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21 05:04최종 업데이트 15.04.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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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안에는 '제3자'가 있다

수술실 녹음보다 흔한 '진료실 녹음'

진료하는 의사의 사기 저하 초래 지적

19일 MBC에서 방영된 시사매거진 '환자가 잠든 사이에'편은 환자의 수술실 녹음을 통해 의료인들이 환자를 마취시킨 후 나누는 대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MBC 시사매거진2580

 

수술실의 의료인 대화 녹음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JTBC뉴스는 '마취중 혹시나 녹음했더니…성형수술 의료진 충격 대화'라는 기사를 통해 의료인들이 마취된 환자를 사이에 두고 환자 신체를 비하하는 대화를 공개해 대중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2013년 JTBC뉴스

 

병žžžž·의원 진료 모습을 폭로한 기사에 대한 대중과 의사의 반응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중들은 대화내용에 충격을 받고 윤리성에 대해 강조하지만, 의사들은 그런 행위(녹음)를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녹음의 불법성에 관한 얘기를 하며 불쾌감을 표시한다.

실제 다수 의사들은 해당 기사를 접한 후 "어떤 병원이 그랬을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다" "의사하기 갈수록 힘들다"라는 반응들이다.

 

이런 반응은 대중들이 받은 충격과 차이가 있지만, 의사들의 불만 호소가 근거 없는 투정만은 아닌 것 같다.

 

만연한 진료실 녹음

기사화가 된 수술실 녹음은 파급력은 컸지만 오히려 드문 경우로, 실제는 수술실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비공개 녹취'가 흔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한 개원의는 "나한테 인근 원장의 얘기가 맞냐며 다른 병원 원장과의 진료 녹음 내용을 들려주는 환자들이 있다"며 "그 상황에서는 나한테 묻는 입장이었지만, 입장을 바꿔서 내가 녹음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씁쓸하다"고 전했다.

다른 개원의는 "설명은 건성으로 듣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환자가 있으면 일단 의심해본다"면서 "그런 환자에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경직될 수 밖에 없어 건조하게 교과서적인 말만 한다"고 호소했다.

 

환자의 진료과정 녹음을 감지하면, 의사들은 환자를 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봉직의 A씨는 "환자들은 의사의 확실한 대답을 원한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치료를 독려하기 위해 '객관성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어떤 단어' 혹은 '의사의 경험적 판단'을 첨가하는 것이 (의료에) 기름칠과 같은 역할을 할 때도 있다"면서 "진료내용의 녹음이 만연하면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고, 모든 의료행위의 부작용과 결과 가능성에 대해 기계적으로 설명하면 환자는 치료를 결정하는 것마저 망설이게 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표명했다.

의학적 선택이란 100% 맞는 것이 아닌 가장 확률 높은 것을 선택하는 문제인데, 모든 가능성을 의무적으로 장황하게 나열하면 환자나 보호자의 치료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리 상자가 되어가는 병원

많은 의사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의사들의 바람대로 될 것 같진 않다. 문명의 발달은 정보의 통제보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확장하는 쪽을 선호해왔다. 

 

개원의 B씨는 앞서 언급한 의사들과 생각이 다르다.

그는 "진료실 안에서 맞는 말만 하면 되지 무슨 걱정인지 모르겠다"며 "실제 피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거기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진료실이든 수술실이든 환자의 녹음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으니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 일부 의사의 추측과는 달리 진료 녹음 행위는 불법이 아니어서 막을 근거가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상 제3자의 녹음이 아닌 당사자 간 녹음은 합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녹취가 불법이든 합법이든 그것은 ‘유출 가능 방법’의 하나일 뿐이어서, 병žžž·의원에서 했던 대화나 행위를 병원 밖으로 전파하는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

작년 12월에 SNS를 타고 퍼져나간 한 성형외과의 수술실 생일파티 모습이 그 한 예이다.


출처 : YTN뉴스

 

해당 사건 직후 의사 커뮤니티에는 해당 직원이 '병원에서 사진 찍었던 일', 'SNS로 사진을 퍼트린 일'에만 포커스를 맞춰 직원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오갔다. 

하지만 직원의 교체가 빠른 병원의 특성상 원장이 관계자 모두를 통제하기란 쉽지 않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것 역시 '유출 경로의 하나'만을 막는 단편적인 방법일 뿐이다.

 

결국, 환자든 내부 직원이든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술의 발달로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영상이나 음성으로 기록하는 것이 더는 번거롭지 않다.

그리고 병원은 이제 환자와 의사만의 '사적 영역(이어야 하지만)'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최근에 전문의를 취득한 한 봉직의는 "앞으로 의사들은 병원에서 본인이 한 발언, 행동 하나하나가 기록되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진료차트'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나 행위 역시 '공적 자료'가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의사들을 파렴치하고 비윤리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진료실녹음 #수술실녹음 #메디게이트뉴스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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