한점 또는 불리한점이 있나요?
A. 학회분들이나 로컬 클리닉 분들을 만나면 '공단에도 의사가 있구나', '행정하는 공단 직원보다 마음이 편하다'라며 저한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분도 있습니다. 정책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설득하는 단계입니다. 

Q.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도 있는데 건보공단에서 직접 교육프로그램 만들고 시행할 수 있었을 배경이 따로 있나요?
A. 공단은 플랫폼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복지부가 어떤 일을 기획해 내린다면 공단은 이를 시행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듭니다. 공단에서 직접 교육자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회 등 전문기관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행정기관이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학회에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학회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단과 복지부의 승인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Q. 의료기관이 아니라 건보공단 주체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했을 때 장점이 있나요?
A. 공단에서 모두 직접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차의료기관에서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공단이 진행하면서 어떤 부분은 의사들에게 맞도록 수정하는 등 여러 기관들 각각의 역할에 맞도록 분산해야 합니다. 의원에서 환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교육하되 의원에서 하기 어려운 자조교육은 지역사회 내 다양한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합니다.

공단에서는 전문성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독일의 사례를 보면 당뇨병학회같은 곳에서 지침을 만들면 당뇨병센터에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이를 출판사에서 출판합니다. 검정교과서처럼 이를 살 수 있는 형태가 되면 보험으로 리펀드 시켜주며 표준화된 교육프로그램 운영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줍니다. 이런 국가 검증을 받은 교육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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