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의대정원 증원 결과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의 책임론이 대두됐습니다. 본인은 회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사퇴를 하겠다고 했었지만, 말을 바꾸어 나름 선전을 했다는 식의 사과문만을 남겼습니다. 대변인은 정보의 비대칭을 언급하며 회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며, 알리고 설득해 평가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집행부는 잘 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비난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비롯한 산하단체들에서는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김택우 회장의 자진 사퇴 발언으로 인한 재신임 관련 얘기가 나옵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건'을 2월 28일 임시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합니다.
2027학년도부터 단계적 의대정원 증원 방안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과연 비대위가 필요한 것일까요? 지금 현재 필요한 것은 이미 벌어진 결과에 대한 질책,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입니다.
현 집행부는 의대정원 문제 이외의 거의 모든 사안을 TF나 위원회 형태로 대응해 왔습니다. 즉, 회장의 책임과 주도 하에 진행된 주요 사안은 이 의대정원 증원 문제였습니다. 본인이 '자진사퇴'를 거론할 정도의 사안이었다면 그만큼 중요했다는 반증입니다.
그렇다면 대의원회는 비대위가 아닌 재신임을 얘기해야 합니다. 정관상 재신임이라는 규정이 없으니 불신임 의결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왜 '불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비대위 설치'라는 안건을 올린 걸까요? 임원에 대한 불신임 발의를 운영위원회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임원에 대한 불신임 발의는 정관규정 제20조의 2의 2항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 또는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성립됩니다.
즉, 불신임안 안건 발의를 운영위원회는 할 수가 없습니다.
뭔가는 해야하는데 꼭 해야할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꺼낸 것이 '비대위'인데, 이것이 직함이 필요한 자들의 리그인 의협에 큰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비대위원장은 과거 최대집 회장(투쟁위원장), 김택우 회장을 배출해 낼 정도로 인지도를 올리기 좋은 자리입니다. 가뜩이나 다음 회장선거가 1년여 앞으로 남은 지금, 회장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탐낼만 합니다.
그러자 이제 한술 더 떠 임시총회 발의안이 나옵니다.
가. 김태우 회장, 박명하 부회장 불신임의 건
나. 의대증원, 수탁검사, 관리급여, 공단특사경 문제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가진 비대위 구성의 건
다. 회장 불신임 및 비대위 구성시 비대위 활동 종료시 까지 모든 의료계 선거 연기의 건
운영위원회가 '비대위'라는 어쩔 수 없이 꺼낸 안건을 바로잡아 정상화를 하는 듯 하지만 '나,다' 부가 안건이 붙어 더욱 혼란을 가중해 버렸습니다.
먼저 지적해야할 부분은 '다.' 의 선거 연기의 건입니다. 의협회장 선거를 연기하는 것 뿐만 아닌 '모든 의료계'라는 문구가 들어있어 안건 성립 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의협은 소속단체가 아닌 산하단체의 선거에 영향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회장이 불신임돼 집행부가 교체된다면 굳이 비대위를 만들어야 할 이유도 현재는 없습니다. 앞서 지적했듯 이미 TF나 위원회 형태로 현안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관련 업무는 중단되지 않습니다. 회장이 불신임된다고 해서 그외 임원들이 모두 사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빠른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선거를 무기한 연기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비대위원장과 투쟁 국면에서의 인지도를 이용한 차기 선거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수싸움일 것입니다.
10번이 넘는 총회 참관과 임명직 임원으로 10년 넘게 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의협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들이 대부분 직함을 위한 권력투쟁이었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자리에 있기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