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0.26 07:05최종 업데이트 16.10.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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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부수는 해결책

고생하는 의사들을 보상하지 않는 시스템

[칼럼] 서산굿모닝의원 박경신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주에서 2살 아이가 수술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아이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몇 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리는 아기를 봐야만 하는 부모 심정이 어땠을지, 아기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안타까워 잠이 오지 않는다.
 
의사들은 돈 밖에 모르는 살인자라고 비판하는 네티즌들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프다.
 
선동적인 기사로 화살을 의사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정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전북대병원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해결책인가?
 
탁상공론이나 하는 공무원 머릿속에서 나오는 해결책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진 못할망정 부수는 해결책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부가 병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로 남을 것이다.
 

의사는 최선을 다한다.
 
아무리 양심도 없고, 돈만 밝히는 의사라도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는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의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의료를 삐뚤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일 거라고 본다.
 
어떤 질병으로건 병원에서 치료 도중 또는 치료후 경과가 좋지 않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의료과실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그렇게 만들었다", "걸어서 들어갔는데 죽어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꽤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까마귀를 범인으로 간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라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 얼마든지 뜻하지 않게 정상 조직을 건드려 전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척추수술하다가 대정맥을 터트릴 수도 있고, 뇌 수술하다가 뇌혈관이 터져 사망할 수도 있고, 췌담도 건드리다가 터져서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고, 유착 박리술 하다가 장 천공이 생길 수도 있다.
 
면허를 가진 의사가 환자를 앞에 두고 그 당시 최선의 의사결정과 판단을 했음에도, 나중에 최선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손해배상과 함께 형사처벌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내 주위 모 의료원은 조금만 심한 환자가 오면 무조건 전원 시키는 방어진료를 한다.

의사인 내가 보기에도 심하다 싶은데 의사에 대한 과실 책임을 강화하면 방어진료가 더 심해질 것이다.  
 
진짜로 의사가 없다.
 
아니 의사는 많은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없다. 그 전공으로는 밥을 먹고 살 수가 없다.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없다.
 
소아외과는 서울에나 가야 겨우 있다.
 
왜 이럴까?
 
우리나라는 고생하는 진료과 의사들에게 전혀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이런 필수적인 의료는 그 잘난 건강보험으로 묶어 적자다.
 
그러니 피부과나 미용성형 등 비보험 진료로 의사들이 몰린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응급실 문제는 계속 반복 될 것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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