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7.03 05:13최종 업데이트 20.07.0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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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의 새로운 접근 방법은 무엇일까?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헌터증후군은 1917년 찰스 헌터(Charles A. Hunter)가 처음으로 기술한 유전성 리소좀 축적 질환(Inherited lysosomal storage disorders)이다. 헌터증후군은 외형적으로 털이 많고 키가 작으며 독특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형체를 특징으로 하고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출생 시부터 IDS(I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을 지닌 X 염색체 연관 열성 질환으로, 남자 어린이 10만~15만 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한다. 동아시아 국가에서의 발생 비율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 대만에서는 약 5~9만여명 중 1명꼴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데날리 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s)는 헌터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DNL310이라고 코드를 붙인 신약 후보물질이 2019년 6월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소아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2020년 1월 31일에 글로벌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에 처음으로 'A Study of DNL310 in Pediatric Subjects With Hunter Syndrome'이라는 임상실험이 게시됐다.

DNL310은 무엇인가? 데날리가 보유한 '항체-효소 전달체(Transport Vehicle, TV)'에 헌터증후군 환자들에게 부족한 IDS 효소를 먼저 붙인 것이다. 이렇게 IDS 효소를 항체의 backbone인 Fc 전달체에 붙여 뇌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 안으로 들여보내는 방법이다. 데날리는 전달체에 붙인 IDS 효소는 효소만 정맥주사를 한 것보다 30배나 더 많은 양이 뇌 안으로 들어간다고 보고했다.

데날리는 이런 전달체의 과학적인 결과를 지난 5월 27일 '사이언스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Brain delivery of therapeutic proteins using an Fc fragment blood-brain barrier transport vehicle in mice and monkeys'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왜 데날리는 정맥주사를 하는 IDS 효소를 헌터증후군 환자들의 뇌 안에 들여보려고 하는가? 특히 치료가 어려운 중추신경손상을 보이는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는 전체 환자의 70%에 달한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IDS 효소를 정맥주사하는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GC녹십자의 근래의 행보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다.

GC녹십자는 파트너사인 '클리니젠(Clinigen K.K.)'이 3월 31일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ICV(intracerebroventricular)'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지난해 4월 클리니젠에 '헌터라제 ICV'를 기술수출 했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은 약물이 BBB를 투과하지 못해 지적발달장애 등 중추신경손상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기에 뇌에 직접 들여보내는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라제 ICV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일본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의 오쿠야마 토라유키(Okuyama Torayuki) 교수의 연구자 주도로 진행한 임상에서 헌터라제 ICV는 중추신경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헤파란황산(heparan sulfate)'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요 임상 평가 지표이며 헌터증후군 환자의 지적∙신체적 발달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발달 연령'도 개선되거나 안정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연구자 주도 임상 결과를 보면 데날리가 보유한 항체-효소 전달체 기술을 이용해 헌터증후군 환자들에게 부족한 IDS 효소를 뇌에 들여보내고 싶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앞서 소개한 논문에 기술한 것과 같이 BBB 투과 플랫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된 것이 트렌스페린 수용체(transferrin, TfR)를 이용하는 'BBB shuttle' 접근법이다. 항체와 같은 단백질에 TfR에 결합하는 부위를 달면 뇌를 건너갈 수 있다. 데날리의 Transport Vehicle BBB 플랫폼은 항체의 Fc 부위에 TfR에 직접 결합하는 사이트를 만든 형태이다. 로슈의 BBB 셔틀 기술도 항체의 Fc 부분에 TfR 결합 Fab를 결합한 형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데날리와 유사한 기술이 존재하는가? 당연히 존재한다. 에이비엘바이오(ABL Bio)는 BBB 투과 이중항체 기술인 'GRABody™ B'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데날리와 다르게 새로운 BBB 셔틀 분자로 IGF1R(insulin-like growth factor 1 receptor)을 사용한다.

IGF1R은 CNS에 TfR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현하면서, TfR과 달리 뇌세포 중 BBB 셔틀이 통과하는 혈관내피세포(endothelial cell)에서 가장 높게 발현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IGF1R은 종간 교차반응성이 높아 임상 전에 필수인 동물 실험이 비교적 용이하다.

에이비엘바이오의 BBB 투과 이중항체 기술인 GRABody™ B 플랫폼이 데날리나 로슈의 TfR를 이용하는 BBB shuttle과 비교했을 때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나? ABL Bio의 BBB 투과 이중항체는 약동학적(PK) 특징이 우수하다는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 

그러면 BBB 투과 플랫폼에서 PK 특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단백질이나 항체같은 고분자분자가 뇌에서 최고 혈중약물 농도(Cmax)에 도달하기까지는 약물이 BBB 투과해 뇌로 천천히 들어가기에 지연된 약동학적 특징(delayed PK)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약 24시간이 필요하다. 필히 약물이 혈중에 오래 머물러야 뇌로 들어갈 수 있기에 혈중에서 빨리 없어지면 뇌로 충분한 양이 들어가지 못한다.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법과 BBB 투과 이중항체 기술 중에 어느 것이 경쟁력이 있을까? 환자에게 어느 방법이 안전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임상 전문의들이 결정할 사항일 것 같다. 하지만 어린 환자들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하는 방법은 할아버지 관점에서는 좀 안쓰럽지만 부모 입장에서 어린 아이들이 받는 고통을 감수하며 내리는 위대한 결정이기에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선수가 아니라 응원석에 앉아 응원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두 회사가 힘을 합해 데날리와 경쟁에서 이기기를 간절히 바라며 열열히 응원하고 싶다. 연합된 우리 기술이 데날리가 뇌에 전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뇌 안에 들어가 어린 헌터증후군 환자들에게 삶이 더 편안하게 개선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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