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4.27 06:15최종 업데이트 17.04.2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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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조장하는 연명의료결정법

"임종 앞둔 환자가 어떻게 계획서 쓰나요?"

©메디게이트뉴스

"현장에서 직접 말기암 환자를 진단하고 임종까지 관리하는 의사인 나도 연명의료법 적용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는지 모르겠다."
 
"의료계와 정부 간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법이다"
 
대한암학회와 한국임상암학회가 26일 개최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 심포지엄'에서 의사들은 일제히 답답함을 호소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실제 현장과는 큰 괴리감이 있으며, 환자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자 제정한 것이 오히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조장해 그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가 함께 묶인 법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오는 8월 4일에, 연명의료법은 내년 2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기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자료 제공 협조, 중앙 및 권역별 호스피스센터 지정, 변경 및 폐업 신고 등의 조항을 추가해 연명의료결정법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지난 3월 말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의사들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하위법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의사들이 문제로 꼽는 것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법이 혼합돼 혼란을 준다는 것과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대상의 모호성,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주체, 과도한 서식지 및 벌칙조항, 2인의 판단 의사,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운영 등이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고시하는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유보) 중단하는 결정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의 환자가 대상이다.
 
연세암병원 최혜진 완화의료센터장은 '연명의료 결정 쟁점사항'에 대해 발표하며 "정부는 연명의료법을 특수한 상황의 환자에게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특수상황이라는 게 애매한 표현으로, 저마다 해석이 달라 모든 임종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패널로 참석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안희경 완화의료분과위원도 진료현장에서 임종하는 환자를 보면서 연명의료법에 해당되는 임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법률을 읽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최혜진 센터장은 연명의료결정법에서 환자의 말기 상태과 임종기를 판단할 때,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전공의는 배제한다는 조항이 있어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공의가 환자를 보는 경우가 많고, 임종과정은 예측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긴급하게 발생하는 만큼 전문의 2인이 임종과정을 판단하기 전에 임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1인 의료기관이나 당직 의료기관 등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는 임종과정 판단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어 이것 또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 센터장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때 환자 본인이 (사전)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조항을 언급하며 본인 이외에 가족과 대리인도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임종과정에서 환자는 의사와 논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임종과정이 급박히 진행되면 가족과 논의할 수도 없어 오히려 연명의료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한암학회 제공

더불어 최혜진 센터장은 연명의료계획서를 본인이 작성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은 기존에 임종과정에서 실시하던 DNR 제도(소생술 금지)를 불법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 법 적용에 필요한 서식지 작성이 과도한 행정업무를 초래하는 점, 과태료 및 의사면허 정지 등 14건의 과도한 벌칙 조항이 있다는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오히려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에 참석한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황의수 과장은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직접 작성함에 따라 허위기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의수 과장은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으나 향후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받길 원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기록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기록은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고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황의수 과장은 "현장에서 말하는 아쉬운 점과 불만 등을 추가적으로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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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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