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8.30 17:23최종 업데이트 17.08.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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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배아 유전자편집 사회적 합의 필요해

“유전자가위기술 연구 위해 법 개정해야”

“기초연구부터 차근차근 밟아야”

사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복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생명윤리정책 관련 공청회 ©메디게이트뉴스

이달 초 네이처 학술지에 한국 연구진이 유전자가위 기술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참여한 인간배아 유전자편집에 관한 연구 논문이 발표된 이후 국내에서는 관련 규제의 개선 여부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앞서가는 수준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한국 연구진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국내에서도 인간 배아에 해당기술을 적용해 연구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입장과 아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술로 사회적 수용여부 및 방식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각계 전문가의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생명윤리 정책방향을 수립하고자 관련 공청회를 30일 개최했다.
 
복지부는 '4차 산업혁명과 생명윤리'라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유전체기술을 비롯해 인공지능을 포함한 미래기술에 대한 정책적 이슈에 대한 사회·윤리적 문제를 검토 및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해오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미국 연구팀과의 공동연구에 참여한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진수 단장은 공청회에서 마련한 패널토론에 참석해 "잔여 배아는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은 유전가 가위를 이용해 해당 질환 유전자를 교정(치료)해 후손에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술인 동시에 '맞춤형 아기' 양산이라는 우려를 야기하는 유전자 변형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제47조 3항을 통해 배아나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생명윤리법 시행령 12조에서는 배아의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배아는 발생학적으로 원시선(原始線)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체외에서 연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처를 통해 발표된 인간 배아 유전자편집 연구는 잔여 배아를 이용한 게 아니라 정자와 동시에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실험을 위해 배아를 생성함으로써 기존에 문제가 되던 표적이탈효과와 모자이크 현상을 없앴기 때문에 현재의 생명윤리법과 대치된다.
 
김진수 단장은 "연구와 임상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연구는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인간배아를 체외에서 만들어 원시선이 만들어지기(14일) 전까지 연구하고 폐기하는 것이 연구이며, 배아를 실제 산모에게 착상시켜 출산하는 건 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비후성 심근증에 한한 연구로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건 아니다"며 "기술적인 진전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므로 앞으로도 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유전자 편집을 원하지 않는 환자의 입장뿐 아니라 후손에게 질병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연구 및 임상시험에의 참여를 희망하는 환자의 선택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하대 의대 최규진 교수는 "과연 연구가 치료와 근본적으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 가?"란 의문을 던지며 "그게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의 필요성을 먼저 논의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존에 줄기세포 등에 행정적 뒷받침이 이뤄졌는데 과연 첨단재생의학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세계적인 연구자를 양산해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유전자 편집기술도 마찬가지로 관리체계가 부실로 오히려 기초연구 발전에 저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한경대 법학과 신동일 교수도 "안전성 확보에 있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유전전자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해봐야 할 단계”라며 “법적 허용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관계자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의학에서는 어떤 방법도 100%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단계에서는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며 해당 기술을 직접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진: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복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생명윤리정책 관련 공청회 ©메디게이트뉴스
 
또 다른 방청객은 "이제는 치료기술 자체의 허용 여부가 논제가 되기 보다는 유전자 편집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논의의 흐름은 인간 자체의 변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우려에 대한 고민"이라고 밝히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패널 및 방청객 사이에서는 기술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다소 들렸다.
 
한 예로, 패널로 참여한 서울시립대 철학과 목광수 교수는 "법제화에 앞서 기술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단계와 윤리적인 검토 등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 후에도 새로운 기술의 적용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중단시킬 수 있는 사회적 관리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복지부의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유전자가위 기술이 선도적인 방법이다 보니 학계에서 좀 더 토론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제도 개선 부분도 논의 결과 및 국제적인 흐름을 고려해 그에 상응하는 방향을 맞춰갈 계획이라고 했으며, 연구 허용 범위를 정하는 것 뿐 아니라 허용되는 연구의 범위에 맞춰 연구의 시작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니터링하는 부분, 첨단기술에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국민들이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목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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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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