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사와 마사시 일본 츠쿠바대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WPI-IIIS) 기구장. 사진=WPI-IIIS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세계적인 수면의학자 야나기사와 마사시 일본 츠쿠바대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WPI-IIIS) 기구장이 ‘노벨상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수상했다.
래스커재단은 9일(현지시간) 야나기사와 기구장과 엠마누엘 미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2026 앨버트 래스커 기초의학연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래스커상은 1945년 제정된 미국의 대표적인 의생명과학상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등의 분야에서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다수가 이후 노벨상을 수상했다.
재단은 두 연구자가 각성을 유지하는 뇌 신경펩타이드인 ‘오렉신(orexin)’을 규명하고, 오렉신 결핍이 기면증에서 통제할 수 없는 수면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 수면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의사 출신인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지난 1998년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UTSW)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뇌에서 새로운 신경펩타이드인 오렉신과 그 수용체를 발견했다.
이후 오렉신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 생쥐가 갑작스럽게 잠에 빠지는 기면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오렉신이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핵심 신호체계라는 점을 규명했다.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지난 2023년 일본 츠쿠바대 IIIS에서 가진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렉신 발견 당시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처음에는 오렉신이 식욕과 관련된 물질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렉신을 없앤 생쥐에서 식욕이나 체중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생쥐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쓰러져 렘수면에 빠지는 기면증과 유사한 현상을 확인했고, 이를 계기로 오렉신이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이라는 사실을 규명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 미뇨 교수는 기면증을 앓는 개의 유전자를 추적해 오렉신 수용체 유전자 이상이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후 사람의 기면증에서도 오렉신 결핍이 확인되면서 두 연구자의 연구는 기면증의 분자적 원인을 밝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연구는 실제 수면장애 치료제 개발로도 이어졌다. 현재 오렉신 수용체의 작용을 차단해 각성을 낮추는 오렉신 수용체 길항제는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오렉신 수용체를 활성화해 각성을 회복시키는 약물은 기면증 치료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편,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2023년 본지 인터뷰에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노벨상 수상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면에 대한 기초연구 분야가 이렇게 주목받는 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수면과 각성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완전히 밝혀내는 게 최종 목표”라며 “나를 포함해 누군가가 이 원리를 규명해낸다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한국의 수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대표적인 수면 부족 국가라며 “잠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와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육 단계부터 수면의학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야나기사와 기구장과 미뇨 교수는 앞서 기면증의 원인 규명과 새로운 수면장애 치료법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2023년 생명과학 분야 브레이크스루상도 공동 수상했다. 같은 해 야나기사와 기구장은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연구자를 예측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클래리베이트 피인용 우수 연구자에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