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02 13:17최종 업데이트 22.04.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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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시인이 되십시오"

-작가의 필살기

[칼럼] 양성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

양성관 작가의 의학 칼럼 쉽게 쓰기 
양성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의 ‘의대 교수와 전문가들을 위한 칼럼 쉽게 쓰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의대 교수와 전문가들은 의학 논문 쓰기에는 익숙하지만 칼럼을 비롯한 일반적인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건강칼럼을 쉽게 쓰면 쓸수록 올바른 의학정보가 같은 전문과는 물론 다른 전문과 의사들, 그리고 일차 의료기관의 의사들, 나아가 환자들에게까지 두루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시작 자체가 어려운 의대 교수와 전문가분들이라면 관심과 참고 부탁드립니다. 

①간만에 청진기 대신 펜을 드신 교수님께
②글로 살아남기
③작가의 필살기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사람의 심장이 멎으면, ABCD입니다. Airway(기도 확보), Breathing(호흡), Circulation(심장 순환), Defibrillation(제세동기), 의사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항입니다. 그럼 그다음은 뭘까요?    

ABCD 다음은 EF입니다. 바로 Easy and Fun이죠.     

얼굴을 안 본다는 고소영이 조각 미남 장동건과 결혼하고, 외모는 안 따진다는 손예진이 가장 잘생긴 남자 현빈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들여다보는 거울 속에는 언제나 탤런트가 아니라, 개그맨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그맨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많은 남자 개그맨들이 미인들과 결혼을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사람과 있으면 즐겁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웃으며 입을 열 때, 마음도 열립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이 장동건이나 현빈의 얼굴만큼 뛰어나지 않는다면, 쉽고 또 재미있어야 합니다. 특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의학적인 글을 쓸 때는 더 그래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어려운 의학을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요?    

이전 <비아그라와 글쓰기>에서 ‘제목’을 말씀드렸으니, 이번에는 ‘단어’입니다. 전문 용어를 하나씩 쓸 때마다, 독자들 10%가 떨어져 나갑니다. 전문 용어 10개가 나왔다면 그 글은 DOA(death on arrive)로 바로 사망 선고가 내려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눈치가 있으신 분들은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비유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봄에 어울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와 비유인가요! 교수님, 의사인 동시에 시인이 되십시오. 시인이 되지 못한 저는 천박하게 글을 연애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동건과 고소영, 현빈과 손예진까지 총동원해 가면서요. 그래도 명색이 의사인지라 비아그라와 팔팔도 응용했네요.

백혈구를 군대라고 하면 어떨까요? 자가면역 질환을 군대가 적 대신 자국민을 공격하는 쿠데타라고 설명하면 대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비유의 핵심은 바로 단어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10개를 설명해주면, 환자는 겨우 하나만을 기억합니다. 의사인 저도 매번 기가 차고, 억울할 따름입니다. 차팅을 하다 못해 심지어 녹음기로 녹음을 할까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농부가 땅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의사는 환자를 탓할 수 없더군요. 그러니 열심히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고 힘들어하지 마시고, 대신 하나를 확실하게 남도록 하십시오.

시인은 독자의 가슴속에 평생 남을 한 문장을 위해 자신의 평생을 바칩니다. 저 같은 3류 작가는 글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이 안 되면 한 단어만이라도 독자의 마음속에 남기려고 애를 씁니다. 제가 지난번에 쓴 글 기억나시나요? 안 나신다고요? 그럼 '팔팔'은요? 독자인 당신이 피식 웃으셨다면, 작가인 저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ABCD 다음은 EF(Easy and Fun)이고, 글의 핵심은 한 문장, 더 줄이면 한 단어이고 필살기는 비유입니다. 교수님 ‘시인’이 되십시오. 김춘수의 ‘꽃’을 마음 속 꽃병에 담아 두세요. 김춘수의 ‘꽃’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저의 ‘팔팔’이라도.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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