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9 12:54최종 업데이트 22.01.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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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 후 방황하던 수학천재…의학연구 통계분석 서비스회사 '차라투' 창업

[헬스케어 CEO·MD 인터뷰] 김진섭 대표 "의학 연구로 사람 살리고 '연구지원 전문가' 새 직업 만들 것"

차라투 김진섭 대표는 웹 기반으로 의학통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대에서 수학을 하려면 통계밖에 없고, 통계를 하려면 예방의학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올림피아드에 참석해서 수학과만 생각하다 얼떨결에 의대에 입학해 힘들었는데, 예과 2학년 때 ‘의학통계’ 수업을 들으며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통계는 수학이 아니라고 무시했지만 의대에선 숫자를 다루는 과목이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끝내 통계로 창업까지 선택했습니다.”
 
‘수학천재’가 의대에 입학해 방황했지만 결국 ‘통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통계’로 창업을 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학통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라투 김진섭 대표(예방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차라투에서 함께 일하는 의대생 팀원들로부터 인터뷰를 추천받았다. 
 
차라투, 삼성전자 거쳐 우여곡절 끝에 웹기반 통계서비스 제공 위해 창업 

 
-차라투는 어떤 회사인가.
 

의학연구를 지원하는 회사다. 주로 웹기반 통계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유료로 맞춤형 웹, 자주쓰는 분석은 무료웹으로 공개했다. 공공빅데이터 분석 자문, 통계교육도 진행한다.
 
2018년 8월에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하고 나서 1~2년 사이에 모든 작업을 집에서 했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동성심병원에서 연구를 지원하는 일을 하나둘 늘리면서 회사로 운영하게 됐다. 그러던 중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사업 1억 4000만원에 선정돼 지난해 말부터 의대생 5명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같이 작업하고 있다.
 
-차라투는 무슨 의미인가.
 

차라투스트라에서 앞 3글자를 따왔다. 당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다. 내용은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뭔가 불끈불끈하는 느낌이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도메인이 이미 있어서 즉흥적으로 차라투로 결정했다. ‘차라투 주식회사’라고 발음하면 차라투스트라랑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실 원래 회사이름은 앙팡만이었고 방탄소년단 'ANPANMAN' 노래주제인 소시민적 영웅 컨셉이 너무 맘에 들었다. 하지만 일본회사가 김앤장을 통해 앙팡만을 바꾸라고 경고했고 고민하다 바꾸게 됐다.
 
-이전에 삼성전자 근무 경력도 있는데 거기서는 어떤 일을 했나. 그리고 나서 창업까지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매출이란 단어도 몰랐던 상태에서 얼떨결에 삼성전자에 들어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겪으니 뇌가 완전 바뀌는 느낌이었다. 특히 웰트 강성지 대표의 C랩 사내벤처를 보며 "와, 의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며 대단하다고 느꼈고, 창업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2년차는 VC가 좋아보여 무턱대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 면접까지 봤으나 떨어졌다.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헬스케어 센서 연구에도 참여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연구소가 사실상 없어져 무선사업부로 이동했다. 삼성헬스 팀에서 데이터분석과 PM 업무를 했다. 사내벤처를 해보고 싶어 통계지원을 포함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나 모두 탈락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의대 입시 컨설팅을 하기로 결정하고 삼성전자를 퇴사했으나 흐지부지됐다. 파트타임 보건관리업무를 하며 박사과정이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대학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박사논문도 실패했다.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에 빠져 헛바람이 들어가 통계이론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 단독저자로 ①휘어진 벡터공간에서의 선형모형, ②효과크기(effect size) 를 고려한 새로운 p-value, ③이분형(binary) 형질에서 새로운 유전율(heritability) 지표를 제시했으나, 박사심사와 학술지 게재 모두 실패했고 결국 개인 블로그에 공개했다.
 
