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23 12:17최종 업데이트 23.04.2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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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의사들 수탁검사 시행령 분노 '폭발'…"수탁악법 철회하라, 의협은 책임져라"

[의협 대의원총회] 내과의사 60여명 방청해 의협에 반발…의협 "적극 해결 노력 약속"

내과 개원의들이 22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내과 개원의를 비롯한 전문의들이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 대거 참석해 보건복지부의 수탁검사 시행령에 분노를 터뜨렸다.

내과의사들은 복지부의 검체검사 위탁기준 고시 제정안을 '수탁악법'이라고 규정하며 철회를 요청했고, 의협이 복지부 고시 제정 과정에서 내과 의견을 배제한 데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2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내과의사 60여명이 방청인으로 참석해 복지부의 '검체검사 위탁기준 고시 제정안'(수탁검사 시행령) 철회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내과의사들은 본회의에 앞서 의협을 향해 수탁검사 시행령이 내과 개원가에 미칠 악영향을 설명하며 의협에 해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내과 개원의 A씨는 "의협이 이번 고시가 내과 개원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나"라고 물으며 "내과 개원가는 혈액검사가 매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외주 진단검사업체에 검사를 수탁하고 있다. 이때 받는 진단검사료에는 검체 채취료, 검체 관리료, 주사, 주사기 등 재료와 결과 판독 및 설명, 진료에 대한 책임 및 부작용 관리 등의 비용이 다 합쳐져 있으나 수탁업체의 배송비, 결과도출 비용이 나눠져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러한 구조에서 수익은 내과 의원과 수탁업체가 시장 원리에 따라 일정 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였다"라며 "수탁 업체들이 이를 관행적으로 검사 비용 일부를 할인해 준다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할인이라는 표현은 받아들일 수 없어 '수탁 수수료'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고시를 제정해 수탁검사 할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검사료의 10%인 검체검사위탁관리료 외의 할인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검사 결과 비용 110원 중 위탁 수수료 10원을 제외한 검사료 100원은 전부 수탁 업체에게 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이렇게 되면 의원급은 마이너스가 된다. 해당 고시가 시행될 경우 1차 의원의 경영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 추산해 본 적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경기도 시흥시 내과 개원의 B씨는 "이 시행령은 수탁 검사의 인증취소 권한을 각 학회에서 정부로 이관하고 수탁기관의 할인율을 기준으로 인증 취소 여부를 결정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수탁업체 및 병의원을 관리 감독하려 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통제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비판했다.

B씨는 "의협은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들을 위한 단체다. 만약 이 안건이 시행될 경우 내과 개원의는 다 망하게 된다. 지난 임시총회 때 내과 개원의를 향해 수탁 재벌, 폭도라는 등 매도한 일부 인사들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복지부는 시행령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다고 들었다. 오로지 관리, 감독 강화가 주목적이다. 의협은 현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해당 고시를 철회하고 책임질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내과 개원의들은 이번 복지부의 검체검사 위탁기준 고시 제정안이 나오는 과정에서 의협이 내과의사회에 공문을 전달하지 않았고 의견조차 요청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내과 개원가가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복지부에 고시 재검토 및 연기를 요청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내과 전문의 C씨는 "내과 개원의들은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을 통해 의료계와 복지부의 합의안 등의 내용에 대해 전달 받았다. 하지만 상황을 엉망으로 만든 의협의 과오에 대해서 분노하게 된다. 의협은 이 사달이 난 원흉"이라고 말했다.

특히 C씨는 "해당 문제에 책임이 있는 이상운 부회장과 조정호 이사는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의협 집행부에 현존하고 있다"며 "일을 그르쳤던 이들이 현재도 의협에서 중책을 맡고 있고, 회무의 중심에 있다. 이 둘은 해임해야 한다.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결코 의협과 함께 갈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내과에서는 검체검사 위탁기준 고시가 복지부로 하여금 의사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가 있었다. 지금도 학회가 위탁검사 인증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학회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수탁업체에 대해 복지부가 다시 한번 검토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총무이사는 "시장의 흐름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복지부에서 위탁기준 고시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의협은 직접 복지부를 찾아가 대응했다. 복지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11월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하고 고시 시행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이 이번 위탁기준 고시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하고 있다. 복지부에도 우리의 요구를 정확하게 요구하면서 회원과도 소통하고자 한다"며 "물론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소통하겠다"고 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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