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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의 윤리적 딜레마가 희귀질환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든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19.04.05 06:21 | 최종 업데이트 19.04.05 06:21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윤년으로 4년에 한 번 2월의 마지막 날이 29일로 끝나는 희귀성에 착안해 유럽희귀질환기구(The European Rare Disease Organization)가 2008년 '희귀질환의 날'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이날 이후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을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라 제정하고 기념한다. 지구위에 사는 온 사람이 한마음으로 '소수'라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희귀질환 환자를 응원하며 희귀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동참하는 날이다.

    희귀질환은 유병(有病)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지칭한다. 현재 약 7000여개의 희귀질환이 보고됐으나 치료제가 개발돼 보급된 질환은 일부에 불과하며, 개발된 치료제의 경우에도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재정이 말라가는 위기에서 값비싼 희귀질환 약으로 처방을 내려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 결과 희귀질환자는 치료제가 없어 생명을 위협받는 상태가 지속되거나 또는 고비용의 치료제 구입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에게 물이 풍족한가?' '항생제는 충분히 구비하고 있는가?' '투석 받을 환자에게 기계가 충분한가?' '인공호흡기는 갖추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주를 이뤘다. 지금은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로 감염병을 거의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희귀질환은 유전적·선천적 질환이 많고 조기진단이 쉽지 않기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어 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유전자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희귀질환같은 비극적인 유전적 질환을 종식시킬 수 있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 맞닥뜨린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은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진다. 보조 생식술(assisted reproductive technique)을 통해 정자를 난자에 직접 삽입하는 불임 치료법, 신생아 선별 검사, 유전자 치료와 안락사 등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어떤 쪽을 택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오는 딜레마 상황이다. 비극적 선택(tragic choices)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한 여인의 태아가 유전성 대사질환인 테이-삭스병(Tay-Sachs disease)으로 판단 받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슈케나지(Ashkenazi) 유대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이 병은 지질대사에 있어 중요한 분해 효소인 헥소사미니다아제 A(hexosaminidase A)의 결핍으로 중추신경계에 GM2 강글리오시드(ganglioside)가 축적되고, 지질의 축적으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점진적인 파괴를 유발하는 지질침착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으로 대부분 환자들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 초에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또 다른 상황으로 어떤 특정 환자가 심각한 질병으로 판명됐음에도 치료받기를 강력히 거부한다면 어떻게 환자를 처리해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도 있다. 2016년과 2018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것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는 뉴스가 지난 3월에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단체를 통해 조력자살을 준비 중이거나 기다리는 한국인도 107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죽음을 논하는 것이 금기인 우리 사회가 안락사를 허용해야 할 것인가? 어떤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한 비극적 선택이 앞에 놓여있다.

    낙태 허용이나 안락사 문제보다도 더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사회적인 관점으로는 값비싼 치료제를 누구에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있다. C형 간염치료제 소발디는 약 값이 하늘을 찌른다. 미국에서 소발디 한 알이 1000 달러다. 하루 세번 복용하면 한 달 약값이 1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19년 세계 의약품 중 가장 비싼 약은 미국 호라이즌 파마의 만성육아종증 치료제 '액티뮨'이고 한 달치 약값이 5만 2323달러(약 5500만 원)에 달했다. 무엇이 공평한 분배일까? 가장 이상적인 세상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이다. 누구든지 아픈 사람은 의학적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세계 최고가 의약품 월 처방액 약가 10위권 중 국내 수입 품목은 1개뿐이다.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치료제 '적스타피드'(4만 671달러)가 유일하다. 왜 그럴까? 희귀의약품 지정을 발판으로 한국 진출을 추진하다 다른 아홉은 조건이 안 맞아 접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희귀의약품은 보험 비급여로 하기에는 환자에게 가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급여로 하기에는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국내 수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 희귀난치성 치료비를 환자와 가족이 다 부담하기 힘들다.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정 부담이 있어도 우선 국내로 수입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건전하게 서로 토론하고 서로 용납할 수 있는 최적격의 해결 방안을 만들어 서로 수용해야 한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빠진 윤리적인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은 먼저 경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치료방법이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인가? 생명을 연장하는 것인가? 물어봐야 한다. 둘 중 하나를 취하라면 생명을 구하는 것(lifesaving)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나는 비싸고 다른 것은 저렴한 두 가지 치료 방법이 존재하고 약효가 비슷하다면 저렴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희귀질환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존귀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제약사나 스타트업이 희귀질환을 타겟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희귀질환의약품의 개발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Orphan'으로 정부의 지정을 받으면 세금감면을 통한 연구비 지원, 임상시험 비용 지원, 신약허가 심사비 면제, 시장독점권 부여 등의 특혜가 주어진다. 희귀질환의 대부분은 단순한 유전적 결함에 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제의 표적발견이 비교적 쉽다. 또한 임상시험기간이 짧으며, 시판 허가를 받을 확률이 높아 연구개발비용이 적게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발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같은 큰 시장을 겨냥해 orphan 의약품 개발을 전략적으로 수행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희귀질환에 적절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 및 연구개발이 쉽지 않다. 임상시험기간이 짧고 시판 허가를 받을 확률이 높아 연구개발비용이 적게들 가능성만 주목해 그 점만 크게 보고 달려드는 스타트업이 있을까 염려된다. 먼저 희귀질환에 대한 분명한 사이언스의 엣지(edge)가 자기 회사에 분명하게 존재해야 한다. 희귀질환 환자를 상대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겠다는 윤리적의 의지가 강하면 성공은 따라올 것이다. 신들의 주사위에 희귀질환 환자의 모든 것을 맡길 수가 없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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