당시 블록체인이 유행해 메디블록 코인에 투자하기도 했다. 마침 창업선도대학 지원사업이 있어 ‘유전체데이터 블록체인’을 주제로 지도교수, 석사 동료와 함께 지원했는데 덜컥 선정돼 무조건 창업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막상 선정되고 보니 유전체 블록체인은 엄두가 안나 양해를 구하고 빠졌는데, 그래도 창업은 하고 싶어 의학통계를 지원했던 경험을 밑천삼아 1인 법인으로 시작했다. 지나고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차라투의 대표 연구지원실적
1.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Gut, IF 19.819): 공단표본코호트 원자료와 OMOP-CDM 변환된 데이터를 비교분석,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장기복용과 위암발생의 관련성 파악
2.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Circulation, IF 18.88): 심장 휴식기 압력 지표 중 하나인 Diastolic Pressure-Ratio(dPR) 계산앱 개발
3.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s, IF 11.195): COREA-AMI II 레지스트리 분석, PCI 때 혈관내초음파(IVUS) 사용 여부에 따른 예후 비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s, IF 11.195): COREA-AMI II 레지스트리 분석, PCI 때 혈관내초음파(IVUS) 사용 여부에 따른 예후 비교. 자료=차라투 홈페이지 

의학 연구로 사람을 살리고 연구지원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 만드는 게 꿈 

-차라투는 주로 어떤 논문들을 분석해서 통계로 내놓는 것인가. 차라투에 나오는 최근 의뢰를 받았던 것들은 주로 연구 영역인가. 주 고객층은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교수들인가 주 타깃으로 삼는 질환, 또는 분야는 무엇인가.
 

논문은 통계분석결과가 필요하다. 요즘은 대부분 병원에 통계 지원팀이 있는데 연구자 입장에선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다. 게다가 연구자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를 원한다. 기본적인 통계 분석은 웹으로 가능하게 했다. 이것저것 접목하다 보면 가설이 바뀌기도 하고 그림이 바뀌기도 한다. 변수를 추가해달라거나 수치가 확대되기도 한다. 공통데이터모델(CDM) 연구는 병원별로 분석결과를 얻고 이를 합쳐 메타분석한다.

119 같은 느낌으로 접근한다. 초록을 내야 하는데 꼭 3일안에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비용은 어떻게 산정되나. 주요 고객들은 누구인가.

비용은 연구마다 다른데 표준화해보려 노력중이다. 연구건수당 혹은 1년동안 건수 제한없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연구비가 아닌 사비로 낸다고 하면 50%만 받는다.

병원연구자(교수, 전공의, 전임의 포함)로 논문용 분석이 90%이상이었다. 타깃 질환은 따로 없는데 현재까지는 순환기내과 연구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소화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였다. 논문용 연구 뿐 아니라 임상시험쪽 통계분석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치대·한의대·약대의 연구도 맡아보고 싶다. 올해 신설된 성균관대 바이오헬스규제과학대학원 겸임교수를 맡아 'R빅데이터분석' 3학점 강의 예정인데, 강의자료를 잘 만들어 교육 분야도 진출하고 싶다.
 
-의대생들과 함께 팀을 이뤄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의대생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해까진 파트타임으로 분석만 같이 했는데 올해 운좋게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선정돼 마케팅, 개발, 데이터분석 등에서 총 5명을 채용했다. 전부 원격근무로 슬랙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마케팅팀은 홈페이지 관리와 홍보, 분석팀은 연구과제별 참여, 개발팀은 분석웹 서버관리, eCRF 개발 등을 맡고 있다. 학생들의 참여 형태는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결정할 수 있으니 R과 의료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의대생이 있다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연락을 주길 바란다.

-앞으로 차라투 운영과 비전,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린다.
 

단기적으로는 ①의학연구의 모든분 석을 모듈화해 빠른 서비스제공 ②eCRF와 분석웹을 연계해 데이터 입력, 관리, 분석 통합서비스 제공 ③블록체인기반 공동연구 플랫폼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의학연구로 사람을 살리는 홍익인간’이 대의명분이다. 의학연구자를 도와 의학지식을 만들고, 쌓인 지식으로 생명을 살려 궁극적으로 인류건강을 증진시키겠다. 다음 세대에서는 ‘홍익우주‘까지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물려주고 싶다. 유망주 성장을 회사의 핵심가치로 생각한다. 유망주들을 성장시키고 '연구지원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이 직업을 의사·변호사 못지않는 전문직으로 만들고 싶다.
 
김진섭 차라투 대표(MD. MPH)
성균관대 의대 졸업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역학) 박사(유전체역학) 
예방의학과 전문의
전 삼성전자 DMC연구소·무선사업부 
R개발자 커뮤니티 Shinykorea 운영자 
성균관대 바이오헬스규제과학과 겸임교수 

#CEO 인터뷰 # 헬스케어 CEO #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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